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뻔하디뻔한 그 특별한 이야기, 바보사랑

우리 함께 시간을 살자
글 입력 2017.12.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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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뻔하디뻔한 그 특별한 이야기, 바보사랑


사랑 이야기가 지겨웠을 때가 있었다. 대중가요도 사랑 타령, 드라마도 사랑 타령, 랩도 사랑 타령, 심지어 고전 시가도 사랑 타령이었다. 내 기준으로 그것들의 내용 하나하나가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 다 똑같아 보였다. 온 세상이 사랑하라고 외쳐대는데, 그걸 바로 이해하기엔 나는 '모솔'이 삶의 부끄러움을 지칭하는 단어가 된 세대를 살았다. 이성 회원의 평가를 받고 통과하고 나서야 매칭을 돌릴 수 있는 소개팅 어플처럼, 20대 초반에 내가 느낀 사랑이란 사업에 가까웠다. 이런 맥락으로 나는 늘 사랑을 일종의 낭만적 파시즘으로 생각했다.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사랑은 내 안에 타인이 들어온 심리적 동화의 일종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인간의 마음과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한 사람에게만 쏟는 것도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였다. 어디까지나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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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쩌다가 걔가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걔가 가진 A? B? C?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닌데 뽕이라도 맞았는지 가슴이 쿵떡쿵떡 뛰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큐피트의 화살을 보면서 'ㅋㅋ그런게 어딨어ㅋㅋ머가 있으니까 좋아진거지ㅋ풉'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뜬금없이 뜬금없는 사람한테 뜬금없는 사람이 좋아하게 되었다. 확실한 건 그 이후로 나 자신도 놀라울 정도로 사랑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쪽팔리지만 나는 정말 이성적 사랑에 그렇게 목매는 많은 사람이 마음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찾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도 사랑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정말 뜬금없고 어이없는데 그만큼 흔하고 특별한 일이다. 나도 나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분명 어떤 조건을 가지고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내가 증오했던 그 뻔하디뻔한 이야기를 친구한테 하소연하고 입에 굴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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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보사랑>은 사랑의 그런 점을 담았다. <바보사랑>은 연애를 평가점수표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남몰래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다. 뮤지컬에서 말하려 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정의는 부제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연인이 그렇듯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들어온 너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사랑이다. 언뜻 보기에 뻔하디뻔한 이야기가 그렇게 특별해지는 것도 커플 한명 한명의 이야기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특별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과 관계는 그 어떤 역사 속에서도 두 번 존재할 수 없는데, 어떻게 특별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들의 사랑은 일반적인 사랑 사업의 영역에서 바보 같고 미련해 보일 수 있다. 당장 주변에 뮤지컬의 주인공 중 하나인 한나같은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미 라디오 진행자라는 직업까지 가진 이 친구가 "아직...나 고등학교 3학년 때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그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이 터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대다수가 '(아마)그 남자보다 착하고 잘생겼다는 내 동아리 친구'를 소개해주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높은 확률로 한나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다. 다른 일과 다르게, 좋아하는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래서 바보 같다.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가 아니라 그 과정 중에 있어도 그렇다. 친구들의 연애 상담을 듣다 보면 똑똑한 친구도 갑자기 맹구가 되고, 천사 같은 친구도 하이드씨를 만들어 낸다. 일반적인 관계의 틀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이들의 변화는 그 상대와 함께 그 시간을 함께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복잡한 주제에 있어서 음악은 최고의 파트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흥얼거리는 노래 같은 이 뮤지컬, 무겁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 않은 이 뮤지컬을 사랑을 꿈꾸는 사람과 함께 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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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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