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폐인들과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Autistar [디자인]

글 입력 2017.12.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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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자폐인들과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Autistar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자유와 같다. 우리는 화폐를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돈은 현대인 생활의 중심이자,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도구다. 그렇기에 임금을 받는 노동권은 오늘날 가장 지켜져야 하는 것 중 하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최저임금 제도는 모든 사회구성원의 기본적인 생활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안전망이다. 즉, 최저임금제도는 노동권을 침해받기 쉬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고, 사회 구성원들의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이라는 합의에 따라 세워진 정부가 이행해야 하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필자는 작년에 학교에서 장애인 노동권을 주제로 캠페인을 했었다. 장애인은 소수라는 이유로, 장애라는 표찰로, 기능적인 장애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장애를 '선택'하지 않은 사회의 구성원이다. 따라서 국민의 합의에 따라 세워진 정부는 이들을 보호해야한다. 하지만 그들은 장애인의 최저시급을 지켜주기는 커녕 ‘최저시급 적용제외 인가’라는 말로 그들의 안전망을 제외해버렸다. 단순히 일정한 금액을 채워주는 최저시급이 가장 적절한 대응책은 아니었겠지만, 당시에는 장애인 노동을 위한 제도와 법규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 필자에게 장애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오티스타 대표를 인터뷰하는 것은 큰 영감을 주었다. 오티스타는 자폐인의 특별한 재능과 재활을 의미하는 영어(Autism Special Talents And Rehabilitation)의 줄임말이다. 이름처럼 현재 10명의 자폐인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현재 오티스타는 자폐인들의 작품을 판매하고 교육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1명은 SK 플래닛 디자이너로 채용됐고, 2명은 디자인 전문회사 에이랜드에서 파견근무 중이다. 오티스타 대표는 자폐인의 특성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장애인 노동 복지의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오늘날까지도 장애인들은 '노동의 주체'가 아닌 '지원의 대상'이다. 그런 인식은 제도에 이미 녹아들어 있다. 진로교육은 반복적인 기계를 다루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의무고용률은 이해와 인식 대신 의무로서만 부여되고 있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벌금을 무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위기는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든다. "우리는 정말 장애인을 인간으로 보고 있는가?" 우리는 정말 한 인간으로서 가진 강점과 특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을 바라볼 때 약한 사람이니까 배나 곪지 않을 정도로 채워주자는 인식 수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기초적인 단계가 충족되어야지 다음 단계가 충족된다는 매슬로우의 이론은 여러 방면에서 큰 영향을 끼쳤지만, 인간은 어떤 것이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계적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아실현을 바라고, 사랑하기를 바란다. 인간은 먹고 사는 문제만 우선적으로 해결되면 되는 존재가 아니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에 집착한 아픈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고, 우리는 이런 믿음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의 삶도 망쳐놓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장애의 유무를 떠나서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우선 회사의 설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왜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고,
왜 하필 장애인 ‘디자이너’를
고용하게 되었나요?"

처음부터 회사를 설립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프로젝트를 이어가다 보니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자폐인들은 지적장애와 다르게 박사학위를 받거나 교수를 하는 등 다양한 능력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장애로 낙인 찍혀 그들의 일에 대한 선호나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런 현실이 복지의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지란 밥만 주고 집만 마련해주는 것이 아닌, 장애인의 무한한 재능을 키워주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서 살 수 있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많은 기업한테 “장애인들에게 자리를 조금씩 양보하고 내주며 함께 살면서도, 나름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라는 올바른 사회 공헌 모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자폐인들에게는 많은 재능이 있지만, 이들은 들려주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을 더 잘 기억하고, 표현을 잘하는 시각적 학습자로서의 특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자폐인들 중에는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지 않아도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도 예쁘다면 디자인 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처럼, 시장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꼭 대학에서 전공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람들이 그린 그림을 활용해서 직업으로 연결해 줄 수 있다면 굉장히 바른 복지의 방향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 제시할 수 있는 사회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자폐인 디자인 상품이 시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마땅한 판매통로가 없었습니다. 정식으로 등록된 구조가 생산, 판매, 납세를 해야 해서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의 직업, 진로, 재활, 복지, 그 중에서도 자폐성 장애인이 가진 수많은 재능과 연계된 모델을 만들려던 프로젝트가 제 창업으로 연결되어버린 겁니다.

2016년 11월 인터뷰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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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스타의 디자이너와 같이, 장애인은 사회화 교육만 잘 받는다면 어느 면에서 뛰어난 기능을 할 수 있다. 자폐증을 가진 아티스트는 오티스타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있고, 자폐는 어떤 분야에서는 일반인보다 뛰어난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오티스타 소속 디자이너의 작품들은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뉴욕 국제선물박람회에 출품되기도 했다. 이들의 작품이 '장애인'이 아닌 한 명의 '디자이너'로서 인정받은 것이다. 편견을 버리고 그들을 잘 이해하면 장애는 특성이 될 수 있다. 사회의 노력으로 장애는 '장애'가 아닌 하나의 '다양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가 장애인을 결손된 존재가 아닌 성별이나 인종처럼 다양성을 가진 존재로 이해한다면, 그들은 우리들의 대인관계 중 그 어떤 것들도 될 수 있다.

장애인과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장면을 상상해봤는가? 물론 우리가 서로 이해하기 위해선 보조 지도자가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세상을 아예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티스타가 보여준 '다양성의 이해'였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최저임금도 못 되는 임금을 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필자는 장애인은 우리와 같은 존재니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 평등과 상대적 평등이 다르듯, 그들에 대한 지원은 비장애인보다 좀 더 특별해야 한다. 출발선이 다르다. 그리고 출발선은 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적절한 지원은 장애인이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필자는 다만, 그런 지원 이전에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이 사회와 상호작용하고 일함으로서 자아실현을 하는 인간이라는 이해가 제도와 사회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뉴욕에서 그들이 '디자이너'로 흡수되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들을 무한한 창조력과 천재성을 가진 한 인간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어떨까?

예술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캔퍼스에 그려진 그림은 그려진 사람의 다양한 마음을 담아낼 뿐, 현실처럼 그 사람의 특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나는 당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최저시급에 관해서 “옆의 장애인이 동일한 임금을 받는 비장애인은 그것을 억울하게 생각할 수 도 있지 않나”라는 질문을 들었다. 나는 살아가기 힘든 오늘날 왜 '굳이' 장애인을 신경써야하나 고민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는 말이 있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애당초 '유니버셜' 했다면 누구라도 쓸 수 있다는 정신이 녹아들어있는 디자인이다.

유니버셜 디자인과 같은 제도도 똑같다. 가장 약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안전망은 그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목소리를 가장 내기 힘든 사람들 중 하나인 장애인이 우리의 사회제도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안전망이 쳐질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정말 사회가 '유니버셜'해지길 바라면서, 그런 우리가 언젠가 캔퍼스와 같은 사회에서 살길 기도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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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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