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똥손, 캘리그라피로 에코백 꾸미다 [공예]
모나미 에코백 꾸미기 원데이 클래스 참가 후기
글 입력 2017.10.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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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이 들어간 작품은 어떤 모양이든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손재주가 전혀 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내가 각종 원데이 클래스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고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얼마 전에도 마찬가지로 할 일은 제쳐두고 호기롭게 페이스북을 둘러보던 중 모나미에서 원데이 클래스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흑백 조화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상징으로 볼 수 있는 그 모나미에서 에코백 만들기, 머그 만들기 등 각종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힘든 하루를 보내던 나는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고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열린 모나미 에코백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했다.이 행사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국제문구·학용·사무용품 종합 전시회에 참가한 모나미가 선보인 것이다. 초청장을 받은 덕에 Alpha, Morris, Pentel 등 유명한 문구 업체부터 낯선 기업들의 제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후 1시30분, 모나미 부스에서 클래스가 시작됐다. 지나가던 관람객들 대부분이 클래스 참여 의지를 드러냈지만 사전 신청자만 할 수 있다는 말에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겨우 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예고 없이 불참한 사전 신청자 덕에 에코백을 만들 수 있었다.아무 무늬가 없는 천가방과 형형색색의 패브릭 마카가 앞에 놓여있었고 선생님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캘리그라피를 활용해 에코백을 만들어야 했던 이 날은 그간 잊고 있었던 고등학교 미술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누가 봐도 그림에 재능이 없던 나는 미술 시간이 참 싫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작업을 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하지만 평가받는 순간만큼은 그 순간이 선사하는 끝없는 좌절감 때문에 정말 절실히 피하고 싶었다. 클래스에 참가한 사람들은 열정적이었고 실력도 엄청났다. 많은 고민 없이 바로 패브릭 마카를 집어드는 모습을 보고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실력이 뒷받침될 때 연출할 수 있는 장면이긴 하다.내 옆에서 열심히 캘리그라피 연습을 하던 내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나와 함께 반을 대표하는 ‘똥손’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좀 달랐다. 글씨여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평소 실력을 감쪽같이 숨기는 친구에 대해 부러움과 원망의 감정이 들었다. 나 혼자 창피함을 감당하기란 참...다행히도 난 꽤 잘했다. 물론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다. 선생님이 “잘 하셨어요. 실전에 강하신 분이셨네”라고 말씀해주셨지만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폼 나지 않는 실력이란 건 거기 있는 모두가 알았다. 그럼에도 나는 정말 만족했다. 평소 에코백을 들고 영어 학원을 가시는 할머니를 위해 만든 ‘송’s aBC가방‘!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 썩 괜찮다는 것 때문에 기뻤다.집에 오자마자 할머니께 가방을 드렸고 기뻐하시는 듯 했다. 그러다 며칠 전, 할머니가 가방에 대해 별 감흥이 없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할머니의 취향은 좀 더 화려하고 복잡한 것이었을까? 그래도 난 할머니가 그 에코백을 들고 나가실 날을 눈 빠지게 기다린다. 일반 에코백과 달리 밸크로(찍찍이)가 부착되어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며...[이형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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