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에게 극장이란? [문화 공간]

'내게 극장은 어떤 공간일까'에 대한 단상
글 입력 2017.12.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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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당신에게 극장이란?
-'내게 극장은 어떤 공간일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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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극장에서’ 에피소드2. 극장에서 한 생각


 2017 서울독립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개막작으로 오른 작품은 ‘극장’이라는 공통된 테마로 세 감독의 단편을 묶은 <너와 극장에서>다. <수성못> 유지영 감독의 에피소드1. 극장 쪽으로, <비치온더비치> 정가영 감독의 에피소드2. 극장에서 한 생각, <겨울꿈> 김태진 감독의 에피소드3. 우리들의 낙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이토록 다른 단편영화 세편을 완성했다는 것이, 그리고 그 한 편 한 편에 극장에 대한 생각이 깊게 깃들어있다는 것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극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느끼는 초조함과 소외감,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생각과 대화들의 묶음, 그리고 무너질 만큼 힘든 일상에도 위로를 주는 영화가 있는 공간. ‘너와 극장에서’는 다른 결들이 뭉치고 뭉쳐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감상을 완성한다.


그렇다면 내게 극장은 어떤 공간일까.
누군가가 내게 ‘극장’이라는 소재를 던져준다면, 난 어떤 영화 한 편을 완성해낼까.


예전의 나에게 ‘극장’이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곳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더구나 어린 나는 극장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먼저 TV처럼 보기 싫다고 끌 수도 없다는 점, 길고 긴 이야기를 겨우 2시간 안팎으로 풀어낸 영상물이라는 점, 집중력이 바닥인데 꼼짝 않고 앉아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 주요한 이유였다. 자랄수록 세상이 더 좋아지는 바람에, TV나 컴퓨터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며 극장은 점점 멀어졌다.


대학에 들어와 여러 일들로 바빠하다가, 문득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책상 앞에 앉아 하고 싶지도 않은 과제들을 억지로 하고 앉아있는 순간 말고,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오롯이 화면에 빠져있는 순간이 필요해진 것이다. 무작정 집 가까이에 있는 영화관의 심야영화를 끊었다. 혼자 영화관까지 가는 것이 무섭고 귀찮았지만, 그 날 본 영화는 정말 좋았다. 돌아오는 길은 깜깜한 새벽이었지만, 보고 온 영화를 혼자 곱씹어보느라 무서운지도 몰랐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게 영화관에 가는 이유인가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큰 사운드, 커다란 스크린에, 날 덮칠 것처럼 밀려들어오는 영화의 서사. 그리고 그 어둠을 따라가는 나 자신. 돌아오는 길,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는 시간. 정말 재밌는 시간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이후 영화관을 자주 찾게 되었다. 물론 이전보다 자주일 뿐, 가고 싶다고 매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릴 적의 내가 왜 영화를 싫어했는지 잊어버릴 만큼, 영화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물론 장르의 호불호가 있지만) 때문에 시간이나 여유가 안 될 때는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경우도 늘었다. 그렇지만 영화관, 극장은 내게 여전히 즐거운 장소다. 모두 하나에 집중한 그 두 시간, 오롯이 영화라는 다른 세상에 빠지는 시간. 그 시간이야말로 힐링이다.


얼마 전에는 영화관에서 <땐뽀걸즈>라는 영화를 보았다. 극장에 앉아있는 나는 분명 한 명의 관객일 뿐인데, 영화 속 그들과 같이 울고 웃었다. 스크린 속에 들락날락 거리는 내 모습 네 모습 우리의 모습을 찾아가며, 영화를 보는 그 순간을 사랑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며 앉아있는 그 순간이 얼마나 좋던지,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영화가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국 영화는 끝이 났다. 극장의 불이 켜지는 순간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두 시간 동안 화면을 보고 앉아있었을 뿐이었는데, 나는 바쁜 일상 속 위로를 얻어가는 느낌이었다. 에피소드3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던 것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낙원’이라고 표현하기 적절한. 위로를 주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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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극장에서' 에피소드3. 우리들의 낙원


궁시렁 궁시렁 내 극장에 대한 연혁과 애정을 늘어놓아보았다. 추해보이지만, 영화를 보며 줄곧 스쳐지나가던 나의 모습들이다. 저 객석 어딘가에 앉아있을 것만 같았던 나를 되짚어본 것이다. 이즈음 되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내게 극장이 위로라면, 당신에게 극장이란 무엇일까? 한 친구에게 물으니 “까딱하면 존다. 정신 차려”의 공간이라고 한다. 공간은 하나지만 각자의 감상과 의미는 다르다. 당신에게도 극장을 ~의 공간이라고 부를만한 특별함이 있는가? 있다면, ‘당신에게 극장이란’ 다음에 올 대답은 무엇인가? 당신에게 극장이란?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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