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랭귀지 아카이브 아마도 언어학자는 진정한 사랑의 언어는 경험하지 못한듯

랭귀지 아카이브 관람후기
글 입력 2017.12.0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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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귀지 아카이브 중년의 부부가 잃어버린 것은 사랑의 말이었다.

요즘 연극에 빠져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혜화역으로 향한다. 지난 5일은 랭귀지 아카이브를 보러 아들과 함께 예술공간 서울에 다녀왔다. 저녁 8시에 공연인 관계로 퇴근시간의 교통상황을 고려하여 학교가 끝난 아들을 데리고 서둘러 혜화역으로 향했고 저녁은 혜화동 맛집 골목에서 한 점포 안에 커피와 우동을 함께 파는 가게에서 해결했다. 주문은 기계가 받고 앉아서 기다리면 번호를 불러주고 각자 말없이 밥을 먹는 일 “식사”를 해결한다. 각자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에 빠져 있거나 말없이 조용히 밥을 먹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기만 하다. 도시의 소음과 많은 사람들 속에서 진정으로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어내는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고 자신의 감정 또한 이모티콘의 표정으로 대신한다. ‘아마 이런 풍경이 우리아이들에게는 더욱 일상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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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연극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사춘기를 지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다녀왔다. 낯선 서울풍경에 아들도 나도 조금은 어색해 했지만 금세 우리도 적응이 된 것처럼 말이 없어졌다. 저녁을 먹고 서울의 골목길을 따라 공연장소로 향했다. 어둑어둑한 어둠속에서도 깨끗하게 정돈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습과 조그마한 골목길이 옹기종기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은 대형건물이 가득한 모습의 서울과는 또 다른 모습의 서울이었다. 짚풀박물관 한옥이 시멘트벽 담장에 가려 처량하게 보이는 모습이 안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 것을 지켜내고 있는 서울이 대견하다는 느낌도 들었고 예술공간 서울이라는 공간도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마련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예술공간 서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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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면 아마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아름다운 그들만의 대화일 것이다. 대화는 그냥 소리로 정보만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담겨있는 소리이다.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눈 두 노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 “사라지는 마음, 사라지는 말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랭귀지 아카이브”가 우리는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마도 유한한 삶속에서도 아름답게 빛나는 무언가 아마도 진실을 이야기 하는 연극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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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무대디자인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움직이는 장치들이 숨어 있었고 탁자위에 올라가거나 생각지도 않은 곳이 문처럼 열려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는 노부부를 연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좁은 공간이지만 시선을 위로 아래로 또는 어둠속에 사라져서 불빛만 때로는 발자국 소리로 사람들의 이동소리를 알리는 것이 공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도 있는 것처럼 우리는 다양한 공간을 상상하며 체험했다. 그리고 분명 같은 사람인데 금방 분장을 바꾸고 등장하는 배우들이 신기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연출되어 사춘기 아들도 좋아했고 2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갔다. 아들은 무언가 철학적인 대화가 오고간 것 같다며 연극이 끝나고 나오자마자 흥분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아빠에게 전화를 하며 재미있었다고 자랑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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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마음 사라지는 말들 랭귀지 아카이브 연극은 재미 한인 극작가 줄리아 조의 작품을 제 12언어 연극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연극으로 연출은 성기웅씨가 맡았다고 한다. 작가 줄리아 조는 한국계 이민 2세로 태어나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이 바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었는데 영어를 너무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 할수록 언제나 한국어에 대한 상실의 고통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랭귀지 아카이브>는 그 상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극단 ‘제12언어 연극 스튜디오‘는 지구상의 수많은 언어 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의 수가 대략 12번째로 많다는 통계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작가는 연극에서 언어의 리듬과 포즈 대사들과의 조화를 중시하고 성기웅 연출가는 연극에서 말이 차지하는 가치와 미감에 주목하여 언어에 대한 다양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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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없는 각기 다른 삶 속에서 랭귀지 아카이브 연극 속 인물들은 소멸되어가는 언어를 기록하는 일에 매달리는 언어학자의 모습과 정작 아내 마리와는 대화의 어려움 그리고 평소 남편의 무관심 속에서 점점 우울해져가는 아내의 모습과 언어학자 조지의 연구소 조수 엠마의 짝사랑모습이 그려지며 인공국제어 에스페란토어와 가상의 언어 엘로웨이어를 통해 우리가 말을 통해서 어디까지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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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사랑하는 사람과 소원해진 관계에 대한 해법과 운명과도 같은 인생에 대한 결정과 새로운 여행에서의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선택을 하고 적극적으로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해 아름답게 빛나는 사랑의 순간을 사랑의 언어로 기억하게 되는 순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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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바쁜 일상 속에서 소홀하게 생각하고 잊어버렸던 사랑의 언어를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조금 더 자주 이야기 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랭귀지 아카이브는
예술공간 서울에서
2017년 12월 1일 부터 17일까지 공연되며
평일은 늦은 8시
토요일은 3시 7시
일요일은 3시
월요일은 쉼
관람연령은 13살 이상 관람가
티켓가격은 전석 30,000원
예매처는 인터파크, 대학로 티켓닷컴, 네이버에서 예약한다.
제작은 제 12언어 연극스튜디오
작가는 줄리아 조 재미 한인 극작가
연출은 성기웅 연출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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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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