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술과 감상 - 1

글 입력 2017.10.2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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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오늘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간다. 일반적인 생각에 미술관은 작품을 보러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술관은 단순히 미술작품을 걸어 놓는 공간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카페, 식당, 아트 샵 등 각종 편의 시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맥주파티나 음악회, 영화상영까지 기존에 미술관이 담당하던 역할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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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뮤지엄 스티키팟(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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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테라로사(카페)


미술관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공간에 대한 거부감은 낮아졌다. 영화관에 가듯 미술관에 가고, 약속 장소를 미술관으로 정하는 사람들도늘었다. 미술관은 이제 문화공간을 넘어 사람들에게 하나의 중요한 생활 공간이 된 것이다.
 
미술관의 역할이 변하면서 찾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정작 미술작품이라는 미술관 본래의 목적과 사람들의 거리는 여전해 보인다. 짧은 관람시간은 그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람료를 지불하고 들어갔지만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작품을 ‘슥’ 보고 나올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전시를 보고 나누는 이야기 역시 아예 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대화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품 감상을 목적으로 미술관에 방문했을 것임에도, 작품이나 전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미술을 잘 몰라서’라는 커다란 이유 때문일 것이다. 미술은 어렵다는 인식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팽배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이 없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현재의 미술이 사람들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술관련 서적은 학자들이 만들어낸 미술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려운 학술용어가 나오고 내용은 철학적이다. 게다가 미술은 단순히 설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보고 적용시키는 작업까지 포함되어 있기에 내용을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것의 대상이 대중이 되었을 때생기는 문제는 명백하다. 어려운 내용이 대중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술과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점점 벌어지게 만든다. 미술관의 교육프로그램, 강연, 블로그와 같은 콘텐츠는 내용도 간결하고 시각적으로도 보기 쉽지만 매체나 표현상의 특징일 뿐, 역시 비슷한 내용을 비슷하게 다루기 때문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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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런 어려움이 당연한 것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당연함’은 생각과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비판할 수 없게 한다. 다시 말해, 미술이 어렵지만 누구도 쉽게 만들려고 하거나 쉬운 미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아는 만큼보이는 것’으로 여기며 애초에 접근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미술관에가는 목적은 평론이나 정확한 해석이 아닌 ‘감상’임에도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려운 미술관련 콘텐츠가 더 많이만들어 질수록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보다는 오히려 미술이 어렵다는 생각을 강화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라파엘처럼 그리기 위해 4년이 걸렸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서는 평생을 바쳤다.” -파블로 피카소
 
이 시점에서 질문 해본다. 미술은 어려워야만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모든 가식을 벗고 어린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시절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크레파스로 그린 예쁜 꽃을, 심심할 때 연필로 했던 낙서를, 하루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그림일기를기억한다. 이것들은 쉽고 즐거우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생각과 고민은 필요하지만 외우고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지금 미술이라 불리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다. 그저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상상하며 느끼면 된다. 꽃을 보면 예쁘다고 생각하고, 낙서를 보면 심심해서 그랬을 것이라 추측하고, 그림일기를 보고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것이다. 아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미술은 어렵기도 하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관점일 뿐 다르게 바라보면 미술은 정말로 쉽고 우리가 이미 경험한 것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쉬운 미술이다. 때문에 필자는 미술의 재미에 먼저 빠진 사람으로써, 미술이 쉽고 즐거울 수 있다고 이야기 하려고 한다.




이 글에는 그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살아있는 언어로 쓸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방식과, 더 나아가 대상에 대해 가지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것이라도 쉽게 설명하면 쉽게 받아들이고 생각한다는말이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상술한 것처럼 미술은 어렵지만, 쉬울 수도 있다. 즉, 같은것 이라도 다르게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기법으로 설명하고, 모네를 ‘인상주의’ 화가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피카소가 느낀 비극을 이야기하고, 모네에게 ‘정원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라는 애칭을 붙여줄 수도 있다. 물론 학술용어나 어려운 표현이 제거된 미술은 전문적이지 않고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미술을 보고 생각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각자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미술을 보는데 있어 각자의 시선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이며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이 된다. 가령 예쁜 강아지 그림은,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스럽고, 행복한 느낌을 주고 집에 있는 강아지를 생각나게 만든다. 반면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불안을 느끼게하며 과거에 강아지에게 물렸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즉, 같은것 이라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도 있지만 필자 역시 필자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보고 느낀 미술의 즐거움과, 작품을 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다만 독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이 글 역시 열려 있는 미술작품과 같기 때문에 필자의 경험을 독자 본인의 관점에 비추어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할수 있는 부분도 있고, 필자의 의견을 독자 자신의 이야기와 결합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물론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비판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독자들의간접경험이 되어 미술을 조금 더 쉽게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각자의 경험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셋째, 아는 만큼이 아닌, 보이는 만큼만 볼 것이다. 우리가 미술관에 가는 이유는 아는 것을 시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보이는 것보다 아는 것을 보는데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이해하기 쉽게 그려 놓은 작품도 어렵게 생각하곤 한다. 이것은 평론이나 해석에 가깝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해야 할 일은 감상이다. 감상은 보고느끼는 모든 것으로, 모든 이야기는 보는 것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아는것은 부차적이다. 아는 것이 부족해서 그림을 덜 본 것도 아니고, 우리가 그림의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럼 너머의 무언가를 봐야 한다면, 정말로 봐야 할 것은 그림을 보는 우리 자신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보더라도 나무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것이 주는 느낌을 떠올리는 것, 감상은 그런 것이다. 알지 못해도 우리는 충분히 느끼고 감동받을 수 있다.
 
스무 살, 미술이 좋아 시작했던 공부가 생활이 되고, 여행이 되고, 직업이 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 미술의 재미를 알아가는 기간이었고 이제 나름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이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미술과는 동떨어진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청년이 그림 하나 보겠다고 500만원으로 온 유럽을 헤집고 다니고, 전공을 버리고 미술계에 종사하게 된 이유를 말하고 싶다. 
미술이 두려운 사람, 미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가끔은 미술을 즐기기를, 가끔은 미술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를, 가끔은 이 삭막한 세상을 아름답고 즐겁게 바라보기를 바란다. 미술은 돈보다 사람에게 더 가까운 것이 되어야 한다.


[공정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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