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ano Guys] Ants Marching/Ode To Joy, 행복한 개미 이야기

글 입력 2017.10.2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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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s Marching/Ode To Joy, 행복한 개미 이야기


  '첼로의 노래'를 듣고 The Piano Guys(TPG)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이분들의 음악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The Piano Guys로 검색해서 나오는 노래들을 제목만 보고 스무 곡 정도 구매했습니다. 이 때의 마음가짐은 'TPG is 뭔들'입니다. 들어보지 않아도 좋을 거라고 믿고 일단 사고 나서 듣는 것이죠. 저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생겼는데 어느 곡이 좋은지 잘 모를 때 이 방법을 종종 사용하는데, 실패하는 경우는 정말 드문 편이에요. 오히려 뜻밖의 인생곡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곡도 바로 이렇게 만난 제 인생노래입니다.


TPG.jpg
 


출퇴근길의 친구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던 시기는 2014년 가을, 서울시내의 테마파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입니다. 출퇴근 길에 항상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 사회생활 경험은 스무살때부터 세어봐도 부족하지만, 그 중에서도 그때처럼 '내가 일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던 적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테마파크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면 기본 8시간, 입장객이 많을 경우 1시간에서 3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하루 온종일을 테마파크에서 보내게 되죠. 집에서 깨어 있는 시간보다 파크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서인지, 제가 그곳에서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정말로, 그 생활이 싫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두 가지는, 오픈시간의 공기와 마감시간의 공기였습니다. 아직 입장객이 들어서기 전, 정비팀에서는 기구들을 점검하고, 각 업장에서는 오픈 준비로 분주한 그 분위기. 약간은 어수선하고 들뜬 그 공기는 그곳에서 일하는 다섯달 내도록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그 분위기에는 도저히 질릴 수가 없어요.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가는 날, 반별로 버스에 타서 과자와 음료수를 꺼내먹으며 느꼈던 그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반대로 마감시간의 분위기는 긴 여운을 남겨줍니다. 어두운 밤, 서서히 꺼지는 조명들 사이로 흘러나오는 작별인사와 로고송을 들으며 사무실로 돌아갈 때면, 즐거웠던 오늘 하루를 보내주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감정을 느낄 때마다 떠오른 노래, 그렇게 떠오를 때마다 반복해서 듣던 노래가 바로 Ants Marching/ Ode to Joy 입니다. 제목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삽이나 곡괭이를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일터로 향하는 개미들이 떠오르곤 했어요. 그리고 저도 그 개미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르바이트생만 600여명이 넘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으니, 전체 회사에서 보자면 저는 정말 작은 사람이었을지도 몰라요. 해당 기업을 크게 좋아하지도, 제 자신이 작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정말로, 그 놀이공원의 일원으로서 관람객들과 만나는 일에서는 늘 보람을 느꼈습니다. 단체생활을 하며 소속감을 갖는 것,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개미가 되는 것이 즐거울 때도 있다는 걸 그 때 느꼈죠. 늘 그럴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알고, 그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그곳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그때만큼의 소속감과 행복을 느끼기는 어려울 거에요.
 


개미들의 행진


  사실 Ants Marching-개미들의 행진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묘한 느낌이 듭니다. '개미'라는 곤충의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보면 '성실함'의 대명사이지만, 부정적인 느낌으로 봤을 때는 재미없는, 혹은 쳇바퀴돌듯 무미건조한 일상을 사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Ants Marching의 원곡인 Dave Matthews Band의 동명의 노래를 들어보면, 후자의 이미지가 더 강하개 느껴져요. 같은 멜로디이지만, 템포나 분위기에서부터 가사와 보컬의 보이스까지, 노래 전체에서 시니컬함이 풍겨나오는 것 같습니다.

 

 


개미들의 행진이 환희의 찬가와 만나면


  TPG는 자작곡들도 많이 내지만, 이번 노래처럼 원래 있는 두 가지의 노래를 섞어서 새로운 느낌의 노래를 만들어내는 걸 굉장히 잘 하는 아티스트에요. 원래 저는 이렇게 탄생한 노래를 TPG만의 새로운 노래로 여기기 때문에, 부러 원곡을 찾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보통은 이미 아는 노래들을 섞은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제 인생노래의 원곡인 'Ants Marching'을 처음으로 들어봤습니다. 분위기는 많이 달랐지만 정말 명곡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잘 모르는 밴드지만, Dave Matthews Band는 인기가 상당한 밴드라고 해요. 그 시니컬한 매력이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TPG는 어째서 이 노래에 '환희의 찬가'를 더해준 걸까요? 저는 그 이유를, 노래의 제목에서, 그리고 노래의 분위기에서, 원곡을 알기 훨씬 이전부터 느껴왔던 것 같아요. TPG는 '개미들'에게 따분함이나 냉소 대신에 '기쁨'의 감정을 담아준 거에요. 이 노래가 저에게 준 기쁨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곱씹으면서, 저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은 '관점의 차이'라는 것을요. 중요한 것은 '내가 지루한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그 일에서 지루함을 느끼느냐'라는 것, 반대로 말하면 '내가 즐거운 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느냐'라는 것. 그러니까 중점은 일이 아니라 나 자신, 그리고 내 마음가짐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든, '행복한 개미'가 되는 법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어요. 성실한 개미가 되어도 좋을,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그런 일을 찾는 것. 쉽지는 않겠지만 아주 어렵지도 않을 거에요.

 
지금을 사랑하고 계신 분들께
행복한 개미의 노래를 선물하고 싶어요.

 






4 Guys, 3 min, 2 cellos, 1 piano - Ants Marching/ Ode To Joy.
행복한 개미 이야기 마침.


류소현.jpg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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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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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하. 귀여운 글이네요. 저도 피아노 가이즈 좋아합니다. 특히 Home을 가장 좋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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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yuphonium
    • 2018.02.19 19: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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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글을 쓰고 한동안 다시 보지 않아서 댓글을 써주신 줄도 몰랐네요. 좋은 말씀 감사해요 :) Home 도 참 잔잔하고 좋은 곡이라고 생각해요.피아노 가이즈 노래는 다 좋은 것 같아요 ㅎㅎ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제 답글을 보신다면 오늘 하루도 보람찬 하루가 되기를, 혹은 보람찬 하루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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