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édiation] 메디아시옹 Project 2 - 재즈를 즐기다.

글 입력 2017.12.1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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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édiation] 메디아시옹 Project 2
재즈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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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édiation


 프랑스어인 ‘메디아시옹(médiation)’은 ‘매개’를 의미합니다. 프랑스 문화부에서 1980년대 처음 제시된 ‘문화매개’라는 개념은 문화예술과 관객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역할을 뛰어넘어 관객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 재미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감상 능력을 개발시켜 향유를 확산시킨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메디아시옹이 가지는 문화 실천의 이론적 범위에 비해 한없이 작지만, 이렇게 하나의 글을 통해서도 문화매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특히나 많은 이들이 음악과 공연을 즐기고 있으나 아직 어려워하는 장르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능동적이고 활발한 문화예술 향유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메디아시옹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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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메디아시옹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는 재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생소하거나 접하기 쉽지 않은 분야의 음악 및 공연을 다룬다는 메디아시옹 프로젝트의 취지와도 걸맞은 주제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재즈는 본래 친근하지 않았습니다. 듣다 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어디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몰라서 어려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재즈에 대한 화려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런저런 재즈 공연들을 다수 접하다 보니 그래도 재즈 음악을 향유하며 즐기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나 재즈의 경우는 그 음악성 이외에도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숨은 배경과 스토리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전문적인 지식보다도 재즈가 가지는 의미,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만연했으며 지금도 일부 국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노예 제도 및 문화는 재즈의 시초가 됩니다. 15세기 무렵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성행했던 노예무역은 굉장히 안타까운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대륙의 흑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오지 않아서 그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더라면 지금 우리가 재즈를 접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16세기 즈음, 당시만 해도 프랑스의 영토였던 지금의 미국 땅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는 에스파냐인 혹은 프랑스인과 흑인 노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 크레올(Creole)이 많았는데, 이들은 보통의 노예들과는 신분이 달라서 정식 음악 교육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이것저것 악기를 사용해 연주를 시작했던 것이 재즈의 초기 형태라 할 수 있는 ‘래그 타임’이라고 합니다. 이후 유럽과 아프리카의 음악적 전통이 만나 전혀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여 지금의 재즈로 구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 음악이 인정받기 시작하며 재즈 음악가들은 다른 흑인들보다 인정을 받는 직종 중에 하나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뉴올리언스 거리에는 매일 재즈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세계대전을 겪으며 뉴올리언스를 떠나게 된 음악가들은 시카고로 옮겨가며 자연스럽게 백인 연주자들과 합류하고 세계로 뻗어나가게 됩니다. 하위계층에서 생겨난 음악이 수많은 음악적 장르 사이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도 기적이며, 지배세력의 억압과 핍박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를 이루어낸 만큼 재즈는 의미가 큰 음악입니다. 그야말로 재즈는 암울한 역사 속에서 나온 저항 문화의 산물이고 대중음악이며 민중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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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로니어스 멍크 (1917~1982) 미국의 위대한 재즈 작곡가)



재즈의 구성


 재즈는 생소하다, 어렵다고 느끼지만 사실 재즈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많이 존재하는 음악입니다. 많은 카페나 조용한 공간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재즈를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커다란 트럭이 후진할 때 나오는 음악, 초인종 음악 소리에서도 들을 수 있는 곡이 재즈입니다.

 그런데도 재즈는 왜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걸까요? 아마 재즈는 다른 음악 장르와 다르게 독특한 재즈만의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즈와 더욱 친해지기 위해 이번엔 재즈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재즈의 기본 구성은 'Head - Solo - Head'로 이루어집니다. 기존 토대가 되는 테마이자 멜로디를 구성하는 것이 헤드(Head)이며, 보통 재즈의 첫 시작과 끝을 담당합니다. 솔로(Solo)는 말 그대로 독주인데, 다른 연주자들은 기존의 Head에서 했던 연주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Solo를 맡은 연주자가 자신만의 연주를 합니다. 예컨대 피아노, 드럼, 베이스로 재즈 트리오가 구성되어 있다면 'Head - 피아노 솔로, 베이스 솔로, 드럼 솔로 - Head'라는 구성으로 곡이 마무리되는 식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가 재즈 공연 중에 갑자기 박수 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바로 이 솔로가 끝난 후에 박수를 치는 것입니다.

* 다음 영상은 제가 현장에서 너무나 인상적으로 들었던 김영후 재즈팀의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 영상입니다. 직접 음악을 들으며 헤드와 솔로를 구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BS 스페이스 공감] 미방송 영상 김영후 - Dancing On The Floor)


 저는 위에서 설명했던 솔로(Solo)가 바로 재즈 음악을 즐기는 포인트이며 재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헤드에는 자세한 악보가 존재하지만 솔로에는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솔로는 즉흥적인 연주이며 그것에 자신만의 곡 해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나아가 자신의 감정과 목소리를 표현하고 표출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음악적 장르가 재즈이며 그러한 맥락에서 청중과 가장 가깝게 소통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재즈의 역사와 함께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고되고 힘든 삶 속에서 같은 처지에 모인 이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악기로 화음을 내고 하모니를 맞추어 보던 것이 Head를 이루게 된 것이며, "자, 이번엔 네가 제대로 연주해봐!"라고 하던 것이 Solo가 되어 지금의 재즈를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억압과 핍박 속에 살던 이들이 유일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던 방법이었으며, 저항의식을 담아낸 음악이 바로 재즈였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리고 재즈는 기본적으로 피아노, 드럼, 베이스의 트리오로 구성되지만 색소폰, 플루트 등 구성이나 곡에 따라 여러 편성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 역시 많은 이들이 자기만의 악기를 들고 모여 함께 연주하던 재즈 탄생의 배경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재즈의 비트


 재즈뿐만이 아닌 모든 음악에 있어서 비트, 박자는 기본 요소이지만 재즈에서는 더욱 특별합니다. 당연히 재즈 속에서도 다양한 비트가 존재하지만 재즈를 듣다 보면 흔히들 '재즈는 뒷박을 탄다.'라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재즈에 스윙 비트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윙 비트를 굳이 설명하는 이유는, 실제로 우리가 재즈 음악이라고 하는 것들 대부분이 스윙 비트를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재즈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재즈계에서는 '사람이 가슴으로 느껴야 할 수 있는 비트', '기계로는 만들 수 없는 비트'라는 표현이 있기도 한데, 스윙(Swing)의 ‘흔들다’라는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듣는 이들의 춤 본능을 자극하는 음악입니다. 박자와 박자 사이 끊김과 강약으로 긴장을 주었다 푸는 역동적인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그 박자를 타며 재즈를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흥겨운 박자로 춤을 부르는 스윙재즈는 1940년대 유례없는 재즈의 음악성과 대중성의 절정을 경험하고 이후 비밥과 쿨 프리재즈 등의 토대를 마련하게 됩니다.

* 백 번의 설명 보다 한 번 들어 보는 것이 좋겠죠! 다음 영상은 스윙 재즈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Glenn Miller의 'in the mood'음악 영상입니다.


(▲ 'IN THE MOOD' - Glenn Miller (Enhanced HQ Sound HD))



재즈의 가치


 재즈는 다이닝 음악, 베드 음악으로도 많이 불리고 쓰이는 만큼 무엇을 하면서도 그 배경음악으로 듣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그 이유는 재즈가 자아내는 특별한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만큼 재즈 음악이 들어간 영화들은 우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도 하는데요! '뜨거운 것이 좋아, 캐치 미 이프 유 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라운드 미드나잇'등의 영화와 함께 재즈를 즐겨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위플래시'와 '라라랜드'입니다. 두 영화 속에서 재즈는 얼마나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인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죠!


(▲ 라라랜드_'Lovely Night Dance'_PLAYY (La La Land, 2016))


 마지막으로 위에 설명한 단어들로 다시 한번 재즈를 정리해보자면,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기계로 모두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이 바로 재즈입니다. 재즈는 그날의 분위기나 무대, 또는 관객들에 따라 즉흥적으로 그 구성이나 화음, 화성,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또한, 함께 연주하며 서로 경쟁하듯 달려나가기도 하고 서로 배려하며 함께하기도 하는 것이 재즈이고 그것을 보고 들으며 그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 재즈입니다.

 재즈에는 그래서 정답이 없습니다. 재즈의 배경이 되는 저항적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만, 사실 지금 우리가 듣는 재즈는 분명 또 다른 음악입니다. '재즈 문화사(이원희)'라는 책에서는 재즈는 우리 시대의 음악이므로 이 시대를 살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재즈를 해석하는 권리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바로 당신이 해석한, 당신만의 재즈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에게 재즈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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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아시옹(médiation)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제로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보았는데, 재즈의 범위만큼 하나의 글에 욕심만큼 많은 내용을 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재즈 음악과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력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보이거나 추가하고 싶은 것, 개인적 경험담 등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시거나 메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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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플래닛(강모림, 2006)
재즈문화사(이원희, 2009)
재즈 삶과 소통의 음악(Sidney Finkelstein, 남정우 옮김, 2011)

* 본 프로젝트는 동국대학교 문화가치의 체험과 창작 강의와 함께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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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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