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셰익스피어 『오셀로』 [문학]

인간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가
글 입력 2017.12.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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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제가 겪은
위험 때문에 절 사랑했고
전 그녀가 그 위험을 동정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백인 사회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오셀로는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어 전투에 참여했다. 그가 내세울 것이라고는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것밖에 없었다. 따라서 공적은 그의 자존심이자 인생의 존재 이유였다.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의 영웅담 듣기를 좋아했다. 결국, 오셀로는 자신의 공적을 인정해주는 데스데모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데스데모나와의 결혼이 그의 열등감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는 더욱더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늙은 흑인 무어인이었던 오셀로가 어리고 백인 기독교인 데스데모나와 결혼을 한 과정에서부터 그는 열등감을 느끼게 되었다. 데스데모나의 아버지가 오셀로와의 결혼을 반대했었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차가웠다. 흑인 무어인이었던, 공적 빼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오셀로가 감히, 그녀와 결혼한 것이 그들의 눈에는 탐탁지 않게 보였다. 그래서 마법으로 데스데모나를 홀리게 했다는 누명을 쓰기도 했다. 자신과 데스데모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 속에서 그들은 축복받지 못했다. 이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정상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의 열등감이 결혼으로 치유되기는커녕, 더 커져만 갔다. 그는 자신은 언젠가는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에 사로잡혔다. 언젠가는 그녀가 자신을 버릴 거라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지냈다. 그의 열등감과 두려움이 그녀를 집착하고, 의심하게 했고,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씨가 되었다.
     
 그가 자기 혼자서 그녀를 의심한 것은 아니다. 먼저, 그녀의 아버지 허락을 받았을 때, 지나가는 저주의 말- “이 애를 조심하게 무어, 눈여겨보라고. 아버지를 속였으니 자네를 속일지도.”- 에 그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었던 의심에 불이 붙었고, 이야고의 말 한마디에 오셀로는 자기의 의심을 증식시켰고, 스스로 데스데모나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오셀로는 자기 스스로 파멸했다. 얼마나 인간의 마음은 부서지기 쉬운지. 불씨 하나가 온 숲을 불태울 수 있다는 말처럼 말 한마디로, 마음의 작은 균열로 인해 인간의 마음은 부서지기 쉬운지.

 오셀로가 느낀 질투의 감정. 질투라는 감정은 우리가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질투에 사로잡히더라도 미치지 않기 위해서,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 위해서 오셀로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노력했다. 그것이 오셀로를 영웅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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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마리 콜랭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1829

 
 오셀로뿐만 아니라 많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파멸한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셰익스피어 작품에서는 권력욕에 사로잡혀 파멸한 맥베스, 격정에 사로잡혀 진실을 보지 못했던 리어왕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오이디푸스 왕도 오셀로와 같이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출신이 불분명한 자신이 왕의 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에 아내의 동생 크레온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그리고 아킬레우스까지도. 감정이란 우리가 제어하지 못하는, 운명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감정이 생긴다면 우리의 의지가 강하다고 해서 멈출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의지를 사용해서 맹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의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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