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들이 글을 쓰는 방법, 대통령의 글쓰기 [문학]

글과 말이 주는 진중한 울림
글 입력 2017.10.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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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jpg
 


Prologue.


어머니의 추천으로 올해 초에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만났다.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만났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나에게 준 감명이 깊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 글을 쓰는 일이 많아져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에게 이 책을 만난 것은 기쁜 일이었고, 그런 나의 고민을 알고 책을 추천해주신 어머니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는 대통령의 글쓰기가 나의 글쓰기와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싶고, 그 성격과 지위가 많이 달라 얻는 바가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대통령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는 가에 대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글을 쓰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며, 그들이 글을 썼던 방법 중 보통의 사람도 참고하면 좋을 만한 내용과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 자체에 대해 진중하게 논한 글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에 대한 강한 신뢰와 감동을 바탕으로 추천의 글을 써보고자 한다.

 
 
이 책의 글쓴이, 강원국


글을 좋아하고 많이 써본 사람이라면 강원국이라는 분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 동안 대통령이 쓰는 말과 글을 쓰고 다듬는 역할을 수행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에는 연설비서관 행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하며 수많은 연설문 작업을 진행했다. 이전에도 그는 스피치라이터로 일했고, 다수의 기업에서 글 쓰는 일로 살아왔다고 한다. (청와대에 연설비서관이라는 직위가 존재하는 지도 몰랐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대통령의 연설문 뒤에 숨겨진 그들의 노고를 잘 알 수 있었다.)

 
 
대통령이 글을 쓰는 자세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통령이 글을 쓰는 자세라 해서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특별한 비밀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연설문을 통해 전달하려는 대통령으로서의 입장과 자세를 고민하는 데에 글을 쓰기 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생각이 나는 대로 메모하고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며 자신의 글에 쓰일 재료를 만들고 다듬어갔다. 이렇게 만든 재료들이 여러 방향으로 나뉘어 의미가 흐려지지 않고 내용이 청중들에게 잘 전해지도록 조리했다.
 
또 눈에 띄었던 것은 말과 글이 대부분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것인 만큼 쉬운 어휘를 사용해 메시지를 분명히 하려 했다는 점이다. 지식인들의 경우, 자신들이 배우며 쌓아온 지식의 수준을 은연중에 글에 드려내려는 습성으로 어려운 어휘나 문장구조를 사용하는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글은 언뜻 보면 화려하고 무언가 있어 보이지만, 많은 이들이 필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생각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글일 수 있다. 이 점을 간파한 두 대통령은 연설비서관이 써온 글을 같은 이유로 여러 번 다시 써오라고 했다한다.
 
연설비서관은 쉽게 말해 대통령의 입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일정에 따라 때와 장소에 맞는 글의 성격을 정하고 대통령의 입장에 맞는 글을 쓰는 일을 맡는다. 하지만 연설비서관이 써낸 글을 그대로 대통령이 읽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두 대통령은 전달받은 연설문을 직접 펜으로 수정하거나 이도 충분치 않을 경우 녹음으로 수정 사항을 전달할 정도로 글쓰기에 굉장한 열의가 있었다고 한다.
 
두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자세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멈추지 않으며 많은 이와의 대화와 정보를 바탕으로, 듣는 이를 고려하여 때와 장소에 맞는 글을 써내는 것. 대통령이 아닌 누구라도 이것을 충분히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본인의 의사를 글과 말로써 전달하는 것을 매일같이 고민하며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듣는 사람들을 먼저 배려한 그들의 글쓰기는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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