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이, 박열 [영화]

그들이 원하는 영웅
글 입력 2017.10.3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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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포스터.jpg

 
 
Prologue.


박열이 개봉을 한 지는 시간이 조금 흘렀다. 최근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다시 한번 대중들의 관심을 받은 영화 박열. 영화 속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어떤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차이점이 있었는지에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박열,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로 활동하다


박열이라는 인물은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인물이었다. 그가 다른 이들과 달랐던 것은, 그가 민족주의나 공산주의를 표방하지 않고 아나키스트로서 활동했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받기를 원하지 않으며 무정부 상태의 조선을 염원했던 그의 사상은 당시에 흔하지 않았고, 지금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해받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하며 당연히 주어지는 권리들은 지배를 받게 되면서 온전히 개인의 것으로 존재할 수 없다며 아나키즘을 주장했던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의 의지와 신념을 꺾지 않아 강건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영화 속에서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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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가네코 후미코를 만나다


그는 이런 자신을 모두 이해해주는 여인 가네코 후미코를 만난다. 일본인이었던 그의 아내와 함께 계속해서 조선의 독립을 외쳤던 박열은 가네코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사상의 동반자이자 삶의 동반자로서 매 순간 그녀와 함께한다. 일본 경찰의 탄압으로 감옥에 가서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서도 박열과 가네코는 한복을 입고 조선의 독립을 외친다. 그 뿐만이 아니라 피고인석을 그들의 공석 삼아 일본 국민들이 가혹하고 부당한 일본 정부에 의해 지배받고 있음을 재판을 통해 알리기까지 한다. 이 대목에서 그들의 강한 신념과 서로에 대한 사랑이 매우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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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원하는 영웅이 되다


1923년 관동 대지진 이후, 일본군이 퍼뜨린 헛소문으로 조선인이 학살된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일본은 불령사를 조직한 박열을 그들의 타겟으로 삼았다. 박열에 대중들의 시선을 주목시켜 비난받게 함과 동시에 조선인들의 사기를 함께 꺾으려는 목적이었다. 박열은 이들의 계략을 모르지 않았지만, 스스로 잡혀들어가 재판을 받으려 한다.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그의 많은 조력자들이 반대했지만 그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영웅이 되어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당당히 조선 독립을 외치고 재판석에서 일본 재판관들과의 동등한 위치를 요구하는 등 그의 발언은 하나하나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의 계획대로 재판은 가장 큰 화젯거리가 되었고, 취재를 금지했음에도 사람들의 관심 가운데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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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인공, 가네코 후미코


박열이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그 옆에는 가네코가 있었다. 일본인이었고 글을 익히지 못한 그녀였지만 사상에 대한 열정과 박열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 강하고 뜨거웠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어 뜨겁게 피웠던 사랑도 그녀가 지금까지 기억되는 이유이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영화 박열을 보고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정확히 판단하며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가 부당한 것임을 알았다는 것, 그리고 조선과 일본 모두의 정부가 사라져야 함을 그녀는 온몸으로 이해하고 실천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기 드문 강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 반가웠으면서도 그녀가 역사 속 실제 인물이었다는 사실도 관객들이 미소지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뛰어났던 그녀의 남편 박열에 전혀 묻히지 않는 확고한 신념과 행보로 스토리가 더 입체적으로 빛나 감동도 더해졌던 것 같다. 자신의 삶이 끝나기 전까지 사상과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강하게 타올랐다 스러진 그녀는, 박열과 함께 한 시간만이 자신의 인생이었다고 말할 만큼 박열과의 시간과 그 시간 속의 그녀를 무척 사랑했던 것이다.





독특한 두 주인공 캐릭터와 조선의 독립, 그리고 아나키즘으로 풀어낸 박열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다. 박열이 지닌 독립에 대한 신념 뿐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빛났던 여성 가네코 후미코. 그 둘의 만남이 이뤄낸 역사적 사실이 각색된 영화보다 그들의 실제 삶이 더 영화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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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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