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맥베스의 내면 목소리를 듣고 오다.

글 입력 2017.11.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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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맥베스의 내면 목소리를 듣고 오다.


"맥베스, 왕이 되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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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이던 11월 19일
연극 <맥베스>의 마지막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연극 공연은 항상 갈 때마다
묘한 설렘을 간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을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 연극은 스토리적인 부분보다
인물의 내면 묘사에 힘썼기 때문에
이러한 연극의 장점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무대와 가까운 곳에서
배우의 표정, 목소리, 몸짓을 보는 것은
그 인물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맥베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극 <맥베스>의 리뷰입니다.


맥베스_포스터.jpg
 
 


  본 공연은 한 시간 동안 맥베스의 내면으로 관객들을 불러들인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라는 상당히 길고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극의 구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연극 <맥베스-King's choice>는 그 부분에 상당히 많이 신경 썼고, 집중할 것은 집중했고, 버릴 것은 버렸다.

  공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맥베스의 심리다.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의 유혹, 그리고 부추기는 아내, 살인 후의 죄책감, 혹시 진실을 아는 자가 등장할까 하는 불안감, 대관식까지 한 시간 동안 관객은 맥베스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무대 옆 음향 콘솔에서 현장에서 진행되는 음악적 장치들과 함께.

  한 시간이라는 연극 시간 동안 원작 <맥베스>에서 극 초반을 구성해서 보여준다. 루프 스테이션 등 다양 한 음향 기기를 사용하고, 극 중간에 아이패드를 사용하기도 하는 본 연극은 처음 시작부터 연극의 시대를 모호하게 설정하고 시작한다. 지금 현대일 수도 있고, 언제일 수도 있는, 원작 <맥베스>의 공간적 배경인 스코틀랜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시대는 모호하고 아니 지금 현재 알고 있는 세계관과는 조금 비틀려져 있는 공간임을 이야기하고 연극은 시작된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현대적인 복식, 일기예보와 같은 그 시대와는 맞지 않는 연극적인 설정들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정통극이었다면 의문스러운 설정이었을 것이다. 또한 연극 시작 전 음향 기기에 대한 설명을 하시며 연극 속에서 '맥베스'라는 인물의 내면 심리를 보이고자 한다는 의도와 맞게 극은 '맥베스'에 집중해있다.

  예언에 흔들리는, 죄책감을 가지는, 불안감을 가지는 맥베스의 모습은 음향기기들이 화려하게 사용되면서 그 심리적 혼란을 관객의 귀로 전한다. 꽤 웅장한 음향으로 청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극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집중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한 모습이 보이는 연극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작 <맥베스>의 내용을 모른다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극의 구성이었다. 막이 없이 음향에 의존하여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구성 속에서 명확히 인물이 겪은 사건들의 순서가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음향에서의 아쉬움이 있었다. 음향이 본 연극의 차별성을 가지고 있고 보는 내내 들려오는 청각적 자극이 괜찮았지만 여러 효과의 합성으로 정확한 대사, 가사가 들리지 않아서 아쉬웠다. 본 연극은 짧게 원작 <맥베스>의 일부를 각색한 것이기 때문에 주로 배우들의 대사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어날 것인지를 설명한다. 그래서 정확히 들리지 않는 대사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연극에서 사용된 '루프 스테이션'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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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프 스테이션은 가수 헨리가 방송에 나와서 선보이면서 많은 대중들이 알게 된 음향 기기다. 기존의 노래, 효과음 등 노래 구성에 필요한 루프를 녹음하고, 그를 차곡차곡 쌓아 한 번에 보여주는 형식이다. 본 연극에서도 휴대폰 금지를 당부했던 이유도 이러한 음향기기를 사용함에 있다.(모든 공연장에서 휴대폰은 무음 또는 비행기 모드, 전원 끄기) 혹시나 다른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녹음되면 연극 내내 그 소리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위험이 있는 루프 스테이션을 현장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음향에 대한 용기와 많은 연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연극 소모임에 활동할 당시에 음향이 얼마나 힘든지, 음향 효과의 힘이 얼마나 큰지, 노래를 녹음하는 것이 좋을지 현장에서 부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기 때문에 본 공연의 음향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다만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한다는 것이 극을 보면서 확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선 연기를 하는 배우가 무대에 있기 때문에 시선이 뺏기고, 음향 콘솔 쪽으로는 조명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에서 마주한 루프 스테이션에 현란함을 기대했다면 본 연극에서는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연극 무대에서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눈에 보였던 연극 <맥베스>였습니다.

더 다양하고 좋은 시도를 하는
연극들을 마주하기를 바랍니다.

어떠한 특정 세계가 아닌
연극 <맥베스>만의 세계로 인도했던 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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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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