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즘같이 추운날, 빅이슈 한 권 어떠세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12.0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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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에서 토익 학원 수업을 듣고 집 가는 버스를 타러 가려던 길이었다. 아침 일기예보대로 날이 너무 추웠다. 공기도 찬데 바람까지 너무 세게 불어서 더 춥게 느껴졌고, 길바닥에 있어야 할 낙엽, 전단지, 작은 이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얼굴을 때렸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다. 근처 스타벅스로 발길을 돌리려던 참에, 빨간 조끼를 입고 강남역 출구에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고 있는 빅이슈 판매원이 보였다. 우리 학교 앞에도 빅이슈 판매원이 항상 계시는데, 휴학한 뒤로 학교 갈 일이 없다보니 오랜만에 본 빨간 조끼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빅이슈 이번 호의 표지모델은 엑소의 카이였다.

  인천에서 강남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매일 6천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교통비로 쓰고 있기 때문에 커피와 잡지를 둘 다 사는 것은 무리였다. 5000원짜리 커피냐, 5000원짜리 잡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문득, 휴학하고 책을 많이 읽겠다던 과거의 다짐이 마음 속에서 메아리쳤다.
 

"한 권 주세요!”
“팬클럽이신가 봐요? 여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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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이슈 17년 12월 호에 재능기부를 한 엑소 카이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구매한 빅이슈 잡지였다. 처음으로 샀던 한 권은 사놓고 읽지는 않았으니, 정확히는 이번에 산 것을 내 인생 첫 번째 빅이슈 잡지라고 하는 게 맞겠다.

  그렇게 커피 한 잔 대신 잡지 한 권을 들고 집 가는 버스에 올랐다.
 
 
 
사회의 ‘빅이슈’(big issue)를 해결하는 잡지 ‘빅이슈(BIG ISSUE)’!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빅이슈>에 대해 알고 있다. 소셜 미디어나 뉴스 기사에서 빅이슈 잡지를 다룬 적이 몇 번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빅이슈는 홈리스(homeless)의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중문화 잡지이다. 권 당 5,000원에 판매되며, 이 중 '절반'인 2,500원이 판매원에게 돌아간다. 홈리스가 스스로의 선택으로 빅이슈 판매원이 되기로 결심하면, 2주간의 임시 판매원 기간을 거친 후 정식 빅이슈 판매원이 될 수 있고, 그 후 6개월 이상 판매하고 꾸준히 저축을 하면 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 의식주 중 ‘주’가 해결되지 않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경제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몸이 쉴 공간이 없어 피로가 누적되면 일의 능률이나 일을 하려는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홈리스 문제를 개개인들이 홀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시도는 홈리스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힘과 용기가 된다. 그야말로 사회의 큰 문제, ‘빅이슈’인 홈리스 문제를 잡지 ‘빅이슈’가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빅이슈 창립자 겸 편집장인 존 버드는 빅이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들의 자활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동등한 관계입니다.

이 잡지를 자랑스럽게 판매하는 노숙자와
즐겁게 사서 보는 독자들이 만났을 때
서로 동등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는 빅이슈의 매력을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빅이슈는 도움을 받는 이의 인권을 해치거나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다. 간혹 몇 몇 기부 프로그램들을 접하다 보면, 도움을 받는 사람의 글이나 이미지가 잠재적 기부자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수단으로,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촉진제로서 소비되기도 한다. 이것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인격적 보호막을 깨트려서, 그 조각들을 재료로 경제적 보호막을 마련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도움을 받는 사람은 언제나 도움의 대상일 뿐, 스스로가 스스로를 돕는 '자활의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빅이슈를 사이에 두고 독자인 나와 판매자인 빅이슈 판매원은 동등하다! 나는 좋아하는 콘텐츠를 향유하기 위해서 소비할 뿐이며, 판매원은 양질의 재화를 판매함으로써 당당하게 경제활동을 한다. 이것이 바로 빅이슈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빅이슈를 나와 친구들 사이의 빅 이슈로!
  
  빅이슈를 안다고 해서, 모든 이가 잡지를 사지는 않는다. 사실, 나 또한 빅이슈 잡지를 알고 구매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 중에는 좋은 마음으로 샀는데 볼 게 하나 없는 잡지일까 하는, 잡지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콘텐츠로 지면이 채워져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수있다. 나도 그랬듯이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기우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빅이슈의 두번째 매력은 지면에 담긴 콘텐츠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매 달 새롭게 발간되는 빅이슈는 정성스러운 글과 사진과 음악이 보기 좋은 구조로 가득 차 있다.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또한, 많은 이들의 재능 기부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에 알찬 내용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까지 덤으로 담겨있다.

  빅이슈코리아 편집장은 독자들에게 말한다.


좋은 마음으로 샀지만
볼 게 하나 없는 잡지라고
지레 포기하지 말아달라.

우리는 그러려고 탄생한 잡지가 아니다.

힘든 삶을 살았던 이들이
마음을 어렵게 다잡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그런 빅이슈 판매원 분들이 당당하게
팔 수 있는 잡지를 만드는 게
우리 몫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빅이슈를 화제로 꺼내보자. 어떤 제품이든 그 판매량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바로 '입소문'이다. 빅이슈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 있기 때문에 분명 친구의 취향에 맞는 부분이 하나쯤은 꼭 있을 것이다. 이번 달에는 엑소 팬인 친구를 한번 타겟으로 삼아보자.

  요즘처럼 여러모로 추운날, 빅이슈 한 권은 우리의 마음뿐만 아니라 세상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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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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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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