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폐기물들의 천국, 서울 새활용 플라자에 가다 [문화 공간]

글 입력 2017.12.1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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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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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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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를 감싸고 있던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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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컵 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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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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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나열된 것은 바로 내가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실 때' 발생하는 쓰레기들이다. 사실, 발생하는 쓰레기를 일일이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워낙 일상적인 행위 중 하나이고, 쓰레기는 손을 떠나 버려지는 순간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에서 사라졌을 뿐, 쓰레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쓰레기가 자연적으로 분해되기 까지는 우리가 일회용품들을 통해 편리함을 느꼈던 시간의 몇 만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당연하게도, 누적해서 쌓여온 폐기물로 인해 환경오염은 계속 심해지고 있지만, 위에서 커피로 예를 들었던 것처럼 개인적인 일상, 개인적인 소비에서 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나 감시는 사실상 대책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생각의 흐름을 한 번 달리해보자. 당장 폐기물의 양을 줄이기가 힘들다면,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서 '폐기물 아닌 것'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폐기물을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 아닌, 상상과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재료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새활용? 재활용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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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플라스틱 병으로 조명을 만들어 놓았다.
 

  서울 새활용 플라자는 '폐기물들의 천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큼 폐기물의 환골탈태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곳은 「자원순환도시 서울시 비전 2030」을 토대로 새활용(Upcycling)에 대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인식을 넓히고, 업사이클링 기반 산업의 생태계 육성을 위해 설립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올해 9월에 문을 열었다.
 
  건물에 들어가기 전 간판을 보고는, '재활용이면 재활용이지, 새활용은 또 뭐야?'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요새 유행하는 언어유희이겠거니 생각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것은 초록색 페트병으로 만든 조명이었다. 어디 분위기 좋은 맥주집에 걸려 있어도 손색이 없을만한 매력적인 색과 모양의 조명이었다. '새활용'이 '재활용'과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느꼈던 순간이다.
  
  ‘새활용’이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우리말이다. 물건을 처음 만들 때부터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며 쓸모가 없어진 후까지 고려하는 것, 물건을 가치 있게 오래 사용하도록 의미를 담아 만드는 것까지. 새활용은 환경을 지키고 자원순환을 실천할 수 있는 자원순환의 새로운 방법이다.

  새활용과 재활용에는 큰 차이점이 있었는데, 재활용은 폐기물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과정 자체에서 또 오염이나 폐기물이 발생하는 반면, 새활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새활용은 말장난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진지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인식을 전환하는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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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활용 플라자에는 폐기물에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스튜디오들이 입점해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스튜디오는 '밀키프로젝트'와 '글라스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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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키프로젝트가 제작한 카드지갑.
고소한 우유 냄새가 날 것만 같다.


  '밀키프로젝트'는 우유팩으로 카드지갑과 같은 생활잡화를 만든다. 우유팩 표면에 그려진 그림 또는 로고를 가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서 정겨우면서도 귀여운 인상을 준다. 교통카드를 넣고 가지고 다니면 꽤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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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라스본이 제작한 유리병 그릇.
간단한 스낵이나, 밑반찬, 아니면 생선 구이를
담아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글라스본'은 폐유리병을 새활용하여 접시, 시계, 조명 등의 제품을 제작한다. 초현실주의 화가가 그린 것 같은 형태의 유리병이 눈앞에 있으니 너무 신기했다. 또, 기존에 액체와 맞닿았을 유리병 내부의 벽을 눌러서 서로 붙여버리고, 유리병 표면에 음식을 놓을 수 있게한 발상의 전환이 재미있었다.

  새활용 스튜디오들을 다 둘러보니 모든 스튜디오의 공통점은 폐기물의 이전 쓰임새에 얽매이지 않고 소재 자체에 초점을 두어 완전히 새로운 용도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제작자들의 아이디어는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심어주었고, 그 가치를 담은 폐기물은 이렇게 우리 앞에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공방에서 제작한 센스만점의 제품들을 마주하고 기분이 꽤나 이상했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버린 쓰레기가 멋진 제품으로 다시 태었다니. 노랫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돌아와~ 돌아와~ 다시 돌아와~
다시 돌아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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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에서는 새활용을 통한 제품제작뿐 아니라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글과 사진만으로는 아직 새활용이 와닿지 않는 분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서울 새활용 플라자 자체가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방문한다면 아직은 한적한 서울 새활용 플라자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함께하고 또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무심했던 나를 반성하며, 헤어진 옛 폐기물의 멋진 모습을 만나러 서울 새활용 플라자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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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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