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낭만적 색채의 향연, 마리 로랑생展 [전시]

글 입력 2017.12.27 21:2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akfl.jpg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쏟아져 나왔던 벨 에포크 시대, 미술계를 주도하는 남성 위주 주류 화풍 속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뚜렷이 확립해갔던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의 국내 첫 특별전에 다녀왔다.

관람 전에 기대했었듯, 이번 전시는 마리 로랑생이 피카소, 샤넬 등 세계적 거장들과 같은 시대를 공유하며 그들과 상호작용하고, 그러면서도 또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갔던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입체파, 야수파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그림을 탐구해갔던 초기 작품에서부터, 특유의 서정적이고 신비한 화풍이 완성된 시기, 말기에 한층 더 화려해진 색채까지 그 흐름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었다.


tpaud.jpg
 
ㅁ리.jpg
 

마리의 그림은 배경 지식 없이 본다면 어느 시대에 그려졌는지 짐작하기 힘들 만큼 독특했다. 거칠고 강렬한 느낌의 당대 화풍과는 정반대로, 연한 파스텔 색, 흐릿한 윤곽으로 서정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림의 대상이 늘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시기에 따라 분위기, 화풍이 조금씩 변화하는 와중에서도 주제는 항상 여성이었다. 자상화, 초상화, 신화적 모티프의 그림까지 모두 감미롭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stage_06.jpg


특히 마리의 화풍이 완성된 시기인 네번째 '열정' 섹션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도드라졌다. 이 섹션에서 그녀의 대표적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인형같은 귀족적인 여성들의 모습이 황홀하게 표현돼 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들이었다.

다만, 마리의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여성의 이미지, 즉 신비하고 순수하고 서정적인 이미지로만 표현되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물론 자연, 동물, 여성을 낭만과 희망이라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이 작가의 특징이지만, 기존과 다른 어떤 특별한 관점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비슷한 시기의 다른 여성 화가들은 또 어떻게 그 시대를 살아내고, 이를 그림으로 풀어내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에 다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림도 어렵지 않고, 섹션 별로 흐름이 잘 정리되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인상파, 입체파 등의 주류 화풍 대신 새로운 화풍을 통해 색다른 감흥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전시였던 것 같다.


[박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