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서,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 [문학]

글 입력 2017.10.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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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독서,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


제게 독서라 함은 일상의 쉼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떠한 지식의 창출보다 제게 더 큰 의미는
스스로 안정되는 기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독서입니다.

책을 읽는 행위의 의미는
개개인이 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독서가 제게는 '위로', '피로회복제'
정도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 이유는 온전히 저 혼자만이
스스로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즐거우나,
홀로 책 속의 글, 그림을 마주하고 공감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영감을 받아내는 일은
온전히 스스로의 충돌이어서 더욱 집중하며
상념을 지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최근, 공강시간에
학교 도서관에서 마주한 제 위로의 책,
3권에 대한 짤막한 리뷰를 적어봅니다.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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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준
출판사 : 난다
2017년 07월 01일 출판

운다고 달라지는 일이 없다하여도
이 책을 읽으며 같이 울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이 책에 이어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읽고 있습니다.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들어 읽게 된 책인데
제게는 정말 잘 맞는 위로의 책이었습니다.

떠난 사람들의 기록을
책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슬픈 것은 당연하겠지요.

+

1. 그늘
    남들이 하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살겠다며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고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

2. 그해 경주
    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3.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꼭 나처럼 습관적으로 타인의 말을 기억해주는 버릇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4. 검은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유서처럼 그 수많은 유언들을 가득 담고 있을 당신의 마음을 생각하는 밤이다. 

5. 떠난 이를 기억하는 일은, 아직 오지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과 꼭 닮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6. 오늘은 늦은 답서를 할 것이다. 우리의 편지가 길게 이어질 것이다.

7. 그해 여수
    그해 밤 별빛은
    우리가 있던 자리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눈으로 들어와 빛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8. 그해 협재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오래 침묵했고
    과거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조금 안도했습니다.

9.  요즘 꿈에는 당신이 자주 보인다. 꿈의 장면은 매번 흑백이고 당신은 말없이 돌아앉아 있거나
   먼 들판에 홀로 서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운이 좋은 날에는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느 그동안 모아놓은 궁금한 일들을 이것저것 묻기에 바쁘다. '살 만해?'
   아니 '죽을 만해?' '필요한 것은 없어?' '지난번에 같이 왔던 사람은 누구야?'
   어느 날은 오랜만에 나타난 당신이 하도 반가워서, 꿈속 당신에게 내 볼을 꼬집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당신이 웃으며 내 볼을 손으로 세게 꼬집었다. 하지만 어쩐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꿈속에서 지금이 꿈인 것을 깨닫고 엉엉 울었다. 그런 나를 당신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힘껏 눈물을 흘리고 깨어났을 때에는 아침빛이 나의 몸 위로 내리고 있었다. 당신처럼 희고 마른 빛이었다.

10.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자책과 후회로 스스로의 마음을 더 괴롭게 할 때, 
     속은 내가 속인 나를 용서할 때, 가난이나 모자람 같은 것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되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제야 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채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57쪽)

11. 해남에서 온 편지

      배추는 먼저 올려보낸다.
      겨울 지나면 너 한 번 내려와라.
      내가 줄 것은 없고
      만나면 한번 안아줄게. (69쪽)

12.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었을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 (148쪽)

13.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14. 그해 연화리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나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91쪽)





<책 '사라지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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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니나킴
출판사 : 콜라보
2016년 07월 18일 출판

워리(Worry)와 함께하는 일상 속,
나만의 숨구멍을 찾는 글과 그림이 가득한 책입니다.
귀여운 그림을 물론이고 스스로 공감이 되는
글귀들이 많았던 책입니다.

+

1. 오늘,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

2.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건 너무 어려워. 잠시만 이러고 있을게

3. 온갖 추측을 하며 널 붙잡으려 애쓰는 동안 나는 나를 잃어갔다.

4. 비가 오는 날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원인 모를 우울감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주기 때문이겠지.

글과 그림을 같이 보면 더 좋은 책입니다.





<책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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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손원평
출판사 : 창비
2017년 03월 31일 출판

창비 청소년 문학 소설책입니다. 

감정을 모르는 한 소년의
성장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성장과 이해, 가능성
그리고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설이야말로 지금 내가 있는 시공간에서
살짝 비틀어진 알 수 없는 세계에 들어가는 느낌이라
더욱 좋습니다.

+

1. 하지만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2. - 엄마도 주름이 있네
    - 이제 엄마에겐 남은 건 늙는 일밖에 없단다.

3.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괴물

4. -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가 내 손을 조물거리며 덧붙였다. 생일축하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어딘지 식상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야 하는 날이 있는 거다.

5.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6. - 사랑!
    - 그게 뭔데?
    엄마가 짖궃게 물었다.
    - 예쁨의 발견.

7. - 너 지금 왜 심박수가 높아진 건지 알아?
    - 아니.
    - 내가 너한테 가까이 다가가니까 심장이 기뻐서 박수치는 거야.

8.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말했듯이,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부딪혀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9. 흔히 기적은 없다고 말들 하지만 나는 당신을 통해서 매 순간 기적을 체험합니다.
    이 광막한 우주 공간, 인간으로서는 헤아릴 수도 없는 영겁의 시간 속에서 같은 별, 같은 나라,
    같은 시대에 태어난 우리.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이지요.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우리는 부딪쳤어요.
    각각 다른 별자리에 외로이 붙박여 있던 별들이 부딪치듯이 극적으로.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어요. 이보다 더한 기적이 있을까요?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
오랜만에 책을 마주하고 지쳐있는 자신을
마주하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요?

항상 즐거운 일이 가득할 당신의 하루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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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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