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06. 이 환상만큼은 현실과 괴리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 정수연

‘당신’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글 입력 2017.11.0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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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當身)

1.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2.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살아온 동안 많은 사람들과 대면해왔으면서도 누군가와의 의식적인 만남은 언제나 적절한 긴장과 설렘이 함께 한다. 드디어 여섯 번째 ‘당신’과의 만남. 몇 번의 시도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리는 ‘아티스트’를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아트인사이트 내 작품을 기고하는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특히, ‘에디터’와의 만남을 내내 기다려 왔다. 매주 색다른 주제로 찾아오는 신선함과 이곳저곳 다양한 분야로의 접근성 때문에 어쩌면 글들이 중구난방일지 몰라도, 에디터는 아트인사이트의 가족이 된 후 다들 거쳐 오는 과정이기에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함께 나눠본다면 어떨까 싶었다. 가장 활발한 활동 시기이기도 하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에디터. 우리는 그들이 궁금했다.

 당신에게 들려줄 여섯 번째 대화는 에디터 정수연씨와의 만남이다. 현재는 <사자가 끄적일 때> 연재 마무리와 동시에 새로운 시작점에 있다. 이번 인터뷰는 문화리뷰단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에디터 신분으로서의 마지막 대화다.


Q. 아트인사이트 구독자분들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에서 <사자가 끄적일 때>라는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정수연이라고 합니다! 생활 툰 형식을 빌려 제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그리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제 만화를 좋아해 주셔서 감개무량합니다 ㅎㅎ.

Q. 아트인사이트 페이지에서 즐겨 보는 작품이 있나요?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유년의 기억, 보암보암. 주로 에세이를 많이 읽었어요. 그러고 보니 다 에서 인터뷰 했던 분들 작품이네요.
저는 글을 잘 못 쓰거든요. 글보다 그림으로 제 생각을 전하는 게 더 편해서 글을 쓰려고 노력도 별로 안 해봤어요. 그래서 자신의 기억과 생각과 감정을 글로 잘 전달하는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단순히 글을 쓰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 글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니, 저는 영원히 못 따라갈 것 같아요.

Q. 수연씨 자신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일까요?

A. 저는 노란색이요! 제 프로필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탈색머리에요. 부모님이 엄격하셔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염색, 파마 같은 건 꿈도 못 꿨거든요. 그래서 20살이 되자마자 바로 탈색을 해버렸어요. 반항의 의미 조금, 그리고 이제 저는 더 이상 구속 받을 나이가 아니라는 나름의 의미를 조금 섞어서 말이에요. 근데 갓 스무 살이 된 친구들 보면, 대부분 잠깐 탈색했다가 금방 어두운 색으로 덮어요. 저는 끝까지 버텨서 이 노란 머리에다가 빨주노초파남보 모든 색으로 염색을 해 보겠다고 다짐했어요. 검은 머리로 돌아가면 왠지 다시 구속 받는 기분이 들 것 같고, 염색도 잘 안 되거든요. 하고 싶은 색깔을 구속 없이 마음껏 할 수 있는 노란색.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고 싶은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Q. 인터뷰 답신을 하는 기간 동안 수연씨 하루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무엇을 할 예정인가요?

A. 방금 교양과목 시험을 하나 보고 왔어요. 이번 학기는 이런저런 일들이 너무 많이 겹쳐서 공부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그런 것 치고 잘 본 것 같아서 뿌듯해요. 지금이 시험 기간이라서요. 사실 지금도 공부해야 하는데 너무 하기 싫어서 인터뷰를 작성하고 있었어요. 인터뷰 다 작성하고 또 공부하러 가야 돼요.

Q. 수연씨에게 13월이라는 비현실적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가요?

A. 저는 못 만났던 친구들이랑, 또 가족들이랑 여행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못 챙겼던 여러 인간관계를 챙기고 싶어요.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해야지 하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느라 잘 못 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많이 싸우기도 하고,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어요. 그런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13월이 주어진다면 일단 싹싹 빌고 시작할 것 같아요 ㅎㅎ

Q. (릴레이질문) ‘현재 하고 계시는 일과 작업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제 작품에 정체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제 막 뭔가 시작하고 있는 단계 같아서…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라면, 옛날에 반에 한 명씩 공책에 만화 그려서 반 전체에 돌리던 애들 있잖아요. 그게 저였어요. 외동이라 집에 혼자 있는 날이 많았었는데, 그때마다 혼자 공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어요. 몸이 약해서 바깥에서 노는 날 보다 집에서 혼자 상상의 세계에서 노는 날이 더 많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이어지면서 만화를 그리게 된 것 같아요.



'당신'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여전히 쑥스럽지만,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만화를 다시 그려보겠다’는 어린 시절 ‘당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어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당신’.
 
 그런 당신을 바라보는 나의 세 가지 시선. ‘열정, 일상, 현실‘


-

“하지만 꿈이 있다는 것과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때문에
 저는 제 열정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열정’.
늘 당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간직하고,
계속해서 열정을 품어온 당신.



Q. <뱁새의 발걸음>화에서 일을 할 열정이 아직 남아있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어주셨는데, 아직도 그 열정은 지속되고 있나요? 지속되고 있다면 어떤 원동력이 수연님의 열정을 유지시켜 주고 있나요?

A. 제가 지금 꼭 이루고 싶은 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개그맨 양세형씨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되기. 또 하나는 제 만화를 연재하기. 제가 정말 양세형씨를 존경해요. 그래서 양세형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어요.

양세형씨가 정말 노력파거든요.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자기 꿈에 대해 열정적이고,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양세형씨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할 기회가 있어서  ‘어떻게 하면 열정적으로 살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돌아온 대답이 이거였어요.

“닳아 없어질 바에 녹슬어 없어진다는 정신으로 살면 돼요. 전 ‘최선을 다 했다’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아요. 결과가 안 좋으면 최선을 다 했다는 말은 변명일 뿐이거든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는 사람이 꽤 있지 않나요? 저도 저 말을 제 좌우명으로 삼았어요. 양세형씨도 제 꿈을 알고, 응원까지 해 줬거든요. 꼭 방송국에서 만나자고. 제 우상한테 응원까지 받은 이상 제가 나태해질 이유는 없어요!

또, 전 아직 어린 저에게 사과 받아야 할 일이 남아있어요. 멋대로 꿈을 포기해버린 게 너무 후회돼요. 제가 그리고 싶었던 만화를 그려서, 그 만화를 연재할 수 있을 때까지 저는 멈추면 안 돼요. 실제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어요. 학생회, 학회, 동아리는 물론이고 학교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고, 만평도 연재하고.. 아트인사이트에 만화도 올리고 있으니 꽤 많은 일들을 하고 있기는 하네요. 이 중 3개만 한꺼번에 겹쳐도 밤을 새야 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하지만 꿈이 있다는 것과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때문에 저는 제 열정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일상’적인 당신의 이야기,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나의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기에 결코 쉽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한 당신의 시선은 언제나 주변을 향해있었다. 당신의 이야기가 어딘지 경직되어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림과 글. 꽤나 무거운 사명이었을지 모르지만, 분명 당신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공감이 많이 되고 좋았다. 그 중에서도 <'그냥'의 무게>가 가장 인상이 깊었는데, 읽다보니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사실 보통의 인간인 우리는 실수를 하지 않고,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살아가기란 참 힘든 일이다. 조심한다고 했던 것이 오히려 더 독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물어보고 싶었다.



Q. 내 행동과 말들이 잘못되었다고 깊이 깨달았을 때, 상대방에게 어떻게 그 마음을 전하는 게 좋을까요? 진심이 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혹시 그 기억 저희에게 소개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A. 음, 저는 상대방에게 제 잘못을 인정하고 마음을 전해서 진심이 통했던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인간관계에 무척 서투르거든요. 상대방과 갈등이 생길만 한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으려고 말을 아끼고, 제가 먼저 지고 들어가고, 서로 약간이라도 감정이 상하면 그 날부터 말을 안 해 버리거든요. 바보같은 방법이라는 건 알지만, 이게 제일 편한 방법이었어요. 이 방법이 고등학교 때까지는 통했는데, 대학교 들어오고 나서는 힘들더라구요. 제가 굽히고 들어가는 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저를 얕보는 사람들도 생기고, 또 그것 때문에 제 속만 썩는 느낌이고… 그런데도 제 성격을 쉽게 바꿀 수는 없어서 선택한 것이 ‘생활툰’ 이었어요. 그날그날 떠올랐지만 말하지 못 했던 말들을 공책에다 적어놓으니까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올 때 적어도 어떻게 대처할 지는 알겠더라구요.

Q. 일상툰을 연재하시는 만큼, 그 나름대로의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에피소드 하나를 그릴 때마다 수연씨의 일상과 하루하루 느꼈던 감정들을 돌이켜 봐야하니까요. 그런 특징 때문에 아마 저였으면 '이건 너무 일기 같으려나?'하면서 적정선을 지키느라 애먹었을 것 같아요. 혹시 수연씨에겐 '이것만큼은 지켜야지'하는 창작 원칙이 있을까요?

A.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제가 받기 싫은 만큼 남들도 상처받기 싫어할 테니까요. 사실 생활툰 소재로 쓸 만한 이야기들은 많이 있어요. 친구들도 제가 만화를 그린다는 것을 다 아니까 만화로 그릴만한 예전 이야기들을 많이 얘기해주는 편이구요. 얘기를 들으면 항상 고맙다고, 소재공책에 적어놓긴 하지만 대부분 쓰지는 못 해요. 아무리 재미있었던 경험이라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누군가는 조금씩 상처받았을 만한 경험이 많거든요. 제 자신이 아무리 상처받았어도 탁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 하는 성격이라 저와 비슷한 남들까지 생각하게 됐나 봐요. 그래서 제가 그린 이야기의 대부분이 조금은 경직되어 있어요. 

Q. 모든 에피소드가 참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고민에 대한 해결 방안을 직접적으로 내려주진 않지만, 웹툰을 보는 그 자체로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 <닭싸움>편에서 작가님께서는 "할 말이 있지만 하지 않는다"라며 끝을 맺으셨지만요,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는 우리 존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저는 저보다 나이를 조금 더 먹었다고 다 아는 듯한 말투로 제게 충고하는 사람을 싫어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어떻게 하면 제가 싫어하는 사람처럼 안 말할 수 있을까요. 어렵네요.

“오늘도 수고했으니까
상으로 맛있는 거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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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제가 제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
“이 환상만큼은 현실과 괴리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현실’적인 당신의 이야기.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만 사람 때문에 살아간다는 것을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머금는다.


 “정작 현실에서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인생에서 ‘현실’이란 말에는 어쩐지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나를 나아가게 하는 것도, 내 발목을 잡는 것도 현실이다. 오래 전부터 현실과 환상의 기로에 서있던 ‘당신’은 둘을 품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당신에게 환상은 실체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 아닌, 꿈, 당신 안에서 ‘늘 갈망하고 바라온’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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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과거의 환상>화를 재미있게 봤어요. 고등학생 때 가지고 있던 환상과 대학생이 됐을 때의 괴리는 모든 대학생들이 비슷한 것 같네요. 우리가 나이가 들어가고 새로운 것을 경험할수록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갈리는 경험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수연님이 갖고 있는 환상은 어떤 것인가요?

A. 어쩌면 제가 제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
전 제가 다시 만화를 그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초등학생 땐 진지하게 만화가를 꿈꿨고, 그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라도 한 듯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에 합격까지 했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구상해 온 만화도 있어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과 싸우고는 결국 진학하지 못 했어요. 자연스럽게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멀어졌어요. 그러면서 저도 진지하게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점점 안 하게 되고… 만화는 그냥 취미로만 남기기로 제 자신과 타협을 해 버렸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만화를 다시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건 입시에 찌든 고3 2월이었어요. 제가 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이 주에 한 번씩 집에 갈 수 있었어요. 그날도 밤까지 야자를 하다가 집에 갔는데 우연히 예전에 그렸던 공책들을 발견했어요.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는데 가슴 한켠이 아렸어요. 엉성하지만 공책 한 권을 가득 채운 저만의 이야기들, 그리고 어디가 그리 좋은지 항상 웃고 있는 캐릭터들.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저를 꽉 안아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만화를 그리고 싶어했구나. 그걸 쉽게 포기해버려서 미안해.’ 하면서.

하기 싫은 것들은 하는 건 중학교, 고등학교 6년으로 족했어요. 성인이 돼서까지 하기 싫은 것들을 하면서 살기는 싫었어요. 그런데 글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연습하지 않으면 점점 실력이 줄잖아요. 6년 동안 만화를 안 그렸으니 당연히 실력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죠. 그래서 남들이 아침자습을 할 때, 몰래 인체 드로잉 책을 사서 구석에서 인체 드로잉 연습을 했어요. 다시 공책을 사서 그림도 그렸어요. 울 것 같았어요.

그런 와중 아트인사이트에 만화를 연재하게 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제가 그리고 싶었던 만화를 그려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일복이 한꺼번에 터진 건지, 학교 신문사에서 만평도 연재하게 됐어요. 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이 자꾸만 몰려와서 입꼬리가 올라가요. 이 환상만큼은 현실과 괴리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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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가 하고 싶은 다음 릴레이 질문은,
‘작업할 때 자주 듣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없다면 지금의 자신을 제일 잘 표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저는 노래를 들으면서 작업을 하는 편인데, 듣는 노래가 뭐냐에 따라서 그날그날 만화의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요즘엔 버즈 노래에 꽂혀서 작업할 때마다 듣고 있어요! 많고 많은 버즈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곡을 하나 뽑자면 비망록을 뽑겠습니다. ‘과거의 환상’ 편을 그릴 때 반복재생으로 들은 노래에요. 노래 자체가 20살에 대한 내용이라 더 와 닿았어요.”

- <사자가 끄적일 때>, 정수연





 같은 말을 표현하는 데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나는 ‘당신’이 보다 색다른 방식으로 우리 존재를 위로한다는 것을 느꼈다. 따뜻한 말, 차분한 조언, 연민의 시선. 이런 심심찮은 위로가 아니라, 당신이 보여준 것은 ‘공감’이었다. 그저 공감해주는 것. 긴 말도, 과장된 의미 부여도 필요 없이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당신’은 어떠한 문제에 대해 해결을 내려주거나 쓸 데 없이 조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비켜 가고 싶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현실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슬프면 울고, 우울하면 무기력해지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그림을 통해 비추어 보인다. 어떨 땐 에피소드는 자체는 참 애석한 상황인데도 그림이 마냥 웃겨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나의, 당신의, 우리의 현실을 꿰뚫어 어루만져주는 것이 참 위로가 된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그래서, 나는 당신이 앞으로 보여줄 공감과 위로를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 또 어떤 식의 끄적임으로 ‘당신’의 세상을 도화지에 그려 나갈지 궁금해진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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