[Review] Bach and beyond [공연]

글 입력 2017.09.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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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무대를 연 곡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 3번 D장조 BWV 1068 중 “아리아”였다. 다비드 프레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워낙 부각되어 세종 솔로이스츠에 대한 인상이 살짝 약해진 감이 있었는데, 그들은 첫 곡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한 몸인 듯 움직이는 환상적인 합은 그대로였고, 한 박자 한 박자가 유연하면서도 절도 있게 흘러갔다. 우아함과 편안함을 넘나드는 감미로운 선율은 온 신경을 빨아들였다. 그래서 곡이 끝났을 때 아직 순서가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아쉬웠다.

 이어진 곡은 밀러가 편곡한 베토벤의 현악 4중주 F단조 Op.95 중 “세리오소”였다. 바흐의 감미로운 아리아로 마음을 녹였다가 곧바로 베토벤의 격렬한 연주를 들으니 감정의 극단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진지하다” 혹은 “엄숙하다”라는 뜻에 걸맞게 “세리오소”는 무겁게 표현되었다. 바흐의 아리아가 사뿐히 발을 내딛는 소녀를 연상시켰다면, 베토벤의 세리오소는 혼란에 휩싸여 독백하는 여왕 같았다. 낭만파 음악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는 베토벤의 음악은 정교하고 치밀한 바흐의 음악과는 정 반대의 느낌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세리오소”가 바흐와 한 데 묶인 것은 이러한 감정을 표현해 내기 위해 기반이 된 기법들이 바흐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혹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들의 생애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인생에서 겪은 감정의 압축본과 같은 이 곡을 고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 솔로이스츠만의 두 번의 연주가 끝나고, 다비드 프레이가 참여하는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확실히 프레이의 피아노가 합류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휙 들어 신호를 했고, 그에 단원들은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이 장면을 보고 굉장히 합주를 많이 한 것이 느껴져 감탄했다. 피아노는 독주악기로서 분위기를 이끌며 완급을 조절했고, 세종 솔로이스츠 단원들도 페이스를 맞추어 함께 연주했다. 작품 순서가 바뀌어서 건반 협주곡 제 1번 D단조부터 시작했는데, 바흐의 협주곡을 미리 들어보긴 했지만 곡을 이해하는 데는 프로그램 북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순서가 바뀐 것도 프로그램 북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첫 번째 협주곡은 진지한 곡으로, 신들린 듯 휘몰아치는 피아노가 고조되는 현악기의 음정과 맞물려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파트들의 짜임새가 굉장히 정교하고 세밀해서 안정감이 느껴졌다. 3장에서 독주라고 할 수 있는 카덴차를 연주하는 프레이의 모습은 피아노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 정도였다.

 건반 협주곡 제 4번 A단조는 먼저 연주된 것과는 달리 밝고 명랑한 곡이었다. 마냥 명랑하기만하지는 않았지만, 멜로디 위로 현악기 파트가 부분 부분 튀어 통통 튀는 느낌이 들었다. 피아노는 1장에서는 빠르고 유려하게, 느린 악장인 2악장에서는 현악 사이사이를 꾹꾹 눌러 디디듯이 움직였다. 강약을 조절하는 프레이의 섬세한 연주는 몸짓에서도 드러났다. 사실 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의 묘사만 봤을 때는 많이 오버하나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물론 피아니스트의 고집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연주하는 곡의 느낌만큼 몸짓이 따르는 느낌이었다. 고음과 중저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피아노도 압권이었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뒷받침 하는 세종 솔로이스츠의 현악 실력도 대단했다. 그들이 한꺼번에 채를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할 때면 그 일사불란함에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연주를 듣고 나와서 든 생각은, 새삼 바흐가 괜히 음악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21세기인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듣는 바흐의 음악도 이렇게 압도적인데 그 시대 그가 있던 현장의 곡들은 얼마나 혁명적이었을까. 몇 백 년이 지나서도 이 정도로 많이 편곡되고 언급되는 작품을 남긴 능력이 대단하다. 그가 없었으면 현대 음악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형태로 있었겠지만, 그 다른 형태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바흐라는 한 사람의 대단함은 책자에 소개된 ‘딥바흐’의 곡을 들어봐도 알 수 있다. 바흐의 스타일을 가졌지만 삶을 갖지 못한 인공지능의 음악에서는 바흐의 곡에서 느껴지는 경외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음악가, 교회 음악 감독, 아버지 등 많은 무게를 허리에 짊어졌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음악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삶 자체였기에 지금과 같이 수 많은 사람들에게 와 닿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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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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