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는 사랑을 보라

_ 영화 , 그들이 말하는 무구한 사랑
글 입력 2017.11.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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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는 사랑을 보라

_ 영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
그들이 말하는 무구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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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롭 앤 가솔린>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앙쥬 다르장, 테오필 바케


순수하진 않아도 순진할 수 있는 16살 소년. 일명 ‘마이크롭’과 ‘가솔린’ 두 명의 소년은 처음부터 서로를 알아차린 듯 성큼성큼 서로의 곁에 들어선다. 그들이 하는 일은 마치 ‘바퀴 달린 집’과 같은 것들인데, 이 얼마나 상상 속의 동물과도 같이 그 자체로 환상적인 일인가. 그들이 하는 일, 해내는 일, 그리고 그들의 대화. 그들을 가만 보고 있으면 분명 괴짜 같고, 이상하고, 터무니없이 느껴지는데, 그런데도 어쩐지 그들이 한다고 하면, 또 그들이 말했다고 하면 유니콘의 뿔을 무지개 빛깔로 칠하는 마음이 되어버린다. 환상에 신비로움을 더하고, 어느 샌가 이미 나의 어디쯤에서 더 이상은 환상이 아닌 것들을 발견해버리는, 그 순간의 확신을 그들을 보며 느끼곤 했다. 

*

바퀴를 네 개나 달고, 도로를 주행하지만 판자 지붕과 나무 창문, 화분이 달린 이것은 ‘차(car)'면서 ’집(house)', 정체성이 섞여버린 바로 그런 이상한 물건이다.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을 투명한 물에 풀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가지 다른 종류의 것들이 섞이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알 것이다. 처음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새로운 색들. 마이크롭과 가솔린이 말하는 괴상한 철학과 근거 없는 자신감들, 그들의 괴짜 논변들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깜찍한 구석이 있는지, 두 가지 색의 물감이 섞이는 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드려다 보았던, 순진했던 마음으로 가만 들여다보게 된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건네는 말과 행동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에서 출발해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갈 다정한 것. 



무서운 일을 해야 할 때면 서로의 손을 맞잡으면 된다. 걱정이 있을 때면 너에게 털어놓으면 된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너 앞에서 짐짓 쿨한 척 해보이며 마음을 추스르면 된다. 너는 내가 쿨한 척 할 때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멋있다고 할 것이고, 내가 여태 그 여자 아이를 못 잊었다고 해도 그럴 수 있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롭과 가솔린이 주고받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 특히 그들이 말하는 사랑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즉 사랑의 본질이어서. 그들 스스로 인정해버린 ‘이상한 면’마저 우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좇아 볼지 모른다. 환상 속에 대화처럼 티 없는 그들의 대화, 툭툭 내뱉어지는 말 사이 들어 박혀 있는 무구하고 진실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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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롭과 가솔린은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듯 보인다. 어디를 향하는 줄도 모르면서 무작정 자신을 밀어내 다다른 곳은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는 바다. 


“나도 여기로 오는 줄 몰랐어.
밀다보니 여기야"


대체 왜 이 바다에 온 거냐고 묻는 가솔린의 질문에 마이크롭의 대답은 얼마나 무구한가. 여자 아이를 향해 온 건지, 여자 아이를 향해 밀려진 건지. 아무튼 다다르고야 마는 곳이 사랑의 지점이라는 걸 마이크롭과 가솔린은 알고 있다.


“아름다운 고통이잖아.” 


사랑이라는 게 고통이라는 것도, 그럼에도 아름답다는 것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마이크롭. 그리고 그런 마이크롭을 찬찬히 보며, ‘하긴, 그럴 수 있다.’라고 의연하게 받아치는 가솔린. 그들이 공들여 만든 바퀴달린 집(혹은 집 모양 자동차)이 불에 타 사라지게 되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는 놀랍도록 성숙한 대답.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얼마나 가공되지 않은 그 자체의 사랑인가. 그 자체로서 정확하고 내밀하게, 사랑을 말하고 있다.


*

환상과도 같은 이야기다. 사랑의 아픔을 알면서도 결국 사랑의 지점으로 밀려왔다는 말도, 그 고통이 아름답다는 말도. 그리고 나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태도도. 그들이 사랑을 말할 때,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자세를 가지는지. 그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사랑을 어떻게 대변하는지. 16살 소년, 마이크롭과 가솔린. 그들은 사랑이 모험되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의 첫 번째 여행은 각자의 집을 향해, 각자의 모습으로 끝났지만, 그들의 작별 인사가 생략되었듯, 그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무심한 진실 속에서 또 다시 사랑을 모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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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
마이크롭이 뒤를 돌아보길 기다릴 시간.
그리고 그들이 사랑'할' 시간.





사진은 영화 속 장면입니다.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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