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원하는 삶이 여기에 있다, 책 와비사비 라이프

글 입력 2017.12.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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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크게 장염을 앓았다. 물만 마셔도 속이 부글거려 어지간히 괴로운 게 아니었다. 몸이 무너지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가만히 링겔 맞으면서 누워 있을 밖에. 일도 나가야 하고 프로젝트 마감도 해야 하는 가장 바쁜 시기였으나 갑작스레 휴식 기간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휴식 기간은 불청객 같았다. 진정한 휴식이라 함은 최소한 몸이 쉴 때 마음도 쉬어야 하는 것일 텐데, 마음은 내일 할 일에 대한 고민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참동안 전전긍긍하다가 마음을 놓았다. 가만히 누워 읽을 수 있는 책을 한권 집었다. 내가 지금 읽어야 하는 책으로. '와비사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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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대로 잘 살아갑니다"



표지에 적힌 문구다. 없는 대로 잘 살아간다는 말이 모순적으로 들렸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그런 내용을 이토록 편안하고 안온한 분위기의 책으로 엮어내었다는 점이 도리어 마음을 동하게 했다. 무언가를 내려놓음에서 오는 평안일까, 모든 것을 인정함에서 오는 여유일까.

책은 세계 각 국의 와비사비한 모습을 자연스레 담아내고 있었다. 와비사비는 단순함, 겸손함,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이 책은 전한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화려하게 치장된 것이 아닌,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 색과 모양을 갖춘 것. 그리고 그런 모습을 닮은 삶의 자세. 자연스러운 것들과 어우러지기 위해서 내 삶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한다.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잔뜩 힘이 들어간 어꺠는 조금 풀어주고, 먼 내일의 걱정보다 오늘의 행복을 바라보는 그런 삶이 바로 와비사비의 삶이다.

구석구석 모든 점이 나를 편한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부드럽고 따듯한 사진들이 특히 그랬다. 스스로를 천천히 돌아보고 내 삶을 좀 더 소중히 여기게 하는 소중한 글과, 글 꼭지 하나하나와 어울리는 와비사비하고 평화로운 풍경들. 생각보다 사진이 많았다. 포토 에세이의 풍요롭고 꽉 찬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혹당할 테지. 겨울 해가 나른한 오후 4시에 읽기 좋은 책이다.

삶 속에서 지향하는 바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와비사비한 삶이 참 마음에 든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그래서 편하게 생각해버렸다. 배가 아파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배도 왠지 조금 덜 아픈 것 같다.


책입체 윌북 와비사비라이프.jpg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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