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필름을 되감는 이유 [문화전반-사진]

글 입력 2017.10.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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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생 때만해도 소풍이나 특별한 날, 일회용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아이들의 손에는 셀카 기능이 탑재된 디지털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아이들은 삐까뻔쩍한 외형에 너도나도 찍어보기를 원했고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하며 이야기하기 바빴다. 이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면 온라인으로 필름을 구매해야 했고 길거리에서 쉽게 구하기 힘들어졌다. 그렇게 사라진 필름카메라는 소위 마니아들 손에서만 존재했다. 
 
2017년, 다시 필름카메라가 유행되기 시작했다. 필름카메라를 선두로 흑백사진을 찍어주는 기계와 사진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색을 선명하게 구사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기에 흑백사진이 다시 유행한다니 아이러니하기만 할 것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손에 든 필름카메라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박스에 방치돼있던 필름카메라의 만남을 시작으로 필름카메라 사랑은 시작되었다. 투박한 카메라 외형에 전원을 누르면 올라오는 셔터의 소리, 렌즈가 움직이는 소리.  모든 소리가 내 귀에 꽂히고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자주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뷰파인더를 통해서 보는 풍경은 또 다른 작은 세상 같았다.
무엇이든지 쉽게 취득하고 찍는 시대에 필름카메라는 처음부터 그 결과물이 좋을 수 없다.
어떤 날은 조리개 값을 잘 못 선정해 아무것도 안 찍힐 수도 있고 셔터 속도에 따라 사진이 흔들려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필름카메라를 찍는 이유는 뭘까.

서툰 매력.
높은 화질, 저장 공간보다는 서툰 매력이 더 먼저 다가왔다. 필름마다 주는 느낌도 달라 여러 가지의 필름을 사용하여 찍는 재미도 있다. 흑백필름의 매력은 색에 치우쳐 보이지 않던 것이, 색이 옅어지면서 오히려 사람과 풍경, 그 상황을 더 도드라지게 표현한다. 매일 보는 건물과 하늘도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보이지 않던 건물의 색상, 흙, 구름 형상 등 더 많은 것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의식주가 해결 되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재미있는 활동. 그것이 문화, 예술 공연이었다. 전시회, 사진관, 뮤지컬, 강연 등 요즘은 문화경연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보는 재미, 듣는 재미 같은 감각을 중시했다. 그 감각은 직접 내손으로 만지고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카메라가 채워주기에 적절했다. 편리해지고 빨라지면서 결과만 중요시하는 세상 속에서 내 손으로 하나씩 만지는 활동이 그리워졌다. 너무 빨라진 시대에 지쳐 느긋하게 주변을 보고 한 템포 쉬어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복고풍의 나팔바지나 스웨터가 다시 유행하는 문화예술도 돌고 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명작소설을 다시 뮤지컬로 공연하고, 옛날 명곡을 지금의 버전으로 편집해서 다시 부르고 옛것을 우리 나름대로 계속 기억하는 것이다. 이처럼 필름카메라의 유행도 옛것을 체험하고 다시 이 시대에 맞게 재현해내는 형태인 것이다. 필름카메라 하나로 옛날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현세대와 과거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체험하고 경험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지금. 
그  둘이 적절히 공존하기에 서로가 존재한다.
카세트에서 듣던 라디오가 더 발전되어 폰에서 듣는 지금처럼 폰에서 필름앱을 다운받아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느낌을 구사한다. 우리의 손안에서 쉽게 아날로그를 접할 수 있다.
필름카메라, 더 나아가 아날로그가 다른 형태로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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