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새물새물' 웃으며 '종알종알' 읽는 책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리뷰
글 입력 2017.11.22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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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꿀꺽 표지.jpg


새물새물: 입술을 약간 샐그러뜨리며
소리 없이 자꾸 웃는 모양

종알종알: 남들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낮고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자꾸 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의 뜻인 '중얼중얼'의 작은말



몰라도 되지만 알면 좋은



"의성어와 의태어, 몇 개나 알고 있나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과연 몇 개나 댈 수 있을까? "그래도 한국에서 태어났고 학창시절 국어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하며 자신만만하게 덤볐다가 의외로 생각나는 게 많지 않아 당황스러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모른다고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좀 더 글을 맛깔나게 쓰고 싶다면, 말할 때 더 돋보이는 표현을 쓰고 싶다면 의성어, 의태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좋은 의성의태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우선 어떤 의성의태어가 있는지 알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그 의성의태어들이 어떤 상황에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 의성의태어도 공부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도대체 의성의태어를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까?

  나이가 지긋하신 국문학과 교수님이라면 틀림없이 표준국어대사전을 끼고 다니며 수시로 들여다보라 말씀할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들어 있는 수많은 단어들 중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의성의태어를 골라내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전을 들여다보며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을 권하고 싶다. 그렇다고 '공부'라는 단어에 뒷걸음질 칠 필요는 없다.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은 의성의태어 공부에 유용하지만 공부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공부할 마음까지는 없어도 된다. 앞서 말한 대로 글쓰기와 말하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 우리말의 '맛'이 살아 있는 의성의태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 또는 지금껏 읽어본 적 없는 새로운 내용의 독특한 책을 원하는 사람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이다.



구성


  분량이 무려 350쪽에 달하는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은 절대 얇은 책이 아니다. 생각보다 두께가 있어서 지레 겁을 먹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막상 펼쳐보면 단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구성이라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우선 본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의성어, 의태어란 무엇인지 그 전반적인 특징이 머리말로 실려 있다.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학문적인 부분이라 그냥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꼼꼼히 읽는 편이 좋다.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의성의태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다양한 의성의태어를 훨씬 재미있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말을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다양한 의성의태어가 등장한다. 존재하는 의성의태어는 우리의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만들 수 있는 글자 수만큼이나 무수하므로 모든 의성의태어를 이 책에서 다 다룰 수는 없다. 대신 이 책은 그 많은 의성의태어 중 비교적 자주 쓰이는 말과 살려 썼으면 하는 말을 상황과 의미에 따라 나누었다. 여기서부터는 '종알종알' 책에 나오는 단어들을 따라해 가면서 읽으면 좋다. 따라 읽다 보면 뜻과 소리가 찰떡같이 어울리는 말이 많아 나도 모르게 '해죽' 웃음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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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도표로 의성의태어를 설명하고 있다는 거다. 덕분에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의성의태어들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첨부한 사진에 나와있는 단어로 예를 들면 '냠냠'과 '오물오물'은 비슷한 느낌이지만 도표 상으로 '냠냠'은 '오물오물'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사용한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그 장에 소개되었던 의성의태어가 잔뜩 들어간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앞에서 배웠던 걸 복습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으면 좋다. 책의 가장 뒤편의 '단어풀이' 부분에는 앞서 등장했던 모든 의성의태어들이 상황에 따라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읽었다고 해서 그 내용이 모두 머릿속에 저장되는 것은 아니니 필요할 때 찾아보면 유용할 것 같다.



풍요로운 언어생활을 위해




의성의태어는 우리다. 의성의태어에 대한 마지막 깨달음은 '중간이 없다'는 사실이다.(중략) 극적인 소리와 모양이 표현하기에 좋고, 적당하면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 삶이 그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우리의 소리와 모양을 담은 의성의태어에는 곧 우리의 삶이 어려 있다. 하여 의성의태어를 살피면 어느 순간, 우리가 들여다보인다.

12쪽


  의성의태어는 본래 무언가를 강조하거나 실감나게 묘사하고자 할 때 사용한다. 아쉽게도 요즘은 비속어가 의성의태어의 역할까지 하곤 한다. 비속어는 간편하고 자극적이라 한 번 써 버릇 하면 그 편리함에 쉽게 길들여진다. 그러나 비속어를 사용해 강조하는 말은 '쌩' 날아와서 '와다닥' 달아나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당장 생각나는 대로 '고개도 한 번 안들고 우걱우걱 먹었어' 라는 말과 '존x 많이 먹었어' 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느껴진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언어생활이 빈곤한데 생각이 풍부하고 깊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성의태어를 살려 써야 하는 이유다.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의 내용은 사실 대단한 게 없다. 의성의태어 자체에 대한 짧은 설명과 다양한 의성의태어들이 300쪽이 넘는 쪽수를 채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의 풍요로운 언어생활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책이야말로 책상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볼 책이다. 심오한 철학서나 문학도 좋지만 나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라 때로는 피부에 와닿는 실용서가 더 절실하니까 말이다. 앞으로 글을 쓸 때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을 자주 애용하게 될 듯하다.





<도서 정보>


지은이: 장세이
발행일: 2016. 10. 14
출판사유유
: 14,000원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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