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다 냄새가 나고 바람이 불어오던 곳, 한국의 진경 독도와 울릉도

글 입력 2017.12.0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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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설치 작품
작품처럼 전시회장을 돌아다니며
감상자 안의 독도는 수많은 빛과 형체로 재건된다.



[REVIEW]
바다 냄새가 나고 바람이 불어오던 곳


당신은 당신이 밟고 있는 땅에서 경이를 느껴본 적 있는가? 수도권에서 살아온 24년생 서울사람으로서 필자는 필자가 사는 땅에서 경이를 느낀 적이 많지 않았다. 이 촘촘한 콘크리트 숲에서 그 경관에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부단히 인공적이다. 필자가 만약 지금까지 이 땅을 아름답다고 말한 적 있다면, 그것은 그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였지, 이 자연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 놀라운 세계에서 숨 쉬고 살아가면서 자연이 시시하다거나 이 땅을 채우고 있는 촘촘한 생명력에 대해 감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연물을 인공물 위에 올릴 생각도 없다. 다만 현대인으로서 건물에 익숙했지,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산보다 표지판이, 바다 위의 섬보다 횟집이 떠오르는 필자는 현대자본주의 사회의 충실한 일원이다.

독도도 마찬가지였다. 기술과 행정의 발달로 우리는 쉽게 한 번도 가지 않은 공간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독도는 동해와 남서부, 울릉도 오키 제도 사이의 섬으로, 동도와 서도를 포함한 총 91개의 크고 작은 섬을 칭한다. 일본과 국제적 갈등을 겪고 있는 땅이고, 필자 세대의 친구들은 노래나 교육으로서의 독도에 익숙하다. 행정적 정의나 국제문제로서나 독도는 경이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 말은 만약 또래의 누군가 '독도에 가고 싶어.'라고 말하면, 그것이 애국심을 위한 일로 이해로 이해하지 그 자연을 느끼러 간다는 생각으로 이해하진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전시관을 정말 방문하기 전 필자의 마음을 솔직히 밝히자면, 해당 전시가 예술성보다는 애국심의 고취를 더 강조할 것으로 생각했다. 필자는 전시회에서 초등학교 시절 불렀던 것과 같은 돌림노래를 기대했다. 전시장을 방문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런 기대를 깨고 아름다운 작품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전시회장에서 '애국심'을 기대했던 필자가 본 것은 독도라는 '경이'이었다. 예술이라는 매체는 작가들이 자연에서 느꼈던 감정을 극화된 모습으로 감상자인 필자를 꿰뚫었다. 많은 예술이 그렇게 해주듯이, 필자한테 독도는 '정보'가 아닌 '경험'이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해당 전시회에서 여러 작품에 감동을 했지만, 특별했던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는 앞으로의 글에서 세 작품만을 소개하고,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여 필자가 느낀 감정을 최대한 생생히 전하려 노력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언어의 한계와 현장에서 바라본 붓터치와 모니터에서 비치는 픽셀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린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필자의 글솜씨가 감동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게 느껴진다.



1. 김일용, 자연연상, 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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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굽힌 것 같은 석고가 파란 바닥에 솟아있다. 자연연상이라는 이름에 맞게, 작가는 독도를 보면서 인간의 무릎들을 연상해낸 듯하다. 교차하고 굽혀진 섬에서 인간의 다리를 연상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작가는 사물에서 인간을 찾아냈다. 그 과정은 걸레를 뒤집어쓴 쓰레기통이나, 여러 물건에서 눈코입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세상에 사물에서 끝없이 인간을 찾아내고 상상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일 것이다. 동시에 이런 인간의 기묘한 자기애는 인간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사물에서 인간을 찾아내는 순간 사물은 생명력을 갖는다. 굽혀지고 교차한 다리가 된 섬들은 감상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돌에서 살갗을 상상해서 느낀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한 감상자로서 작품을 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엄마의 무릎이었다. 굽혀진 무릎에 필자는 상상으로 머리를 기댄다. 딱딱한 석고는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도 잡아내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감정과 독도라는 자연이 연결되어 독도는 인격적인 어떤 존재로 변화한다. 사람에게서 어떤 인격과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이 예술은 사물을 살아나게 만든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살아있는 존재와 상호작용 한다. <자연연상>은 전시회를 거닐고 다시 내 마음대로 재배치되는 마음속 <한국의 진경 전>에서 가장 첫 장면에 배치되었다. 이는 필자가 본 수많은 작품 중 굳이 이 작품을 먼저 소개하는 이유기도 하다. 멈춰있지만 끝없이 움직이는 것, 감상자의 기억을 자극해 감정을 담아내는 예술은 독도를 특별하게 만든다.



2. 김덕기, 즐거운 울릉도-섬들과 등대가 보이는 바다풍경, 캔퍼스에 아크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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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자마자 오랜 시간 동안 주변을 서성일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 있었다. 코너를 돌아 바로 오른쪽 벽을 가득채운 이 작품이었다. 이미지 그래픽으로는 그 매력이 잘 돋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근접 샷도 찍었는데, 아쉽게도 기술은 아직 강한 붓터치와 강한 색감을 잡아내기에는 덜 발달한 것 같다. 이미지로만 보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이 그림은 거대한 에너지를 담고 있다. 강한 색감과 널따란 크기는 시선을 사로잡을만 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색감은 포스터물감을 사용한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이 거대한 그림을 조금 자세히 바라보면 그런 순수함을 담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쏟아 부어졌는지를 느낄 수 있다.

위에 첨부한 그림을 자세히 보면, 색 하나를 칠하기 위한 붓이 얼마나 강하게 스쳐 지나갔는지, 얼마나 미세하게 묘사되었는지, 어떤 색을 합쳐 전체를 만들어 캔퍼스에 담아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이 거대하고 순수한 작품은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높은 하늘과 바다 땅 아래 잔뜩 피어난 꽃은 그것이 단순한 원색 물감이라는 것을 잊고 그림 속에서 흔들리게 만든다. 김덕기 작가가 그려낸 독도는 형상을 넘어서 원색 물감이 주는 독특한 감상이 되어 새로운 울림을 준다.



3. 김경신, 독도축제, 장지 컷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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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품을 소개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손끝을 맴돈다. 많은 작품이 수많은 독도를 보여주었지만, 필자가 소개하려는 마지막 작품은 김경신 작가의 <독도축제>다. 작품에 사용된 장지는 다른 매끈한 종이보다 더 따뜻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 작품을 보자마자 종이라기보다 식탁보 같았다. 이 작품은 유독 동화책을 찢고 나온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섬세한 칼질로 뚫린 빈 구멍은 덧대어진 밤하늘로 색이 채워진다. 해당 작품이 몽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 작품이 되는 부분이 조금 궁중에 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확실히 독도에서 터지는 폭죽은 현실이라기보다 환상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작가의 감수성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밤하늘이 되는 종이가 아니었으면 잘 보이지 않는 장지에 컷팅을 한 것처럼, 독도의 아름다움은 쉽게 지나치기 쉽다. 필자가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어떤 것을 '경이'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작가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밤하늘 위에 독도의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수놓았다. 그런 맥락에서 작품은 필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는 모든 사물에 대해 예술이 일깨워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사회적 맥락에 의해 잊혔던 독도는, 감상자가 그 아래에 어떤 종이를 놓냐에 따라 또 다른 감동을 주기도 한다. 마지막 작품을 이 작품으로 소개한 이유는 전시에서 본 독도들이 수많은 바탕지를 깔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소개하지 못한 수많은 작품은 여러 가지 형태로 독도의 경이를 표현했다. 수많은 표현방법은 감상자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 독도를 어떤 경이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갤러리를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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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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