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여행 - 살아가는 동네를 여행해보기

글 입력 2017.10.2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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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인류의 역사를 도시 없이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도시는 문명의 발전과 함께 단순히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을 넘어 문화, 경제, 정치의 중심지로 항상 자리해왔다. 이런 딱딱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인류 역사에서 도시의 비중이 어떠한지는 세계의 주요 관광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유명 관광지들은(종교 성지 같은 몇몇 관광지들은 포함되지 않겠지만) 뛰어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거나, 도시였거나, 도시인 곳이다. 사람이 살던 곳에 사람의 흔적이 남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단한 도시도 결국 우리에게는 어제도 살았고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아갈 공간이자 어제, 오늘, 내일 모두 같은 풍경으로 일상을 구성해주는 장소일 뿐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장소는 기업들과 관공서등이 모여 있는 중심업무지구가 아니라 출근길 버스 정류장, 점심시간의 커피 한잔을 책임지는 회사 앞 카페, 자기 전 한 바퀴 도는 학교 운동장 등일 것이다. 여기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질문 몇 개를 던져보고자 한다. 매일 걸어가는 길가에 무엇이 있는지 유심히 기억하고 있는가? 그 옆길은 어떻게 생겼는지 혹시 알고 있는가?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무엇이 유명한지 알고 있는가?

 슬프게도 일상적인 장소는 무심코 지나가거나 잊어버리기 쉬운 장소이기도 하다. 여행지에 가서는 주변을 다 살펴보던 눈이 매일 걸어가는 길에서는 길바닥이나 스마트폰 액정에 고정되곤 한다. 이처럼 비일상의 시각과 일상의 시각은 다르다. 목적을 따라 정면으로 고정되어있는 일상의 시각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이곳저곳을 관찰하지 못하도록 막고는 한다. 한번 가본 파리의 골목은 기억하면서 옆 골목의 풍경은 무심코 잊어버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이곳저곳 두리번거려 본다면 색다른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도시여행’에서 눈여겨볼만한 여행지들을 추천해보고자 한다.



1. ‘공유지’

 사전에서 공유지의 뜻을 찾아보면 ‘특정한 개인이나 사적 집단이 아니고,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의하여 소유되는 토지(출처 - 두산백과)’ 라고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는 뜻을 약간 바꿔보고자 한다. 감히 도시의 공유지에 대해서 정의해 보자면 ‘도시의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장소들’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쉽게 말한다면 ‘공유하는 땅’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정말 많은 장소들이 들어가 있다. 골목길, 도로 옆 화단,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공원, 학교, 시장, 관공서, 그리고 강이나 저 멀리 보이는 산 등등. 여기서 파생되는 요소들도 가득하다. 현관문 쪽에 내어놓은 화초들,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동네 지도, 가로등 사이에 걸려있는 동네 행사 플래카드, 공원이나 인도에서 치명적인 유혹을 날리는 노점상 등을 빼놓고 공유지를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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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장소답게 공유지의 모습은 도시의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간다. 만약 조금 오래된 주택가에서 살아간다면 길가에 내어놓은 화분이 있는지 꼭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화분들은 구불구불하고 좁은 주택가들을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꾸며준다. 지나가다가 한 번씩 얼마나 자랐는지, 꽃을 피우진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여행이 되어줄 것이다. 비슷하게 길가에 붙어있는 전단지나 플래카드도 도로의 모습들을 조금씩 바꿔주는 관광 포인트이다. 어떤 식당이 새로 생겼는지, 동네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동네와 더욱 친해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도시여행을 통해 일상의 힐링을 하고자 한다면 제일 중요한 관광 포인트는 공원일 것이다. 동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공원이라 하면 그 기준으로 일정한 규모를 생각할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 역시 혼자 공원을 찾아갈 때면 올림픽공원, 서울숲, 선유도공원 등 규모가 있는 공원들을 찾아가곤 했다. 물론 잘 조성된 대형 공원들은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쉼터이자 공유지이로,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처럼 유명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주변으로 돌린다면 동네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나무 몇 그루에 정자 하나가 전부고, 흔히 볼 수 있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동네 노인 분들의 사랑방일수도 있고 아주머니들의 헬스장일수도 있다. 어쩌면 동네 무서운 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동네의 작은 공원들은 도시여행의 좋은 포인트가 된다. 잘 관리되지는 않아도 주변 사람들을 따라 변화하는 역동적인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도시여행의 관광 포인트가 다 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길을 가다가 위를 바라본다면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 다른 건물들이 하늘과 함께 펼쳐질 것이다. 바로 동네의 스카이라인이다. 스카이라인이 뉴욕의 스카이라인, 해운대의 스카이라인처럼 거창할 필요가 있을까. 건물의 높이는 5층 정도이고 대부분이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라 해도 동네마다 스카이라인은 다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슬프게도 한국에 가득한 대형 아파트단지들은 스카이라인이 다 똑같아 보일수도 있다).



2. 상점

 상점은 공유지와 다르게 개인인 상점 주인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상점의 공간은 고객들을 위해 조성되며, 조성된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상점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은 공유지는 매우 유사하다. 또한 상점은 거리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간판, 길가로 진열된 상품들, 상점의 인테리어 등이 거리를 구성한다. 도시경관 개선 사업의 대상에 상점들이 항상 들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역시 상품일 것이다. 상품은 그 상점의 외형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조금 먼 시선에서 상점들이 있는 거리를 바라본다면 과일가게처럼 상품을 직접 밖에 진열하는 상점과 카페같이 실내가 더 아름다운 상점 등이 다채롭게 함께할 것이다. 또한 상점 하나하나를 유심히 구경하는 것도 좋은 관광이다. 하루는 과일가게에 무슨 과일이 있나 살펴보고 하루는 꽃집을 한 바퀴 둘러보는 등 상점 하나하나씩 돌아본다면 오랜 시간동안 재밌는 도시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마음에 꼭 드는 상점을 찾아 단골손님이 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어떤 상점들이 동네에 많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동네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상점들은 끼리끼리 모이곤 해서 악기점이 많은 동네가 있는가 하면 꽃집이 많은 동네가 있기도 하다. 동네에 무슨 상점이 있는지 잘 살펴보지 않았다면 꼭 살펴보도록 하자. 후에 다른 사람에게 동네를 소개할 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어느 동네를 처음 가볼 때도 상점들을 둘러보는 것이 역시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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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점 중에 꽃을 고르라고 한다면 노점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노점은 다른 상점들과 다르게 건물에 제한되지 않아 외부와 밀접한 거리를 가진다. 요리를 하거나 호객행위를 하는 등 바로 드러나는 상인들의 모습과 함께하는 고객들의 모습은 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노점은 많은 추억들을 담고 있는 저장소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먹었던 떡볶이나 거리에서 들려오던 확성기소리 등 많은 이야기들이 노점에 담겨있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고 공유하는 것은 노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도시여행의 백미 중 하나일 것이다.



3. 이야기

 지금까지 추천된 관광 포인트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포인트들이다. 즉 지금까지 이야기한 포인트들 뒤에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는 것이 도시여행의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많은 도시의 구성 요소들을 이야기했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도시의 핵심 구성요소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길가 화분을 보살피는 사람들, 공원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노점에서 떡볶이를 파는 상인분과 사먹는 학생 등이 지금까지 설명되었던 도시의 풍경들을 다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는 도시여행의 과정에서 본 일상들과 생각들을 모두 알 수 없겠지만, 그것들을 생각해보고 공감해보는 것은 도시여행의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포인트로 가장 적합할 것이다.
 


마무리하며,

 도시는 공간인 동시에 공간을 넘어선 존재이다. 건물이나 도로들은 어찌 보면 단순한 공간들로 보일 뿐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버리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여러 학자들은 인간은 서사적인 존재하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인 것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곧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도시는 삶이라는 수많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우리의 삶을 새롭게 이야기하는 문화예술 역시 덩달아 도시를 배경으로 서술된다. 삶이라는 이야기와 그것으로 만들어진 문화예술의 이야기들. 미약하게나마 안내한 도시여행이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이해하고, 만들어가는 일에 큰 도움이 되기를 감히 소망해본다.


- 모든 사진은 pixabay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김찬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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