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삭바삭 일요일 냄새가 나는 편지, 인생의 일요일들.
글 입력 2017.09.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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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 정혜윤/ 로고폴리스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집에 머무는 건 편하다. 따뜻한 집밥 먹고, 일하는 시간이 아니면 팔자 좋게 늘어져서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여가시간이 많아지니 자잘한 취미도 생긴다. 그런데 여유로워진 것치고 독서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래서 간혹 이렇게 찾아오는 도서문화초대를 꼭 잡게 된다. 이렇게라도 독서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 반, 문화초대를 통해 좋은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마음 반이다.이 책은 무엇보다 쓰여진 계기가 신기하고 아름다운 책이었다. 저자는 얼굴을 모르는 상대와 업무차 메일을 주고 받다가, 상대가 숲에 자주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득 업무 이야기보다는 숲 이야기가 듣고 싶어져, 숲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했다고 한다. 상대는 이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않고, 그 이후로 차분히 꼬박꼬박 숲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답장으로, 자신이 가진 이야기 중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 책이 탄생했다.살다보면 간혹 소소한 것들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어떤 작은 충동에서 커다란 결과가 이끌어내지기도 한다. 숲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작은 생각이, 정갈하고 담담한 숲에서 온 편지가 되고, 그 편지들이 모여 또다시 한 여름을 꽉 채운 여행 이야기가 되었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가 음악을 만들고, 그림이 이야기를 만드는 소통의 과정을 보다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신기하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하고, 나도 내 이야기를 가지고 끼어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이번에도 그렇다. 그녀의 여름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내 가장 찬란했던 여름 이야기가 자꾸만 생각났다. 그 때 만났던 사람들, 그 때 보았던 것들, 그 때 느꼈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괜시리 외장하드를 뒤적이며 그 부활절 방학의 여행사진들을 되돌아보았다. 많은 이야기가 조용히 잠들어 있는 그 사진첩의 사진들이 참 정겹고 그립다.아, 이건 일요일의 냄새잖아!그는 일요일의 냄새 속에서 행복감을 맛봤어요. 해야 할 일은 잘 쉬고 잘 먹어서 회복하는 것뿐인 그런 일요일.-본문 중에서바삭바삭하고 나른하고 은은한 일요일 햇살의 냄새가 베어 있는 작은 이야기들. 쉬고 싶을 때, 문득 생각날 때마다 한 챕터씩, 그렇게 천천히 듣기에 좋은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류소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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