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음악으로 돌아보는 2017년 - 上

글 입력 2017.12.2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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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시절을 기억하게 한다. 무심코 음악을 들었을 때, 그 음악을 들었던 과거의 감정과 상황, 행동들이 떠오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숙지감정이라 부른다. 과거에 겪었던 일을 다시 경험할 때에 그것을 이미 경험한, 익숙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이러한 음악이 여럿 존재한다. 게임에만 빠져있던 중학생과, 입시로 스트레스 받던 19살, 그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하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술에 취해 언덕을 비틀대며 올라가던, 공연 준비로 밤을 꼬박 새고 지하철에서 노을을 바라보던, 사소한 순간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도 있다. 수능 직전에 들었던 음악은 지금도 그 긴장감을 들려주고 있으며, 독감에 시달리던 내가 들었던 음악은 그 당시의 아픔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이렇듯 숙지감정을 담은 음악은 일종의 타임머신이 된다.

 음악은 그 시절이자 추억이다. 우리는 어느새 멜로디와 가사가 아닌 ‘그때의 우리’를 듣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울고 웃을 일이 많았던 2017년이 벌써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젠가 추억이 될 2017년을 음악과 함께 되돌아보고자 한다.



1월 -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Live] 에일리(Ailee)_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영상출처 - 유튜브 'YMCent']


 올해 초 드라마 ‘도깨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생사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 드라마는 도깨비의 변신을 선보였다. 머리에 뿔을 달고 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도깨비에서, 롱 코트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우월한 기럭지의 도깨비로, 이전 전통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를 선보였다. 대중은 이에 곧 매료되었다.

 드라마와 더불어 크러쉬의 ‘Beautiful’, 찬열, 펀치의 ‘Stay with me’, 에디킴의 ‘예쁘다니까’ 등 드라마의 ost도 큰 인기를 얻었다. 그 중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연말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높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스트리밍 횟수가 총 1억 회를 넘어갔으며, 가온차트 2017년 결산 중 디지털 종합 차트 누적집계와 다운로드 종합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와는 별개로 절절한 사랑과, 겨울,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2월 - 마크툽 'Marry me'

▲신호대기남 구윤회-marry me
[영상 출처 - 유튜브 '신호대기남']


 과거에 발매된 음악이 음원차트의 순위권에 올라가는 것을 ‘음원차트 역주행’이라 부른다. 한 팬이 직접 찍은 영상을 통해 기적 같은 역주행을 보여준 EXID의 ‘위아래’나,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다시 사랑받은 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마크튭의 ‘marry me’는 2014년 8월 4일에 발매되었지만, 올해 초 갑자기 음원 차트에 등장했다. 이는 ‘신호 대기남’이라 불리는 한 남성의 영상을 통해 이루어졌다.

 신호 대기남은 신호 대기를 하는 1분가량의 시간동안 노래를 불러 영상을 올리는 일반인이다. 그가 올린 ‘marry me’는 큰 관심을 얻게 되었고, 원곡의 순위를 급상승하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18주 동안 노래방 인기곡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원곡자는 작년 이후로 수입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2015년 2월에 발매된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도 이 즈음 한 BJ가 방송 중에 이 곡을 부른 후 SNS상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역주행을 하게 되었다. 음원차트에서는 당시 발매되었던 자이언티의 새 앨범이 강세를 보였다.



3월 - 아이유 '밤 편지', 비투비 'Movie'

▲[MV] IU(아이유) _ Through the Night(밤편지)
[영상출처 - 유튜브 '1theK (원더케이)']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2017년 3월 아이유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보여주는 ‘밤 편지’가 발매되었다. 아름다운 가사와 특유의 감성은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다. 가온차트 2017년 결산에서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이어 디지털 종합 차트 누적집계와 다운로드 종합차트에서 2위를 기록했다.

 당시 매일 아침을 이 곡으로 시작했었다. 아침 수업을 준비하면서 졸린 눈을 겨우 뜬 채 이 노래를 들으며 화장을 하곤 했다. 3월 말, 4월 초 나른한 날 속 잠이 덜 깬 나의 얼굴을 떠오르게 하는 곡이다.


▲ [MV] BTOB(비투비) _ MOVIE
[영상출처 - 유튜브 '1theK (원더케이)']


 필자의 3월을 명확히 기억하게 하는 곡은 3월 6일 발매된 비투비의 ‘Movie’이다. 탁월한 가창력을 통해 발라드 돌로 입지를 굳혀나가던 비투비가 간만에 선보인 댄스곡이었다. 영화 속 인물이 되어 사랑을 노래하는 이들은 평소의 비글미 넘치는 이미지에 딱 알맞은 컨셉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이들이 활동을 이어나가던 한 달 내내 이 노래를 좋아했었는데,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전시회를 보러 가기 위해 올라탄 버스에서 친구에게 ‘비투비가 너무 좋아..’라고 말하던 짧은 순간이 떠오른다. 음악은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엉뚱한 순간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준다. 앞으로도 이 음악을 들을 때면 2017년 3월 버스위에서의 대화가 떠오를 것 같다.



4월 -  프로듀스101 시즌2 '나야 나 (pick me)'

▲170331 프로듀스 101 (PRODUCE 101) 시즌 2
'나야 나 (PICK ME)' 직캠
@프로야구 개막 축하공연 4K Fancam by -wA-
 [영상 출처 - 유튜브 'smile -wA-']


 2017년, 101명의 소년은 전 국민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중독성 강한 이 음악은 방송 곳곳에, 길거리 곳곳에서 들리게 되었다. 방송 전 공개된 ‘나야 나’ 무대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 중에 내가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송이 시작된 후, 이내 101명의 이름을 모조리 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국민 프로듀서들은 홍보와 투표에 열을 올렸고, 한 마음으로 응원했으며, 함께 울고 웃었다.

 우리는 끝을 알 수 없는 101명의 청춘을 함께하며 응원했다. 4월부터 6월을 함께하며 이들은 곧 나의 2017년 여름이 되었다. 1위부터 11위를 차지한 연습생들은 워너원으로 데뷔해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순위권에 들지 못한 연습생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꿈을 이루어나가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성공적인 성공과 더불어, 내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컬래버레이션한 ‘프로듀스 48’이 방영될 예정이다.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컨셉으로, 전용극장에서 상시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는 일본의 걸그룹 ‘AKB48’의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양국에서 활동하는 단일 걸그룹의 탄생을 앞두고 있기에 그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외에도 4월에는 중독성이 강한 위너의 'Really Really', 현실적인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아이유와 오혁의 ‘사랑이 잘’이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였으며, 지드래곤이 피쳐링으로 참여한 아이유의 새 앨범 ‘Palette’가 발매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5월 - 수란 '오늘 취하면'

▲수란 Suran - 오늘 취하면 [세로라이브] LIVE
[영상 출처 - 유튜브 '딩고 뮤직']


 수란의 ‘오늘 취하면’은 발매 직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후, 지금까지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곡이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프로듀싱에 참여했으며, 슈가는 이 곡을 통해 2017년 멜론 뮤직어워드에서 핫 트렌드 상을 수상하며 프로듀서로서의 입지를 제대로 다졌다. 피쳐링으로는 2017년 큰 인기를 끌었던 래퍼 창모가 참여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필자는 감히 이 곡을 ‘최애 곡’이라 말할 수 있다. 발매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왔으며 한동안은 이 한 곡만 주구장창 들었던 적도 있다. 함께한 시간이 많은 만큼 나의 다양한 추억과 감정을 함께 담고 있다. 나의 2017년은 이 곡으로 기억될 것 같다.



6월 - 윤종신 '좋니', 헤이즈 '비도오고 그래서'

▲윤종신 - 좋니 [세로라이브] 라이브 버전 LIVE
[영상 출처 - 유튜브 '딩고 뮤직'


 예능에서 자주 모습을 보이는 윤종신은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2010년 3월 25일부터 지금까지 ‘월간 윤종신’이라는 음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매 월 초나 말에 싱글 음반을 한 곡씩 공개하고 있으며, 달마다 나온 음반은 매년말 '행보'라는 앨범으로 나오고 있다. ‘월간 윤종신’은 평소의 감정과 생각을 토대로 수시로 음악을 선보이며 팬들과 소통하겠다는 뜻으로 시작되었다. 앨범 발매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음악성 없는 개그맨’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진행하게 되었다.

 월간 윤종신으로 발매된 ‘좋아’는 발매 당시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6월 22일 첫 발매 당시 멜론 차트 98위의 순위로 진입했다. 하지만 발매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순위가 크게 올랐다. 곧 차트의 1위를 차지하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 곡이 역주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음악이 좋아서’였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이후 순위가 급상승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음원차트의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곡에서는 헤어진 후에 미련이 남은, 찌질한 남성의 모습을 퍽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이별을 경험한 뭇 남녀의 공감을 이끌어냈으며, 공감을 토대로 큰 사랑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윤종신은 다시 한 번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헤이즈 (Heize) - 비도 오고 그래서 (You, Clouds, Rain)
(Feat. 신용재 (Shin Yong Jae)) MV
[영상 출처 - 유튜브 'CJENMMUSIC Official']


 비가 유난히 많이 오던 6월 26일, 헤이즈의 앨범 '///'가 발매되었다. 유독 비와 잘 어울리는 헤이즈는 새로운 앨범을 통해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철에 딱 알맞은 음악을 선보였다.  그 중 가장 사랑받았던 음악은 포맨의 신용재가 피쳐링에 참여한 ‘비도 오고 그래서’이다.  이 곡에서는 쏟아지는 빗줄기와 함께 깊어지는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래 이 곡은 앨범이 발매된 6월 26일 이후 비가 오는 날 발매되기로 한 히든트랙이었다. 거짓말처럼 발매 당일부터 폭우가 쏟아져 그 날 자정에 바로 공개될 수 있었다.

 헤이즈는 이 곡을 통해 비오는 날의 센치함, 한없이 가라앉는 감정과 그에 수반해 이유 없이 커지는 그리움과 후회를 감성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해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에 대중은 큰 공감을 표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헤이즈는, 2017년 장마를 확실하게 책임져 주었다.

 이외에도 6월에는 지드래곤의 앨범 ‘무제’와 프로듀스 101의 경연곡 ‘열어줘’, ‘NEVER', ’Oh little girl', 'Show time'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김수민.jpg
  

[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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