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09. 뻔한 답 밖에 안 나오긴 하지만 ‘희망’인 것 같아요 : 김소원

글 입력 2017.12.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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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當身)


1.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2.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



뻔한 답 밖에 안 나오긴 하지만 ‘희망’인 것 같아요



  모두들 가슴 한 귀퉁이에 이야기 하나씩은 살고 있을 것이다. 잊을 만하면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는 ‘실제 기억 같은 상상력들’,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내내 부여잡고 있는 ‘죽마고우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어린 시절 사랑했던 책 속 주인공, 언젠가 영화에서 마주한 강렬한 장면들, 환상적인 애니메이션 세계. 한때 푹 빠졌던 이야기를 끌어와 다시 회상을 할 때면, 생생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큼이나 뭉클할 때가 있다. 어쩌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모든 이야기’는 진짜로 나와 한 시절을 공유했던 세계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사람의 눈은 얼마나 뜨겁고 깊을지.
  
  우리의 아홉 번째 ‘당신’은 바로, <이야기의 이야기>의 김소원씨. 당신은 이야기를 사랑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내밀하고 담담하게 기록하는 글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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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트인사이트 구독자분들이 알 수 있게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전문 필진으로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고, <이야기의 이야기>라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는 김소원이라고 합니다.
  
Q. 아트인사이트 페이지에서 즐겨보는 글이나 작품이 있을까요?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게시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시리즈는 <사자가끄덕일때>, <보암보암>, 일러스트 그리고 해서님 글도 종종 보고 있습니다. ‘누구에겐 좋은 사람’, ‘능소화’ 잘 봤습니다. <보암보암>에서는 옛날 글이긴 한데 ‘라라랜드’ 글 정말 와 닿았어요. 저도 ‘라라랜드’를 보고 너무 좋았는데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보암보암에서는) 너무 잘 표현해 주셔서. 그리고 이런 코너들이 아니더라도 오피니언으로 올라오는 글도 종종 읽어요.
  
Q. 소원씨 자신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일까요?
  
저는 노란색이에요. 원색적인 노란색이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색이고, 노란색이 부드럽고 밝은 색이잖아요. 제 첫인상을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센 인상이기보다는 둥글어 보이는. 그런데 사실 노란색은 옷처럼 다른 것들과 코디를 하려고 하면 애매한 색이기도 해요. 원색이라. 저 역시 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어느 집단에서든 그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스타일이에요. 그게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질투의 색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실제로 질투도 많거든요.

“어떤 것에 대한 질투가 많나요?”
  
재능? 뭔가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대단하고,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하는 생각들 많이 들어요. 제일 부러운 재주는 아무래도 글 쓰는 재주.




  밝고 유순해 보일 수 있지만 개성이 강해 주변과 어우러지기 애매한 성격이라는 당신. 글쎄, 주저 없이 자기 자신이 무슨 색인지 말하고 평소에 질투가 많다는 인간적인 속내를 밝힐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충분히 당신 안에는 우리가 ‘질투’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 차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Q. 오늘 인터뷰하러 오는 길에서 소원씨가 인상 깊게 본 풍경이나 사람이 있을까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무엇을 할 예정인가요?
  
오는 길에 1호선을 탔는데 옆에 할머니라기엔 젊고 아주머니라기엔 나이가 좀 드신 분이 앉으셨어요. 그런데 내리시기 전까지 정말 말을 한 번도 안 쉬시고 계속 하셔요. 그 중의 절반은 통화고 절반은 혼잣말. 서울 초행길이신 것 같은데 종로3가에서 내리시는 것 같았어요. ‘멀다, 멀다, 지겹다, 지겹다’ 계속 이러시고 나중에는 저랑 눈이 딱 마주쳐버렸어요, 그때부터 저한테 말을 거시는 거예요. 뭐를 계속 물어보거나 무슨 말을 하시는 건 아니고 그냥 계속 지겹다 그 얘기 하시고, 종로3가 가는 거 맞냐, 여기서 몇 정거장 더 가야하느냐 그런 거? 물어보시더라고요. 뭐 지하철 타면 정말 이상한 사람 많은데 이 분은 그래도 되게 명랑하신 분 같았어요. 벨소리도 통통 튀는 팝송이고 통화내용도 그냥 되게 밝으신 분 같았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음, 3일 동안 부산을 갔다 올 생각이라 3일간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해요. <이야기의 이야기>도 써야하고. 프레스도 프리뷰 써야 하고. 원래는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될 것 같네요.
  
Q. 소원씨에게 13월이라는 비현실적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가요?
  
이 질문 되게 재밌었어요. 저는 사실 1년 중에 겨울을 제일 안 좋아해요. 전 일단 계절에 따라서 감정기복이 있는데 겨울에는 아무래도 춥기도 하고 일조량이 떨어지니까 몸이 처지는 게 있더라고요. 그리고 12월까지 되게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해서 분위기가 들떠 있다가, 1월 되면 새롭게 살아야 하는 그런 게 부담이 되고 어영부영하다보면 1월, 2월이 금방 사라져버리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단 13월이 생기면,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어요. 현실을 살아가는 그런 리듬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채 살고 싶어요. 현실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 1달이니까. 그 시간동안 지난 한해를 어떻게 살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하고 싶어요.
  
Q. (릴레이질문) 이전 인터뷰이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최근 관심 있는 취미생활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여기에 답변을 해주시고 소원님도 다음 인터뷰이에게 질문을 던져주시면 됩니다.
  
저는 요즘 다이어리 꾸미기. 늘, 이맘때만 생기는 취미죠. 구경하고 꾸밀 거 사고, 다이어리 팁 그런 거 캡쳐 해놓고. 그런 것에 돈을 쓰고 있습니다.
  
(다음 인터뷰 게시물이) 1월에 나올 거니까, 겨울을 즐겁게 보내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저는 진짜 모르겠어요. 진짜 물어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내나. 저는 그냥 밖에 돌아다니기보다 그냥 실내에서 활동하는데, 너무 안에 있으면 기운이 없으니까.
  
Q. 이야기의 이야기. 이 큰 컨셉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우리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야기가 남는다'라는 대답을 해주셨잖아요. 그래서인지 소원씨의 소망 같은 것이 문득 궁금했어요. 소원씨는 인간의 삶이라는 긴 이야기 속에서 변치 않을 진실, 남아 있을 이야기 하나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나요?
  
변하지 않는 것, 그리고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것. 음, 전 처음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유행가에서도 하는 말이지만, ‘모든 건 변한다’라는 말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뻔한 답 밖에 안 나오긴 하지만 ‘희망’인 것 같아요. 엄청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조금 더 나은 무언가를 꿈꾸는 것이기 때문에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어떤 상황이든 그런 희망은 변하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 소원씨의 삶에서 조금 나아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어떤 희망을 걸고 싶나요?”
  
글쎄요, 조금 더 두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많이 재는 편인데 과감하게 한 발 나아가고 싶어요. 휴학하고 나서 노력은 하긴 했는데 아트인사이트도 그런 맥락에서 시도한 것이고. 그래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당신은 이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고 그랬다. 사실, 질문을 준비한 나 역시 ‘대책 없이 진지한 질문이군’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도 굳이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의 이야기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들을 품으면서 지켜내고 싶은 간절함이 분명히 있었을 거니까. 그래서일까. ‘희망’이라는 심심하고도 순수한 대답이 돌아왔을 때, 약간 힘이 빠지면서도 안심이 되었다. 특별한 이야기의 꼬리만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나올 수 있는 단어 같아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마음.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모두가 굳이 입 밖으로 꺼낼 생각을 못했던 비밀의 단어. 내가 그토록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싶었던 것을 ‘왜 그렇게까지 빙빙 돌려 생각해. 그냥 당신도 희망이라고 말하지.’하며 툭 던져주는 것 같았다.




Q. '이야기의 이야기'라는 의미가 완성되려면, 소설 속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소원님의 이야기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할테죠. 모든 이야기에서 공감을 끌어내기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주로 이야기의 어떠한 맥락에서 공감 포인트를 발견해내시나요?
  
평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에요. 처음 연재 시작할 때만 해도 쉬울 줄 알았어요. 좋아하던 이야기들이니까.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해보니까 아니더라고요.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지 않게 쓰는 게 정말 어려워요. 결론도 뻔해지고. 이건 지금도 고민거리에요. 제가 글을 쓰는 방법은, 일단, 어떤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비교적 생생한 기억 예를 들어 당시의 느낌이나 생각, 그런 걸 마인드맵으로 해봐요. 그러고 나서 다시 책 전체를 훑어봐요. 그럼 지금 다시 읽었을 때 드는 생각은 어떤지 보여요. 어떤 생각은 예전과 같고, 어떻게 그때랑 다르고. 그런 차이점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공감은 결국 저한테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과거의 느낌과 현재의 느낌을 비교하면서요.
  
“많이 바뀌는 지점들이 있나요?”
  
이야기들이 오히려 어릴 때보다 지금 더 와 닿을 때가 많아요. ‘빨간머리 앤’이나 ‘모모’ 같은 경우엔 정말 확 와 닿는 게 있었어요. 그땐 그냥 재밌었는데, 지금은 현실적이라고 느껴요. 특히, ‘빨간머리 앤’은 초등학생 때 읽으면서 운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다시 읽었을 때는 너무 슬펐어요. 앞에 처음 시작이 매튜 아저씨가 (고아원에서) 앤을 데리고 가는 장면인데, 처음엔 아저씨는 아이가 남자 아이일거라 기대했는데 여자애가 있으니까 그냥 내버려두고 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마음이 안쓰러워 그냥 데리고 오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너무 슬펐죠. 고아원을 탈출하는 유일한 창구인데, 나는 남이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아저씨가 돌아가시기 전 애틋한 장면도 그렇고.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나오는데 ‘앤은 그게 마지막 밤일지도 몰랐고, 그게 그토록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지 몰랐다.’라는 식으로 서술되는데, 저는 뒷얘기를 아니까 더 슬픈 거예요. 이런 식으로, 새로운 걸 저도 많이 느껴요.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과거의 자신과 대화하는 당신. 한번 경험했던 것을 다시 또 찾고 여러 번 새롭게 느끼는 지점들에 대해서 처음으로 깊게 생각해본다. 어떤 리뷰든 다 의미가 있겠지만, 리뷰의 리뷰 역시 새로울 수 있겠구나. 경험이라는 것은 새로워야 하고 다양해야 한다는 편견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이미 본 적 있는 것에 대해, ‘한번 느껴본 감정’이라고 쉽게 잊고 사는 게 아닐까.




Q. <빨강머리 앤>편과 <오즈의 마법사> 편을 보면서, 소원님께서는 현실의 눈에 비친 '비현실 속 이야기'들을 다시 현실로 가져와서 이야기해주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본인이 소설 속 인물이 된다면, 매일이 특별하다면, 삶의 처음과 끝이 없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나'라면, 소원님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을 받고 뜬금없긴 한데 생각난 게 있었어요. 정확하진 않은데 이 비슷한 질문을 황정은 작가가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분 대답이 ‘소설 속 인물이 되고 싶을 리가 있나.’ 그렇게 대답하셨대요. (웃음) 저는 소설도 소설 나름이니까, 심각한 거 말고, 정통문학이 아니라 가볍게 읽는 재밌는 소설?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혹시 ‘닥터후’라는 드라마 아세요? 하여튼 주요 이야기가 타이머신을 타고 시공간을 넘어 다니는 건데, 에피소드 식으로 가볍게, 뭐든 잘 풀리는 가벼운 소설 속 인물이면 좋겠네요.
  
Q. 로알드 달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에세이 말미에 '어린 애가 무슨 그런 생각을 해?'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구체적인 사연이었는지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 소개해주세요 :)
  
유치원 때, 베란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근데 그게 심각한 얘기가 아니라, 진짜로 전 어렸으니까 누군가가 듣고 놀랄 거라는 그런 의식도 없이 내뱉은 말이잖아요. 아무생각 없이. 그런데 옆에서 엄마가 ‘얘가 왜 이러지?’하면서 놀란 거예요. 어릴 땐, 그런 식으로 떠오르는 걸 필터 없이 온갖 얘기를 하고 그랬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많이 당황스럽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Q. 동화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신 부분이 기억에 남는데요. 정말 아이들을 위하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우리와 같은 어른이(?)들을 위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제 민담으로 엮은 것이 동화인 경우가 많죠. 그런데 민담 자체는 잔인하고 외설적인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아이들은 지켜줘야지’하고 만든 것이 동화가 됐죠. 아이를 ‘지켜야 할 대상’, ‘보호 받아야 할 대상’으로 본 게 얼마 안 됐고. 그렇다면 정말 아이들은 위한 동화는 어떤 가치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어른이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어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책이 대신하는 거죠. 문학이 원래 그런 기능이 있잖아요.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풀어내 해소시켜주는 것. 그런데 어렵긴 하죠. 아이가 직접 쓰는 게 아니니까요. 음, 그리고 꼭 대상이 아이가 아니더라도.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있다고 예를 들어보면.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어떤 틀 안에 가두고, 고정적인 정체성의 집단이라고 쉽게 단정하면서 서로 다른 한사람 한 사람으로 구성된 것을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저 이 집단은 이런 성격이니까, 뭐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보호의 대상 가르쳐야 할 대상 이렇게만 보는 걸 넘어서서 하나의 작은 개인으로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른이(?)의 경우엔, 평전, 자기개발서 그런 것처럼 ‘너무 성공한 사람, 너무 실패한 사람’ 이런 게 아니라 정말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불안하고 흔들리는 상황에 처한 사람 입장에서는 성공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다, 이런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정말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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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씨: 고등학생때 드문드문 써오던 일기를 대학생이 되어서는 한동안 쓰지 않다가 작년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저게 벌써 세번째 일기장인데요 부적같은 느낌으로 어딜 가든 갖고 다니는 편이에요. 제 손때가 묻어있고 제 생각으로 가득한 물건이라 가지고 있으면 낯선 곳에서도 안심이 되거든요. 앞으로도 항상 갖고다니며 꾸준히 일기를 쓰고싶습니다:)




Q. 2017년이 곧 끝나갑니다. 2018년에도 계속 인터뷰는 이어지겠지만, 어쨌든 소원씨가 올해의 마지막 인터뷰이네요. 연말을 장식하는 의미에서, 이야기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꾼으로서, 곧 사라질 2017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전 시간이 갈수록 느끼는 게, 어렸을 때는 잘 몰랐던 건데 이제는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도 되게 신기한 일이더라고요. 뉴스를 보면 너무 사건사고가 많고. 어릴 땐 내가 죽을 거라는 생각도 안 하고 살았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 세대나 할아버지 할머니 편찮으신 모습을 봐야하고. (그러니 어쨌든) 2017년의 끝을 본다는 것은 잘 살아남았다는 뜻이잖아요?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1년 산 것만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만 해도 의미가 있지 않나.
  
Q. 2018년 소원님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가 채워지길 원하시나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계획을 상세하게 짜놓고 지워가면서 사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래서 사실 이런 거 누가 물어보면 잘 대답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는데. 일단 내년에는 ‘복학’이 예정되어 있고. 저는 1년 휴학을 하면서 의외로 ‘학교로 가면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 많이 했어요. 부끄럽지만 학교에 있을 땐 열심히 능동적으로 사는 학생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학교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전에는) 학교 공부는 공부가 아니라 들어야 하는 수업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은데, 돌아가면 열심히 하고 싶어요. 4학년이니까, 뭔가 현실적인 진로 고민도 해야겠죠. 해마다 그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눈앞에 닥쳤으니까. 잘 하겠죠.




  2017년. 어김없이 한해가 간다.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났네, 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이야. 이런 말들을 한 적이 엊그제 같은데. 색색의 조명들이 거리를 장식하고 상점들은 온갖 이벤트 상품들을 진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덕담 비슷한 말들을 주고받는 연말. 그래서일까. 올해의 마지막 인터뷰이로 당신을 만난 것은 어쩌면 상당히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이야기는 남을 것이고, 이야기의 이야기는 또한 계속 이어나갈 것이니까. 다시 또 출발선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며 서있는 익숙한 이 감정을 당신 덕분에 새삼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어디로 떠나고 싶은가.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희망하는가.
  
  ‘잘하겠죠’라는 당신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돈다.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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