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어느 마임이스트의 자기고백 ‘2017한국마임 유진규 빈 손’

글 입력 2017.10.3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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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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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마임
"우리, 지금, 여기"

마임이스트 유진규 45주년 특별공연 '빈 손'

2017년 10월 26-27일
동양예술극장 2관


매년 10월 대학로 일대에는 마임의 몸짓이 흐른다. ‘우리, 지금, 여기’라는 슬로건으로 대중에게 다가온 2017 한국마임은 지난 18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마임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은 ‘고백’이란 하나의 키워드로 압축된다. 한국마임에서의 고백은 자유롭고 진솔한 표현의 장으로 대체된다.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진행된 개막 퍼포먼스 ‘몸의 고백’이 그러했고, 곳곳의 공연장에서 선보인 마임이스트들의 몸짓이 그러했다. 말 대신 오로지 몸짓으로 언어의 깊이를 표현하는 마임이스트들의 동작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낯섦을 유도하기에 솔직하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 마임이란 미처 하지 못한 말 대신 움직임으로 말하는 일종의 고백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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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마임에서 단연 주목받는 공연은 유진규의 ‘빈 손’이다. ‘빈 손’은 국내 마임 1세대인 유진규의 대표작으로 인생살이에 있어 공수래공수거의 진리를 머금은 작품이다. 또 한편에서는 한 평생 마임만 바라보고 연구해온 어느 마임이스트의 자기 고백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1998년 초연된 ‘빈 손’은 유진규의 마임인생 45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마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온 유진규의 마임인생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자기고백적인 ‘빈 손’은 그의 마임인생에 있어서 그 스스로도 손에 꼽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유진규의 ‘빈 손’은 지난 26일, 27일 동양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어두운 무대 위로 두 명의 연주자와 함께 유진규가 등장한다. 공연에는 별다른 무대 장치도 없고, 그저 조명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다만 작품 속에는 여러 오브제들이 등장하는데, 그것만이 오로지 작품 속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움직임으로 다가온다. 초반에는 흰 비닐을 가지고 그것의 모양을 변형하면서 빛의 흐름에 따라서 몸짓의 강약을 조절한다.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제향의식을 하듯이 초를 피우는 행위를 하고, 마지막에는 그릇에 물을 담아 뿌리기도 한다. 다양한 물건의 사용을 통해서 유진규는 공수래공수거의 역설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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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손’이란 제목을 보고 ‘공수래공수거’란 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빈손으로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인생의 순리 속에서 살아있는 동안에는 무수히 많은 것을 가지고, 만진다. 그의 ‘빈 손’ 또한 그러했다. 공연의 시작과 끝을 하나의 인생이라 보면, 삶이 계속해서 흐르는 것처럼 그의 움직임 또한 공연 내내 계속되었다. 고요한 어둠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그의 몸짓은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움직임을 수행해야하는 일종의 업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빈 손’은 무에서 무로 돌아가는 길에 만나는 유의미한 것들에 대한 반성과 동시에 그로부터 멀어지는 작업인 셈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가, 모든 것을 가지고, 또 다시 무의 상태로 돌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인생길은 유진규에 의해 예술적 감성을 머금고 ‘빈 손’으로 다시 태어난다.
 
유진규는 한국적인 마임을 그 누구보다 잘 표현할 줄 아는 마임이스트다. 그렇기에 ‘빈 손’을 통해서 여백의 미라는 한국의 정서를 만날 수 있었다. 여백의 미처럼 최소한의 구성과 표현은 그가 표현하는 삶의 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관객을 이끌었다. 그렇기에 유진규의 ‘빈 손’은 45년이란 세월동안 오로지 마임만을 바라보며 걸어온 어느 마임이스트의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맡은 바 제 할 일을 다해온 한 인간의 자기고백에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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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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