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제가 되어 버린 공연을 아시오? 찰나를 기록하다 : 대학로 예술가의 집 [문화 공간]

글 입력 2017.10.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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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사랑하는 건 고행이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가지고 싶고, 오래도록 보고 싶은 것이 일명 ‘덕후’의 마음이다. 그래서 영화, 드라마, 콘서트, 팬미팅의 블루레이/DVD가 마니아들에게 각광받는 것이고, 마니아들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오래고 간직하기 위해 일명 ‘굿즈’를 사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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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랑하는 무대예술은 더욱이 ‘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이를 오래 간직하는 일이 쉽지 않다. X축의 그 시간과 Y축의 그 장소가 만나 빚어내는 단 한 번의 무대예술은 기억에만 의존하여 간직해야 한다. 똑같은 극을 한 번 더 본다고 해도, 그 날, 그 시간이 빚어내는 일회성의 오리지널리티는 만들 수 없다. 벤야민이 말했던, 오리지널과 수용자가 가지는 교감, 즉 아우라는 바로 무대예술의 일회적 오리지널리티가 가장 명확하게 증명해주지 않나 하고 생각해본다.

더욱이 공연계는 상대적으로 블루레이, DVD에 대한 공급이 적다. (물론 이는 영화, 드라마에 비해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겠지만) 대부분의 컴퍼니에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영상을 촬영하지만, DVD로 발매된 극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OST의 경우, (특히 올해 들어) 많은 컴퍼니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공연 전체를 ‘박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래서 이 찰나의 예술은 더 빠르게 시간을 타고 사라진다. 공연을 사랑한 뒤, 마니아에게 남는 것은 그날의 어렴풋한 기억과 작은 티켓 하나 뿐이다.

   

박제가 되어 버린 공연을 아시오?, 대학로 예술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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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를 놓쳐서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찰나를 기록하고 찰나의 움직임들을 담아내는 곳을 추천해주고자 한다. 물론 모든 극을 담아내진 못했지만, 지금도 무대에 오르는 많은 연극, 뮤지컬, 무용 등의 영상과, 대본집, 공연계 기사와 저서가 보관되어 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걷다보면, ‘예술가의 집’이라는 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성제국대학의 본관, 서울대학교 건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으로 사용되었던 이 건물은 2010년부터 ‘예술가의 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 고전적인 건물은 나하고는 관계없는 곳이라는 생각에 발을 들이기 힘들 수 있다. (거기에 예술가‘의’ 집이라지 않은가!) 그러나 이 공간은 예술가 간의 소통, 예술가와 시민의 소통을 도모하는 곳이기 때문에, 여느 시민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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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으로 진입하여 계단을 오르면 2층에 예술자료실이 위치해 있다. 예술자료원 강남 본원에는 미술, 음악, 판소리 등의 자료가 군집해있다면, 대학로 분원에서는, 공연계의 성지답게 연극, 뮤지컬, 무용 등의 자료가 군집해있다. 예술자료원 분원에서는 공연 실황영상, 연극 대본, 공연 관련 저서와 기사를 제공한다. 연극 <프라이드>, <푸르른 날에>, 뮤지컬 <렌트>,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라이센스 공연부터 한극 창작 공연까지 찰나들은 기록되어 있다. (저작권 문제로 라이센스 작품보다는 창작 공연의 자료가 훨씬 더 많다.) DVD를 들고 데스크로 향하면, 신분증을 맡기고 자료를 대여할 수 있다. 대여한 자료는 개인 열람석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이것으로 공연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났다고 말할 순 없겠다. 분명, 시간과 공간의 교점에서 만들어지는 그 찰나의 오리지널리티는 그 날 그 시간, 그 곳에 있었던 관객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찰나는 기록되어 공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소중한 전례로 남는다. 이미 10년도 전에 지나가버린 찰나가 박제되어, 10년 후의 우리에게도 공연의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박제가 된’ 공연을 보고 싶은 당신이라면, 공연예술에 대한 많은 자료가 필요한 당신이라면, 순간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예술가의 집에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아마 수많은 찰나들을 만나며, 하루를 꼬박 보내게 되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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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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