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죽음 앞에서 돌아본 삶, 전시 < 있는 것은 아름답다 >展

Right, before I die.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답다
글 입력 2017.09.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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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유일하게 죽음을 인식하는 동물이라고들 한다. 그 뒤를 알 수 없는 죽음은 두려움의 상징이기에 종교를 가능케 하며, 개인에게 최고의 협박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전시장 안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지금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사람들의 사진과 그들의 사연, 그리고 친필로 쓴 글귀가 전시되어 있었다. 한 사람의 삶을 문장 몇 줄로 모두 풀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한 명 한 명의 삶이 담겨져있는 작품을 보고 있자니 묘비들 앞에 서있는 듯한 무거움이 느껴졌다. 그들 중에는 큰 병에 걸려 죽음을 인식하게 된 사람도 있으나, 어려서부터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기구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되려 죽음 앞에 도달해서야 그 안에서의 행복과 의미를 찾았다. 죽음을 앞에 두고 삶을 반추해보았을 때 자신의 삶에 대해 원망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인생이 끝나갈 때가 되어서야 인생이 아름다웠음을 인식하게 되는 것. 아무리 기구한 삶을 살아왔어도 의미없는 삶은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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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에 참여한 대상자들의 인터뷰에 유독 신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사후세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종교인이 아니던 사람도 죽음 앞에 서서는 신에 대해 생각하고 기도한다. 살다보면 마치 신이 모든 것을 계획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정도로 모든 일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든지 하는, 우리의 생이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느낌을 받곤 하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죽음 뒤에 다른 생이 있거나 우리에게 이런 인생을 살게 한 이유, 말하자면 우리의 삶에 어떤 복선과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기도한다. 자신의 삶이 결코 의미없는 것이 아니었기를. 이 세상의 설계자, 신이 우리와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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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한 쪽 구석에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일 년 뒤에 자신이 스스로에게 쓴 편지를 받게 될 것이다. 정신없이 순간만을 살다가도 편지를 받아보고서야 1년 전의 그들이 무엇을 꿈꾸고 원했는지, 무엇이 즐거웠고 무엇이 어려웠는지, 그런 그들과 함께 한 소중한 사람들은 누구였는지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힘들었던 시간들마저도 돌이켜보면 모두 추억이었음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죽음을 당장 눈앞에 두지는 않았을 테지만, 자신의 삶 전체를 관조할 수 있는 계기를 갖는 것은 중요해보인다. 내게는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사람들 또한 전시의 일부로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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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


 전시를 보고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떠올랐다. 야스퍼스는 자신의 실존주의 철학에서 '한계상황'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한계상황은 즉 고뇌, 투쟁, 죄악, 죽음과 같이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한계상황은 인간을 고독과 절망 속으로 몰아넣지만, 이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딱뜨렸을 때에야 사람은 삶에 대한 의미를 찾는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은 사회의 규정 속에서 획일화된 채 살아가던 자신과 이별하고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찾아 자신만의 고유성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은 생각만으로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늙고 주름이 생기고 약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움으로 느낀다면 죽음은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이를 자신과 닿아있는 것으로 사유할 때, 죽음은 비로소 더 나은 단계의 자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사진전의 참여자들은 죽음을 친구 삼음으로써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당장 한계상황에 부딪히지는 않았을지라도, 같이 생각해보도록 하자.


나는 지금 만족할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나를 슬프고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나를 견디게 하는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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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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