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비디오 포트레이트, 예술가의 세계를 스크린을 통해 사색하다

한번도 사색해 보지 못한 그 세계에 관하여
글 입력 2017.10.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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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PORTRAIT vol.2]
_ at 토탈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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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Portrait: 1. 초상화, 인물사진 2. 묘사
 
초상화란 뜻이 먼저 떠오르는 Portrait은 자연스럽게 내게 거울을 건낸다. 그리고 모든걸 비추는 거울의 속성을 떠올리면 그것으로 비춰질 내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게된다. 나를 이루는 세계를.
이런 의식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 전시회를 향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영상 예술이라는 많이 접하지 못한 세계는 이 호기심을 더욱 강하게 이끌어줬다. 예술가들이 작품에 담은 그들의 세계의 어딘가는 어떤 모습일까 라고 말이다.
 
*본 글에 첨부된 작품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핸드폰으로 촬영한 것이며 어두운 실내에서 촬영하여 노이즈가 다소 심한 부분과 원작과 색감이 다른 부분이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
 




“작은 구멍으로
다른 이의 세상을 몰래 엿보고 왔다
입으로 말하지만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이뤄지는 침묵의 언어를 들었고
나는 Mr. Piano와 Mrs. Pile의 대화를 한 공간에서 함께했다
 

1.
 

전시장으로 계단을 내려가다 구멍이 뚫린 작은 박스가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미술관의 장식일까 했는데 옆에 같이 걸린 헤드폰이 보이자 전시의 한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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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from My Mobile 19'11" / 부락 드리에


작품을 보기 위해 나는 헤드폰을 끼고 작품에 바짝 다가가 한쪽 눈을 질끈 감고서 구멍 너머 영상을 봤는데 구멍 상자 안에 화면에는 누군가가 말하고 있었다. 잠자코 구멍 안을 바라보다 보니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너머 작은 구멍 너머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감상자의 행동을 이끄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 방법을 선택한 예술가의 의도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 작업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 비판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작품은 조그만 상자 안에 설치된다. 상자의 작은 구멍과 헤드폰을 통해 보여지는 이 작품은 마치 예술가의 내면을 엿보는 느낌을 갖게 한다. (중략) 이러한 기록들은 작가의 사회 구조들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면서도, 사회 구조의 가치를 토대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사회의 번영을 위해 누군가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함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작품 소개 중


‘엿보는 느낌’ 일상에서는 감히 느껴 볼 수 없는 느낌이지 않을까. 그래서 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생각을 엿보는듯한 행동을 직접 하는 것 자체가 감상자인 필자에게 큰 인상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영상 속 사회를 향한 예술가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사회 속에서의 나’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사회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결론과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지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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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내려와 전시회장에 발을 내딛자 빛이 스며 나오는 어두운 공간이 펼쳐졌고 소개된 순서대로 작품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빛이라곤 스크린과 창문뿐인 어두운 공간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치 한 공간에 나와 상영되는 작품만이 머무는 것처럼. 이렇게 편안하고 조금의 조급함도 없이 작품에 온전히 집중 할 수 있던 전시회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여유로운 마음은 좀 더 오래 작품을 지켜 볼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줬다.
 
 
2.
 

바다의 수면을 스쳐가다 서서히 드러난 인물이 무엇인가를 읊는 모습이 상영되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가니 영상이 상영되는 벽 바로 앞 반대편 벽에서 같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마치 둘이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처럼. 나는 흐릿한 연출 속 마주보고 있는 영상 사이에 가만히 서서 그 여인을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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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pho - What You Love 13'50" / 천경우


“그리스 섬의 이른 아침 바다로부터 시작되는 마주보고 있는 한 중성적인 여인의 얼굴이 담긴 영상에는 침묵과 목소리로 교차되는 시 낭독의 시간이 담겨있다. 그 시간을 온전히 응축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담아낸 ‘사진’과 그 사진 안에 담겨있는 동일한 시간의 흐름이 기록된 ‘비디오’가 멈춤과 움직임이 아닌 존재의 방식으로서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작품 소개 내용 중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기엔 잔잔하게 큰 변화 없이 움직이는 입술. 이 만남에선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이 침묵과 목소리를 바라봤다. 영상을 보면서 사람과 소리 없는 대화를 해 본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떠올려보고, 생각해 보지 못한 ‘존재의 방식으로서의 대화’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을 뻗어보는, 자연스럽게 이어진 사색의 과정은 작품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것만 같아 오랫동안 머물던 작품 중 하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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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ion Picture 21'37" / 마리케 헤인즈 호엑


지금까지 많은 전시회와 작품들을 보았지만 이토록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면들을 보며 예술가와 작품에 대해 이해하려는 사색을 하다 보면 내 생각과 표현이 결코 닿아보지 못한 곳으로 작품들이 나를 이끌어주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상영되는 작품에 더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보지 못한 이 새로운 공간을 더 알고 느껴보고 싶어졌기에.


3.
 

전시장 내에는 조용한 수군거림이 곳곳에 스며 들어있다. 다음 작품으로 향하는 짧은 사이에도 들려오는 소리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울리고 있을까 하고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나는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자 보이는 작품에 발걸음이 멈춰버렸다. 어두운 공간에서 입과 눈이 달린 말하는 피아노와 그 앞에 피아노와 대화하는 기타를 들고있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서부터 희미하게 들리던 대화는 바로 이 둘의 대화였다. 영상은 네모난 스크린에서만 볼 거라는 생각을 비집고 들어온 놀람이었다. 그것이 페인트로 칠해진 조형 위에 영상으로 쏘아지고 있는 것이란 걸 알아차리기 까지 꽤나 짧지 않은 소름을 느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 Mr. Piano와 Mrs. Pile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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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Piano & Mrs. Pile 25'53" / 에길 스베룐손


 “그들이 대화하는 방식은 그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들의 쟁점은 그들이 그들 스스로를 표현하는 몇 단어들로 빈 공간을 채우는데 있다. 이러한 표현은 색깔이며, 주스다. 이 대화는 예술 작품이 무엇이 될 수 있는 가를 진단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작품 소개 중


작품을 보고 듣는 동안 대화하는 사물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된 것이다. 대화하는 사람들 곁에 있는 사물이라는 평범한 상황이 아닌. 조금은 느릿한 속도로 이루어지는 이 둘의 대화는 마치 단어 하나하나가 구름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이들었다. 그 대화는 공간을 가득 채워가는 것만 같았다. 대화뿐만 아니라 그들은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작품 형태의 새로움과 Mr. Piano와 Mrs. Pile의 대화를 보고 듣는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새로움이 겹쳐지면서 다가온 그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여러 전시회를 보며 새로운 모습의 작품들을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름이 느껴진 것은 처음이라 궁금하기도 하다. 나만 이렇게 놀랐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느꼈을까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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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itation 20'16" / 마이크 스타이너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


작품 하나 하나 첫인상부터 감상하는 시간 그리고 그 여운의 순간까지 작든 크든 나를 강하게 울리는 떨림이 있었다. 새로움, 놀람, 침묵, 잔잔함, 어떤 감정을 가지고 나에게 이런 떨림을 주었을지 모두 명백히 이야기 할 수 없더라도, 그만큼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었기에 더 의미 있던 작품들과의 만남이었다. 또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작품의 소개를 읽는 과정은 영상 이미지에서 느낀 깊고 강한 인상을 넘어 그 뒤에 심겨진 예술가의 심오한 세계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어느 때보다 더 길고 짙었던 사색의 즐거움을 통해 내가 모르던 예술의 세계와 그 심오함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Epilogue


VIDEO PORTRAIT vol.2 전시에 담긴 작품들과 그 내용은 상상 이상으로 깊고 짙었다. 내가 얼마나 깊게 이 작품들을 느꼈는지 판단할 수 없을지라도 그것을 알아가고 느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던 전시회였다. 전시회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주었던 부분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시간과 사람에게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작품과 소통하며 깊은 사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전시를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 예술가만의 색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선명히 영상으로 표현된 작품들이 한 곳에 모인 전시회이기에 예술을 통해 말하고자,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이 전시를 추천하고 싶다. 사람의 감정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고민하는 필자로서는 이번 전시회는 많은 질문과 사색거리를 안겨주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처럼 영상 예술이라는 범위를 쉽게 접해보지 못하거나 지식이 없더라도 작품과 한 공간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기에 모든 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느낀 예술 세계를 많은 이들이 향유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전시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에 첨부하겠습니다 :)
 





[전시 정보]


VIDEO PORTRAIT vol.2


기간
2017.08.31(목) – 10.22(일)
월요일, 공휴일 휴관
+ 추석연휴: 10월 4일(수), 10월 5일(목) 휴관
시간: 11:00 – 18:00

장소
토탈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전시 소개]

videoportrait_poster_Final.jpg
 

지난 10월부터 촛불을 든 사람들은 토요일마다 광장에 모였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갔고, 봄이 왔으며, 간절함이 모여 현직 대통령 탄핵 이라는 전대미문의 결과를 이끌어 내었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촛불이 모여있던 그 광장 사거리 광고탑에 여섯 명의 노동자가 올라가 고공단식농성을 한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누군가가 대통령을 꿈꾸며 맞이하는 봄날,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삶을 지속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했다.

비단 한국사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세상은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와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눈 막고 귀 막고 살고 싶지만, 그 역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누가 잘했고, 누가 나쁘다고 단정지어 말하기 어려운, 살아내기 녹녹치 않은 시절이다. 

돌이켜보면 예술은 늘 이런 세상에 반응했다. 변화의 현장에서 함께 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현상의 이면을 파고든 작품도 있었다. 세상과 등지고 자신의 내면을 파고든 작품조차도 그 배후에서 세상과 무관할 수는 없었다. 그 중에서도 사진은 늘 발 빠르게 현장을 담아왔다. ‘기록’ 하는 매체로서든 예술적 ‘표현’을 위한 매체로서든 사진은 그랬다. 동일 한 기록의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비디오는 좀 달랐다. 예술매체로서 의 비디오는 사진보다 덜 직접적일 수 있었고, 사진보다 더 다양한 표현과 이야기가 가능할 수 있는 매체였기 때문이었다. 비디오는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시간을 편집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와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로 전이되기도 한다. 비디오는 작품을 보는 데에도 역시 시간이 필요하며, 관객은 작품과 만나는 그 시간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비추어보기도 한다.

토탈미술관은 베를린 DNA갤러리와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하였다. 더 스트림과 공동기획한 vol.1이 한국작가 들을 중심으로 기획 된 것에 반해, 이번 전시는 해외 작가들을 중심으로 기획하였다. 게리 힐을 비롯하여 현재 카셀도큐멘터에 참여중인 테 오 에세투, 베니스 비엔날레 아이스랜드관 참여작가인 에길 스베른손을 비롯하여 현재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1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1976년 베를린 내셔널 갤러리에서 히틀러가 가장 사랑했던 작품 <가난한 시인>을 훔쳐 나온 울라이의 퍼포먼스를 기획한 마이크 스타이너와 빌마 코투쉬의<이리테이션(Irritation)>을 비롯하여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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