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왼손잡이에게 세상의 물건은? [문화 전반]

왼손잡이로 살며 느낀 불편한 점과 개선 방향
글 입력 2017.10.2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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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잡이’ 하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필자는 왼손잡이로서,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의외로 세상 곳곳에는 왼손잡이용의 물건들이 부족하다. 대학에 와서 가장 많이 화가 났던 것 중의 하나는, 여러 학생에게 적합해야 할 의자와 책상이 한 몸이 되어 붙어있고, 심지어 팔을 받쳐주는 부분은 오른쪽에 위치한 책상의자였다. 지금 듣는 수업에서도 이러한 책상의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자칫하다 필기가 많은 수업이 그 강의실에서 진행된다면 필기하는 그 모든 순간에 팔을 든 상태로 몸을 오른쪽으로 치우쳐 필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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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라면 한번쯤 앉아 봤을 책상의자.
왼손잡이에겐 특히나 불편하다.


  왼손잡이에게 불편한 순간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밥을 먹을 때, 오른손잡이인 사람 옆에 앉게 된다면 밥을 먹을 때 팔이 부딪힐까 신경 쓰게 된다. 그런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왼쪽끝 자리는 자연스럽게 왼손잡이의 차지가 된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모두 그저 주로 사용하는 손의 방향이 다를 뿐인데, 눈치는 자연스럽게 왼손잡이 차지다. 가위질도 예외가 아니다. 가위는 오른손잡이의 손에 맞게 설계되어있다. 힘의 방향이 철저히 오른손잡이 위주여서, 왼손으로 가위질을 한다면 잘 잘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특이하게 가위질을 하는 버릇이 들었는데, 내가 가위질을 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또 이상하게 보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는 환경미화를 위해 교실 뒤를 꾸미는 일을 맡았는데, 내가 가위질을 하는 것을 교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보러 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끔 왼손잡이인 친구를 만날 때면 뭔가 동지애가 생긴다. 나처럼 왼손잡이의 불편함을 느꼈을 테니까. 그렇지만 사실 왼손잡이는 그렇게 특이한 사람은 아니다. 왼손잡이는 인구의 약 8-15%를 차지한다고 한다. 생각보다는 꽤 많은 숫자다. 그리고 왼손잡이가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도, 특이한 순간이 아닌 굉장히 사소한 순간들이다. 한 칼럼은 왼손잡이가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를 몇 가지의 예시로 들었다. 나사나 뚜껑을 여는 방향, 악기, 가위, 자, 칼, 뒤집게, 동전 지갑, 심지어 필자가 사랑하는 카메라마저도 사실은 오른손잡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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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Craft Design사에서 만든 양손잡이용 가위,
하지만 가격은 매우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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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접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부분은 오른쪽이다.
왼손은 그저 거들 뿐.



Martin-D-28.jpg

기타는 왼손잡이 연주법을 특별히 배워야만
왼손으로 연주할 수 있다.


  이렇게 세상이 오른손잡이를 위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데, 사실 왼손잡이용 물건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또 사회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의 물건에 익숙하도록 가르친다. 학교에서 미술 시간에 잠시 빌려주는 가위는 모두 오른손잡이용이며, 우리가 매일 지하철을 타기 위해 드나드는 개찰구도 카드를 오른쪽에 찍어야만 한다. 또 가끔 사회는 왼손잡이를 특이하게 바라보며, 왼손잡이가 원하는 것들을 마치 사치인 것처럼 바라보기도 한다. 유난히 왼손잡이를 위한 물건은 유별난 것으로 취급된다. 다른 것인데 틀린 것으로 여겨지며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들이 많은 세상에 익숙해진다.

  필자는 이러한 오른손잡이들의 세상이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쓰는 휴대폰조차도 잠금 버튼이 오른손잡이에 편하게 만들어져있다. 오른손을 이용하면 엄지로 잠금 해제를 누르면 되지만, 왼손을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힘이 적은 검지의 옆면으로 힘을 주어 눌러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으로 한때, 학교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왼손잡이를 위한 휴대폰 케이스를 만든 적도 있다. 핸드폰을 바꿀 수 없다면 핸드폰 케이스를 다르게 만들어 조금이라도 왼손잡이에게 편한 형태를 제안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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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잡이는 엄지로 누르고,
왼손잡이는 검지의 옆면으로 누르게 된다.


  이렇게 왼손잡이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이름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영어: universal design, 보편 설계, 보편적 설계)이란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으로, 영국의 셀윈 골드스미스에 의해 처음 개념이 정립되었으며 미국의 로널드 메이스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모두를 위한 설계”(Design for All)라고도 한다. 이는 배리어 프리나 접근성 디자인, 보조과학기술로부터 나타났으며, 예를 들어 쥐는 힘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 레버식 문 손잡이 등을 설계하는 것 등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 한다. (위키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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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환자들의 식사를 위한 'Liftware' 숟가락.
손의 흔들림을 분석해 보정해준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라 하면 보통 장애우들을 위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8-15%를 차지하는 왼손잡이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실 그렇게 흔하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왼손잡이를 위한 제품은 특히나 더 적게 느껴진다. 보통 인터넷으로 검색해 주문해야만 접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길가의 아무 문구점에 들어가서 왼손잡이용 가위가 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학교에서도 모든 방향은 다 오른쪽부터라고 가르치며, 왼손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쳐다보곤 한다. 필자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또 왼손잡이의 한 사람으로서, 세상이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잡이용 물건을 쓰는 것을 가르치는 세상이 아니라 미술 시간에 왼손잡이용 가위를 챙겨주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다수를 위한 물건에 소수의 사람이 맞추는 것이 아닌, 소수를 위한 물건을 가치 있게 생각할 줄 아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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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왼손잡이지만,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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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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