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해맞이, 나의 다이어리 변천사 [문화전반]

글 입력 2017.12.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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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가 정말 코 앞에 다가왔다.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에게 줄 선물을 설레는 마음으로 고르기도 하고, 또 누구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술잔을 기울일 준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은, 다이어리를 찾아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계절이기도 하다. 작년에 열을 올리던 다이어리 마케팅이 올 해도 이어지고 있으니, 다이어리를 쓰는(혹은 소장하는) 사람들의 힘도 무시 못할 것 같다.

 언제나 이맘때, 팬시용품을 파는 가게를 지날때면, 형형색색의 예쁜 다이어리들이 새로운 한 해를 함께 맞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구경해보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다이어리들이 있다. 심플한 디자인, 귀여운 디자인, 화려한 다자인 등등. 다이어리를 쓰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 만큼, 이에맞춰 다양한 디자인의 다이어리가 나왔을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은 심플한 것을 원해서 심플한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구매하지만, 그 이력은 화려했다. 다이어리 스타일에 변화에 따라 구매하는 다이어리의 디자인도 맞게 변화해 갔는데, 아마 왕년에 다이어리 좀 꾸며봤을 법한 사람들은 공감할, 다이어리 변천사를 말해보고자 한다. 이전에 실제로 쓰던 다이어리 사진을 갖고 오고 싶었지만, 이사올 당시 박싱한 이후로 꺼내보지 못했기에 찾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다이어리를 예시로 들었다.



따로 꾸밀 필요가 없는 극강의 귀여운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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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입문자가 그렇듯, 나의 다이어리 입문도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이미 일기장이 있었지만, 제출용이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적곤 했었다. 예를 들면, 반에서 일어났던 싸움 이야기나, 좋아하는 남자애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다이어리 꾸미기에 대한 개념은 별로 없었다. 그저 귀여운거, 예쁜거, 화려한 거면 장땡이었다. 위 사진 왼쪽의 일러스트는, 정말 예전부터 있었던 다이어리인데, 아직도 판매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당시, 다이어리보다는 러브장에 도취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이어리는 정말로 쓰는 용도보다는 약간 소장용에 가까웠다. 러브장의 인기가 어마어마 했기 때문에, 다이어리 꾸미기 보다는 러브장을 얼마나 잘 꾸미는 지가 세간의 관심사였다. 물론 우리만의 리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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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이 재구성한 당시 러브장.
찾아보면 이거보다 더 오글거린다.


 그 이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다이어리 꾸미기'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다이어리 꾸미기'카페, 일명 '다꾸'에도 가입하고. 열심히 활동도 하고, 스티커도 사고, 스티커를 만들기도,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다꾸의 세계에 점점 빠졌다.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를 붙이려니 다이어리 속지가 너무 화려해선 안됐다. 그래서 조금 깔끔한, 그러나 귀여움은 놓치지 않는 다이어리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꾸미기에 최적화된 귀여운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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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분히 귀엽지만, 내가 꾸밀 수 있는 공간은 마련된 다이어리. 그게 당시에 필요했던 다이어리였다. 이 때부터 손그림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예쁘게 꾸밀 수 있을까? 여기에는 어떤 색이 어울릴까? 이 공간이 조금 비어 보이는데 여기에는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어찌보면 개인적인 미술시간을 가진 셈이다. 마치 요즘에 컬러링을 하면서 힐링을 하듯이, 당시에는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면서 힐링을 했던 것 같다. '힐링'이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노는거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글씨도 예뻐야 했으므로 글씨 연습도 많이 했다. 못생긴 초등학교 저학년 글씨에서, 그래도 알아보기 편한 글씨로 많이 발전했었다. 지금은 예쁜 글씨보다 빠르기가 생명이기에 글씨체를 많이 포기했지만, 정갈한 글씨체로 발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곤 꾸민 다이어리를 친구들한테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스티커가 예쁘다고 공유하기도 하고. 이렇게 보면 좋은 점이 한가득이었던 것 같다. 추억도 되고 말이다.



다이어리 꾸미기의 암흑기. 수험생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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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때 까지는 열심히 꾸미던 다이어리도, 고등학생에게는 사치였다. 예쁜 스케줄러를 사긴 했지만, 꾸밀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나의 '다꾸'시기에도 암흑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알차게 스케줄러를 채운 시기이기도 하다. 몇 천원 하는 기다랗고 작은 위클리 스케줄러를 사용했었는데, 그 날 그 날 할 일들, 했던 일들, 시험 끝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나갈 때 적잖은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할일 들을 적어놓고, 일을 다 끝내면 고등학교 때 처럼 찍찍 줄을 긋는다. 3년 동안 생긴 습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예쁘게 꾸며 스스로 만족하기 위헤 다이어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진솔한 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꾸'시기의 암흑기이긴 했지만, 나는 새로운 방식의 일기를 쓰는 방법을 배운 것이기도 하다.



꾸미기보다는 진솔한 이야기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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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사진 중 왼쪽은 내가 4년동안 썼던 브랜드의 라이트 플래너다. 이미 나는 고등학교 무렵, 꾸미는 다이어리에서 벗어나 진솔한 이야기를 쓰는 다이어리로 스타일이 변화하였기 때문에, 꾸미기에 최적화 된 다이어리 보다 심플한 다이어리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다이어리가 왼쪽의 다이어리 였다. 매 해 새로운 일러스트들을 입힌 다이어리가 출시되기 때문에, 어떤 일러스트를 고를까 고민하는 재미와, 매해 구매하였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이지만 다른 일러스트, 다른 색을 가진 다이어리들을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두께에 비해 필자가 사용하는 양이 적었기 때문에, 그보자는 얇은 다이어리를 찾기 시작했고, 2018년의 다이어리로 구매한 것이 오른쪽의 다이어리다. 하지만 버릇이 어디 가지는 않는지, 아예 꾸미지 않는 것은 또 아니라서, 세련된 디자인의 다이어리에 소소하게 스티커나, 디자인 테이프로 꾸미고 있다.


 다이어리는 원래 일기장이다. 어릴 적 일기장이라는 개념보다는, 꾸민다는 것에 집중을 했던 나머지, 다이어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다이어리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꾸미기에 집중하는 일은 더 없을 것 같다. 그 보다는 내 안의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 집중할 것이다. 그 간 다이어리 변천사를 통해 내 스타일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스타일의 변화는 더 올 것이다. 내 사춘기와 나의 성장을 같이 한 다이어리 처럼, 어쩌면 다이어리의 스타일도 더 성숙해질지 모른다. 훗날, 어릴적부터의 다이어리를 차곡차곡 모아 놓는다면, 그거야 말로 앨범이 될 것 같다.





사진출처
텐바이텐
대학내일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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