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몽환적인 회색 세상 속으로

색채의 황홀, 마리 로랑생 展
글 입력 2017.12.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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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랑생포스터-01.jpg
 

 자랑은 아니지만 그림에 큰 관심이 있다거나 전시회를 자주 보러 가는 편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의 전시회일 때만 겨우 가 볼 생각을 하는 정도다. 알 사람은 다 안다는 마리 로랑생도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었기에 아마 그녀의 그림을 검색해 보지 않았더라면 갈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리 로랑생의 그림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색은 회색이다. 여러 그림에 다양한 명도의 회색이 쓰이고 있다. 자칫 칙칙해 보일 수도 있지만 회색과 함께 다른 색 역시 조화롭게 사용되어 은은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특유의 색감과 불분명한 형체는 몽환적이라 누군가의 꿈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은 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 내 눈에도 세련되고 아름다웠기에 자연스럽게 화가에게 관심이 생겼는데 여성 화가라 놀랐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이라 하면 떠오르는 남성 화가는 몇몇 있지만 여성 화가는 떠오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성화가가 드문 시대에 화가로 활동하며 1차, 2차 세계대전까지 경험한 마리 로랑생이라는 사람의 삶은 어떠했을지, 그녀의 그림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33세무렵, 마드리드에서, 1916.jpg
1916년 33세무렵 마드리드에서


 '색채의 황홀' 이라는 전시회 부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자신만의 감각으로 색채를 아름답게 표현한 화가, 마리 로랑생(1883-1956)은 미술교육기관인 아카데미 앙베르에서 입체파의 창시자로 불리는 조르주 브라크에게 인정받으며 화가의 길을 시작했다. 이후 피카소의 작업실이자 전 세계에서 온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세탁선(洗濯船: Bateau-Lavoir)에서 입체파와 야수파의 경향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작품 세계를 일궈 간다. 이때 앙리 루소, 막스 자코브 등 다양한 예술가와 어울렸는데 그중 시인 기욤 아폴리에르와 연인 관계가 된다. 그러나 기욤 아폴리에르가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도난 사건의 주범으로 밝혀지며 둘은 결별한다. 기욤 아폴리에르가 그녀와의 결별을 아쉬워하며 쓴 시가 바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 '미라보다리' 이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미라보다리’ 중에서

 
 기욤 아폴리에르와 결별한 마리 로랑생은 독일인 남작과 결혼하지만 전쟁의 여파와 남편의 알코올 중동 및 방탕한 생활 때문에 결국 이혼을 선택한다. 이혼 후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그녀는 1920년대 초상화 전문 화가로 인기를 끌었다. 뿐만 아니라 의상과 무대 디자인, 잡지와 책 표지 디자인까지 도맡으며 활발한 예술 활동을 이어 갔다.

 2차 세계대전 전후 마리 로랑생은 건강 악화와 사회적 고립으로 작품이 정형화되었다는 평을 들었으며 1950년대에 이르자 지난 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평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70이 넘는 나이까지 매일 캔버스 앞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심지어 죽기 며칠 전에도 “내게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더 있었더라면!” 이라고 탄식하곤 했다 하니 그 열정을 짐작해볼 만하다.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ee Marie Laurencin.jpg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ée Marie Laurencin


 유화 69점을 포함해 수채화와 일러스트, 사진, 도서 등 마리 로랑생의 작품 총 160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1부 '청춘시대'를 시작으로 2부 '열애시대', 3부 '망명시대', 4부 '광란시대', 5부 '북 일러스트'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을 통해 20대에서 70대까지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였고 소설가이기도 했던 마리 로랑생의 삶 속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부 ‘청춘시대’ 섹션에서는 마리 로랑생이 화가 브라크와 함께 파리의 아카데미 앙베르에 다녔던 시절 그렸던 풍경화와 정물화, 자신의 초상화와 피카소의 초상화 등이 소개된다. 2부 ‘열애시대’ 에서는 입체파와 야수파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뚜렷이 나타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의 스타일이 드러나기 시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3부 ‘망명시대’ 에서는 아폴리네르와 헤어진 뒤 급하게 독일인 남작과 결혼하지만, 신혼생활이 시작되기도 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스페인으로 망명 생활을 떠나게 된 작가의 고통과 비애, 외로움이 드러나며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게 되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4부 ‘광란시대’ 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인 남편과 이혼한 뒤 마음의 고향이었던 프랑스 파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유럽은 물론 미국에까지 알리게 된 시기의 유화 작품들이 소개된다. 5부 '북 일러스트 및 콜라보' 에서는 북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던 작가의 수채화 및 일러스트 작품 38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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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무도회 또는 시골에서의 춤/ 1913
캔버스에 유채/ 112x144/ Musee Marie Laurencin
 
 
 피카소나 고흐와 같이 널리 알려진 화가의 그림을 감상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그 화가가 가진 이름의 영향을 받는다. 작품보다 작가의 명성을 먼저 알기에 작품을 순수하고 솔직하게 감상하기보다는 무언가 필터를 하나 씌우고 보게 되는 것이다. 이번 마리 로랑생 전의 경우 화가를 잘 알지 못한 채 관람하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마음으로 그림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몽환적인 회색 세상 속 '색채의 황홀'을 오롯이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마리 로랑생展
- 색채의 황홀 -


일자 : 2017.12.09(토) ~ 2018.03.11(일)

*
1월 29일(월), 2월 26일(월) 휴관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30분)

*
3월 :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KBS

주관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KBS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02-396-3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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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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