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사랑하고 싶다면, 에세이 「다르면 다를수록」 [문학]

달라서 아름답고, 다르니까 특별하고, 다르므로 재미있다
글 입력 2017.12.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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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 전 즈음 에코페미니즘 강연에 참석했다. 연사 중 채식요리연구가도 있었는데, 그녀가 한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페미니즘과 채식주의는 어쩌면 크게 다를 게 없다며, 공감으로써 채식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만원지하철의 경험으로 평생 우리 안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돼지의 답답함에 공감할 수 있고, 전쟁 중 일어난 끔찍한 학살의 기억을 AI 때문에 생매장당하는 닭과 오리들을 보며 떠올릴 수 있다. 여성,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로서 힘듦을 겪어야 했던 기억들을 통해 다른 생명체의 눈물에 공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평소 ‘다름’이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답시고 온갖 자소서며 프로필에 다양성이 생동하는 사회를 꿈꾼다 말하고 다녔었지만, 이를 인간사회에만 국한하지 않았나 하는 충격이 일었다. 그날 강연은 고기를 안 먹느니, 채소를 먹느니, 하며 ‘먹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고, 누구나 생명권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가져볼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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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이후, 조금씩 조금씩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들의 삶에도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옥자’를 보고 난 감상을 지인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동물 다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기도 하며, 길에 핀 들꽃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변화라고 하기엔 참으로 소박하지만, 놀라운 건 이토록 사소한 변화가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일에도 무뎌지는 나를 보며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에 감동할 수 있는 섬세함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길 바랐는데, 나에게 있어 그 출발점은 바로 다른 생명을 살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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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생명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설파하기는 부끄러운 수준이라 조용히 공부해나가고 싶던 와중, 반가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과학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꾸준히 힘써 온 1세대 과학커뮤니케이터이자, ‘부계혈통주의’의 생물학적 모순을 증명하며 호주제 폐지에 힘을 보태기도 했던 실천적인 지식인 최재천 교수의 생태에세이 「다르면 다를수록」이다. 최재천 교수의 「다르면 다를수록」에서는 동‧식물이 지니고 있는 재미있는 습성을 생태학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하되 그들을 비교하거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최재천 교수는 자연과학의 중요성과 다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의 핵심에는 다양성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각 생명체는 너 나 할 것 없이 ‘특별한’ 존재이며, 이렇게 다른 모습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는 메시지가 놓여 있다.
 

산다는 것은 정말 무엇인가?
시인 김상용은 그저
“왜 사냐건 웃지요”라 했다.

어린이용 사전에서
‘생명’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대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이라 정의되어 있다.

어른들을 위한 사전에는
상당히 많은 정의와 설명들이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시간적인 정의를 주었다.

삶에는 무엇보다도 시작과 끝이 있다는
이른바 한계성이 생명의 특성 중
아마 가장 뚜렷한 것인가 보다.

-알이 닭을 낳는다, <아름답다> 중
(31쪽)

 
  「다르면 다를수록」은 자연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은 1장 「아름답다」, 저마다 다른 동물들이 지닌 차이와 그 다름의 가치를 보여 주는 2장 「특별하다」, 다른 동물 사회와는 다르게 인간 사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집단 문화와 개인의 습성을 포착한 3장 「재미있다」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 실린 45편의 에세이는 언뜻 가볍게 보이지만 자연과학자로서의 엄정한 관찰력과 시인의 감수성이 융합된 최재천 교수만의 독특한 시각을 잘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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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면 사랑한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등 시대에 많은 화두를 건네고,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쉽게 풀어내는 최재천 교수의 에세이, 「다르면 다를수록」. 그의 섬세함이 담긴 글로 획일화된 시대, 남과 다른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에 다시 한 번 다양함의 가치를 일깨우는 시간을 즐겨보고 싶다.





다르면 다를수록
- 최재천 생태 에세이 -


저자 : 최재천

펴낸곳 : 아르테(arte)

분야 : 에세이

규격
130*192

쪽 수 : 252쪽

발행일
2017년 11월 15일

정가 : 15,000원

ISBN
978-89-509-7244-8




문의
아르테(arte)
031-955-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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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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