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에 대해

사랑이란 무엇일까, 친구들과 술 마시며 할 거 같은 이야기
글 입력 2017.12.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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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에 대해


사랑이란 무엇일까,
친구들과 술 마시며 할 거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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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연인의 가마 모양을 유심히 보면서 그를 유일무이한 단독자로 발견해 내는 일이고, 설사 내가 쇄골이 반듯한 사람을 좋아하더라도 쇄골이 반듯하지 않은 연인에게 “반듯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좋은 거지요.” 라고 말해주면서 그 단독성을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절대화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시,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연인을 절망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이다. 그것은 연인이 무심코 “죽겠다.”라고 말할 때 “정말로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아무렇게나 죽겠다고 말하지는 마요.”라고 말하는 일이고, 정전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쪽도 역시 캄캄하다고, 나는 당신과 같은 어둠 속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일이며, 잠을 못 자는 연인에게 밤 아홉 시에 달려가 함께 배드민턴을 치자고 말하는 일이다.

백의 그림자 평론 중, 신형철


*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의 친애하는 친구들에게 사랑에 대해 물어보면 여러 반응을 볼 수 있다. 연애 경험이 없으니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발을 빼는 사람, 사랑에 대해 초인적인 능력으로 모든 것을 깨닫고 해탈한 사람, 자신만의 철학을 견고히 세운 사람, 사랑과 여타 비슷한 감정들을 혼동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고 따질 필요 없이 그저 좋아라 하는 사람,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에 배반당한 사람. 그들의 사랑은 다양하고, 달콤하고 다정하다가도 무지막지하고 무신경하며 혼란스럽고 아프다.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수백 번 고민해도 다음 날 밤이 되면 새로운 고민으로 잠 못 이루곤 한다. 사랑이란 무엇이지. 나의 자매는 전화를 걸어 사랑이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늘어놓고 한참을 칭얼거린다. 사랑 받는 일마저 지겨워 질 만큼 대체 '사랑을 어떻게 하는 건지', '내가 하는 게 사랑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울고 떼를 쓴다. 그녀와 전화하는 일은 대체로 가만히 듣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잠자코 그녀의 말을 듣고,  습관적으로 맞장구를 치거나 때로 핀잔을 하고, 결국에는 나도 모르겠다는 도움 안 되는 대답과 더불어 그러는 그대가 생각하는 사랑은 뭐길래 그리도 힘들어하느냐 되묻는다. 우린 서로의 막막한 사랑을 조금 안쓰러워 한다.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저절로 나의 사랑, 내가 구축한 사랑의 철학을 몇 개 꺼내 보곤 하는데, 그럴 때 그녀에게 딱 맞춰 내어줄 수 있는 사랑이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낀다. 사랑의 유일무이함과 단독성으로 우리는 사랑에 관해서는 외딴 곳에 버려진 사람들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아, 외로움이나 쓸쓸함이 휘몰아치기도 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사랑을 묻는 숱한 사람들, 혹은 나와 사랑을 나누는 그에게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내어줄 수 있는 사랑의 절대성, 존재론적 속성이 있는 걸까. 나의 친애하는 친구들과, 사랑하는 자매들, 존경하는 저자들은 사랑에 대해 나름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여전히 나는 밤마다 새롭게 고민하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랑에 대한 단상들.

  
*


나는 오늘, 위에서 기술된 첫 번째 유형의 사람 “연애 경험이 없으니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발을 빼는” 사람에게 더 이상 발을 빼지 못 하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사랑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는 연애 경험이 없지만 남의 사랑에 대해 결코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이자, 본인이 하게 될 사랑에 대해 수줍음과 낭만을 겸비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는 내가 사람 중, 연애를 한 번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즐거운 사람이다. 

- 사랑이란 무엇이니
- 나는 모른다 이 자식아, 난 사랑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 했어
- 글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무엇이죠? 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불가피한 몇 가지 속성은 무엇이죠? (인터뷰 톤을 차용했다.)
- 사랑의 속성? 애매하네. 음,, 우연성? 마침 저 사람이 나랑 어느 부분에서 통한다, 이런 거 다 우연이잖아.
(-이걸로 글 써도 돼?)
(-응 당연)
- 그럼 너의 사랑은 우연히 시작돼? 그렇게 우연히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사랑이 필연이라고 하면?
- 나는 우연 필연 나눌 필요가 없다고 봐. 그건 그냥 생각하기 나름이고.
- 글쿠나,, 그럼 있지, 너에게 사랑은 사랑’하는’ 일이야, 사랑’받는’ 일이야?
- 나는 사랑받는다는 표현이 연인관계에서 좋은 거라고 생각 안 해. 사랑을 받는 건 친구나 가족이나.. 근데 연애는 서로 사랑해야되는 거잖아. 물론 연애를 하면 나는 열심히 사랑해주겠지만 내 애인이 그걸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같이 사랑하는구나 했으면 좋겠어.
- 나는 너가 가지고 있는 태도가 되게 좋은 태도 같아. 무엇보다 열심히 사랑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거 넘 좋다. 나는 있지 사랑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단순히 노력뿐만이 아니라 능력이란 걸 느껴.
- 아 그거 맞는 거 같아. 진짜 능력이야 그거.
- 우리는 사랑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일까나. 연애박사가 척척 알려주면 좋겠다. 너는 ~ 능력이 부족하니 삼 개월 동안 연애를 쉬고 수련하도록 해라.
- 수련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 누가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어지는 허무하고 귀여운 잡담들. 


사랑이란 그래서 무엇일까. 사랑’하는’ 일일까 ‘받는’ 일일까.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노력과 능력 사이에서 오가는 사랑의 정체성들. 우리의 사소하고 위대한 사랑의 단상들은 오늘과 내일과 아마 나중에까지 덧없이 이어질 거다. 아무튼 나와 친애하는 친구는 ‘열심히 사랑하겠지’ 하는 태도와 마음으로 사랑하리라. (내 친구는 아마 곧 연애를 시작하려는 거 같다.)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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