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섬에 있는 서점 [문학]

책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리뷰]
글 입력 2017.11.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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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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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저자 : 개브리얼 제빈


책소개

세상을 연결하는 동네의 작은 서점 이야기!

동네서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책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지적인 로맨스, 스릴러를 닮은 반전, 따뜻한 비밀을 품고 있는 소설 『섬에 있는 서점』. 서점주인, 출판사 영업사원, 편집자, 독자이자 이웃인 사람들, 그리고 작가까지 책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모든 종류의 사람이 주역으로든 단역으로든 등장하며 10여 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섬에 있는 작은 서점 ‘아일랜드 북스’의 주인 피크리는 얼마 전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 산다. 성격도 까칠한데다 책 취향까지 까탈스러워, 그러잖아도 어려운 서점 운영은 더 어려워져만 간다. 책방을 접을까도 생각하지만 불행한 사건이 생기면서 그마저 여의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 놀라운 꾸러미 하나가 도착하면서 그의 삶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책과 담을 쌓은 사람을 포함해 정말로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은 생생한 이웃들, 독서 모임과 저자 사인회 등 절로 웃음이 나는 해프닝들, 피크리가 들려주는 수많은 문학작품에 대한 논평, 따뜻한 비밀과 귀여운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작은 책방 하나가 어떻게 세상의 보물이 될 수 있는지를 알게 되고, 중요한 것은 결국 연결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Review



그(A.J.)는 책 읽는 사람이었고, 그가 믿는 것은 서사구조였다. 일막에서 총이 나왔으면 삼막쯤 가서 그 을 쏘는 게 낫다.

 - 일명 '체호프의 총'이라 불리는,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의 창작이론.


위의 인용구는 섬에 있는 서점에서 서점 주인인 에이제이 피크리가 하는 생각이다. 아마도 개브리얼 제빈 작가도 안톤 체호프의 창작이론을 철저하게 믿는 사람인 것 같다.

책에서 다루는 사랑 이야기는 사실 이미 너무 많다. 순수한 로맨스를 다룬 책도 있고,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책도 있다. 스릴러에 로맨스를 녹여낸 스토리를 가진 책도 있다. 사실 사랑이라는 주제는 늘 진부하지만 새롭고 가슴을 울린다. 섬에 있는 서점을 처음 집어들었을 때, 서점에서 일어나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인가보다 했다. '사랑'이라고 하면 무의식중에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새로웠던 책인 것 같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랑은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남녀의 사랑 뿐만 아니라 부녀 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비뚤어진 사랑 등, 애정에서 비롯된 모든 에피소드를 다루며 마음을 울린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에이제이와 어밀리아의 사랑, 에이제이와 마야의 사랑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에이제이와 어밀리아의 첫 만남은 유쾌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늦게 핀 꽃'이라는 책에 대해 두 사람의 의견은 엇갈렸고, 에이제이는 그 책이 잘 써진 책이라며 극찬하는 어밀리아에게 비웃음 섞어 깎아내렸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 확고한 어밀리아에게 아마도 굉장히 불쾌한 사내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둘은 10여년이 지나 연인사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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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오코너의 단편을 말하는 거야?
당신 책장 위에 있던.
이런 순간에 떠올리기엔 지독히 어두운 얘긴데."

"아냐, 당신을 말하는 거야.
나는 끝없이 찾았는데.
우 기차 두 편과 배 한 척 거리였군."

"차로 다니면 기차는 좀 생략해도 돼."
에이제이가 말했다.

"당신이 운전에 관해 뭘 아는데?"
어밀리아가 물었다.

이듬해 가을, 단풍이 든 직후,
어밀리아와 에이제이는 결혼식을 올렸다.
"


첫 만남도 유쾌하지 않았고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니었다. 단지 일로 인해 계절별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문자로 주고 받는 사이였고, 그저 독서 취향이 조금 맞았을 뿐이었다. 또한 책에서는 어밀리아와 에이제이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오히려 마야의 성장과 서점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에이제이와 어밀리아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조금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느낄 수 있다. 개브리얼 제빈 작가는 그들의 감정 변화를 결코 느긋하게 우리에게 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랑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에이제이는 마야와 함께 지내며 변했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원래 한 순간이며, 논리적인 서사구조가 통하지 않는 영역의 감정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저 조금 맞던 독서 취향이 그들의 전부일 것임을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알아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아마도, 이 책의 주된 초점이 에이제이와 어밀리아였다면 나는 진즉에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계속해서 책의 페이지를 넘길 수 밖에 없도록 나를 붙잡은 것은 마야였다. 마야는 어떤 사람이 에이제이의 서점에 쪽지와 함께 버리고 간 아이였다. 에이제이의 성격 상 마야를 맡아 키울리 만무했지만 놀랍게도 에이제이는 마야를 입양한다. 두살배기의 마야가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그 긴 세월을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에이제이는 처음 두살배기의 마야를 그저 누군가 두고 간 '짐' 정도로 느꼈던 것 같다. 맡아 키울 생각도 없거니와 잘 키울 자신도 없는. 그러나 입양을 결정하고 에이제이는 아빠로서의 삶을 산다. 아이로 인해 많은 것을 오히려 배우고 아이에게 점점 더 사랑을 느끼게 된다.


"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거나
벽이라도 쾅 치고 싶었다.
술에 취한 기분, 아니면 적어도
탄산이 들어간 기분이었다.

미치겠군.
처음엔 이런 게 행복인가보다 했다가,
이내 이건 사랑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빌어먹을 사랑, 그는 생각했다.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감정인가.
A.J.
"


마야를 보며 에이제이가 느꼈던 감정이다. 처음 에이제이에겐 사랑은 그저 거추장스러운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던 책들을 마야로 인해 좋아하게 되고, 읽게 되고. 좋아하지 않던 캐릭터와 동화를 마야를 위해 접하게 된다. 그렇게 더 많은 장르의 책을 읽고 에이제이의 마음이 열리면서 마야에 대한 사랑도 깊어진다.

처음 에이제이가 이야기하던 말들은 아버지가 아니라 그저 책임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같아 보였다. 그러나 책 장이 넘어가고 마야가 자라면서 에이제이는 어느새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포동포동한 여자애가
초등학교 운동회 행사를 위해 연습한다.

여자애가 뜀틀을
넘느냐 못 넘느냐 하는 문제에
얼마나 그 애와 함께
노심초사 하게 되는지, 너 자신도 놀랄걸.

바우슈는 외견상 이렇게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강렬한 긴장감을 짜낼 수 있고
(하지만 확실히 이게 포인트지),
바로 그 점을 통찰해야한다.
뜀틀 행사도 항공기 사고 못잖은
엄청난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것.

아버지가 되고 난 다음에야
이 이야기와 조우했으니,
Free마야(마야가 오기 전) 시기에도
이 소설을 좋아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인생에서 단편에 더 끌리는 시기를 여러번 거쳐왔다.

그 중 한 시기는 네가 걸음마하던 시절과 일치한다.
내가 장편을 읽을 시간이 어디 있었겠니,
안 그래, 우리 딸?
A.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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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에게 에이제이가 '우리 딸'이라며 부를 때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마야의 사랑스러움을 봤고, 느꼈다. 마야는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나는 책 밖에 있었지만 책 안에서 마야의 성장기를 지켜본 느낌이었다. 나는 그저 독자였지만 마치 나도 마야를 사랑하게 된 기분이 들었다.




Outro


제빈은 언제나 담담한 어조를 구사한다. 사랑에 빠진 순간을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것처럼 표현하지 않는다. 누군가 버리고 간 마야라는 아이를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고 사랑하게 된 순간도 과장하지 않는다.

과장하지 않는 표현이 나를 더욱 책에 몰입하게 하고 내가 책 속에 들어가있는 한 명의 주인공 같았다. 사랑이라는 진부하지만 감동적인 주제를 그 어떤 방법보다 나에게 와닿게 표현한 책인 것 같다.



사랑받지 못하리라는 은밀한 두려움이 우리를 고립시킨다. 하지만 고립이야말로 사랑받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다. 언젠가, 언제일지 모르는 어느 날, 그가 혹은 그녀가 거기에 있으리라. 당신은 사랑받을 것이다. 생에 처음으로, 결코 혼자가 아니기에. 혼자가 아니기를 선택했기에.

 - 작 중 '리언 프리드먼(리어노라 페리스)'의 [늦게 핀 꽃]



[유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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