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라지는 것, 살려야 하는 것 [출판저널]

'출판저널 501호(창간 30주년호)'
글 입력 2017.12.09 21:0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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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01호(창간 30주년호)'


  수집하듯 책을 사던 때가 있었다. 적은 용돈을 모아 한 권 한 권 책을 사는 게 한때의 유일한 낙이었다. 책장에 책이 쌓이는 만큼 책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유명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며 신간이나 작가들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접했다. 서점 블로그다보니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책을 받아 서평을 쓰거나 문학잡지를 구독하기도 하고 웹진 등에서도 활동하곤 했다. 책과 글만 있으면 모든 것이 좋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고, 무슨 일이 작용한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책을 구매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 아깝게 느껴졌고, 도서관에 가서도 곧장 열람실에 가 공부하기 바빴다. 수업에 필요해서 꼭 읽어야 하는 책마저 인터넷으로 줄거리만 찾아 읽는 버릇이 생겼다. 핑계는 많았다. 이제 책이 아닌 영화로 흥미가 옮겨졌고, 대학 생활에 치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 순진했던 문학청년은 보통의 사회인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출판업계가 사장되는 현실은 곧 책을 읽지 않는 사회와 연결된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으니, 국문학을 전공한다는 사람이 일 년에 두 세권도 채 읽지 않으니 책은 팔리지 않고, 서점으로의 발길도 뜸해진다. 한 번에 수십 권씩 책을 사는 마니아층이 없었다면 이미 몰락해버렸을지 모르는 출판 산업, 우리 각각이 만들어낸 결말이다.

  『출판저널』은 이 사회와 나에게 경종을 울리듯 찾아왔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책을 쓰고 만드는 사람들이다. 출판업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전하는 위기와 아픔을 차근차근 읽다보면 죄송한 마음과 함께 조바심이 난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되는 일인데. 종이책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종이 잡지를 받아들고 한탄하고 안달한다.

  이토록 침체된 출판 시장은 어떻게 회생할 수 있을까. 『출판저널』은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진단한다. 먼저는 도서관이 제 용도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과 사람들의 접합점 역할을 해주어야 할 도서관이 오히려 책과 사람을 멀어지게 만드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열람실을 설치한 이후 사람들은 오로지 공부를 목적으로 도서관에 드나든다. 대부분의 이용자에게 책은 부가적인 옵션에 불과하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도서에 관련된 양질의 서비스가 떨어지게 됨은 물론 시장에도 타격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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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학교에서 교사직을 맡고 있는 신경미 작가의 에세이 「아펠도른(Apeldoorn)의 CODA 도서관」은 우리의 도서관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네덜란드의 도서관을 통해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CODA 도서관은 도서관이라기보다 ‘메가 문화센터(p.175)’에 가깝다. 미술관과 이어져 작품 전시가 행해지고 그 사이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놀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은 뛰어놀고 부모와 시민들은 그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사랑방이(p.180)’ 되는 곳이 도서관인 것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곳이 아니라 여유와 안락으로 언제든 들어가 쉴 수 있는 공간, 즉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우리만의 것을 발견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합하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원리이다. 선진된 도서 문화를 배우고, 그 매체는 우리의 것으로 구성해야 한다. 황풍년의 < 전라도닷컴 >은 아주 좋은 예가 된다. ‘전라도 지역의 문화를 기록하’여 ‘지역문화의 다양성(p.19)’을 지켜나가는 황 대표는 지역출판의 중요성을 논한다. 지역문화의 콘텐츠와 역사를 인정하는 것이 곧 혁신이자 성장의 발판일지 모른다.

  편집자들의 기획 노트와 책 소개를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특히, 정미경 작가의 사망 소식을 이 잡지로 처음 접했다. 유작을 소개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인터넷에 검색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렇듯 책은 곧 책으로 통한다. 출판이 살아나야 사회가 변한다. 아니 사회가 변해야 출판이 살아난다. 우리가 살려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여유이다. 종이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글자를 짚어가며 읽는 느긋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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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범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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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SY
    • 도서관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저도 도서관을 잘 가지 않는데, 최근에 저희 학교도서관에 카페가 생겼습니다. 자유롭게 공부도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지요. 이 공간이 생긴 이후로는 종종 도서관을 찾아갑니다. 이처럼 도서관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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