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삶의 중심, 킨포크의 중심_킨포크 테이블

글 입력 2017.12.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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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스티 로드, 수요미식회 같은 그 흔한 먹방을 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 또한 나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식성이 좋고 삼시세끼 챙겨먹으려 노력하지만 먹는 행위를 자체를 하루의, 혹은 여행의 중심에 둔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으면 냉정하게 돌아서는 스타일이랄까. 하지만 이런 내가 주변 친구들에 비해 먹는 데 시간과 돈을 더 들이는 경우가 있다. 바로 집밥을 먹을 때다. 자취 경험도 3년이 넘어가다보니, 스무 살 때에 비해 할 줄 아는 음식이 늘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외식을 자주하면 결국 질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질리는 걸까? 맛도 더 좋고, 힘도 덜 들고, 때에 따라서는 만들어 먹는 게 오히려 돈이 더 들기도 하는데. 이런 괜한 고집 그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욕망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인간의 행위 중에서 많은 부분이 기계와 컴퓨터로 대체되는 요즈음에도 ‘의식주’라는 표현은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삶의 근본은 의식주가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옷, 음식, 집이라는 물질을 말하기 보다는 그것과 관련된 행위까지도 포괄한다. 지금도 사람들은 선물로 목도리를 뜨기도 하고,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며, 자신의 집에 스스로 벽지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들이 물질적인 측면에서 전혀 효율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맥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입고, 먹고, 사는 일을 스스로 통제하고 주도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오늘 아침에도 꾸역꾸역 김치찌개를 끓인 것이 바로 근원적인 욕망의 표출인 셈이다.


킨포크테이블 양장 앞표지띠지.jpg
 

 언젠가부터 ‘킨포크’라는 잡지가 카페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뻐서, 그냥 그래서 가져다 놓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킨포크는 오늘날 시대적인 조류를 대표하는 말이더라. '아날로그', '미니멀 라이프', '슬로우 푸드' 같은 표현들을 킨포크라는 한 단어가 전부 끌어 안고 있음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킨포크. 본래 뜻은 '친족'으로, 미국 포틀랜드에서 스물다섯 살의 청년 네 명이 상업 광고를 배제하고 현재 일상을 투영하되 심플 라이프를 지향하는 잡지를 만들자는 목표로 조그맣게 시작한 매거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킨포크는 하나의 문화로서 미국을 넘어 유럽, 일본, 호주, 러시아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갔고 한국의 어느 골목에 위치한 카페 구석에도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킨포크가 지난 11월 말 출간한 <킨포크 테이블>은 이들이 집필한 최초의 요리 에세이다.

 '빨리빨리 문화'의 본 고장에서 그것을 신화처럼 믿고, 또 세뇌된 한국인들이지만, 끊임없는 발전과 성장에 대한 요구는 이제 ‘여기서 뭘 더 어떻게?’라는 거부감과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재촉하고 안달복달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결국 지쳐가고 때로는 삶 자체를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필름카메라, 슬로우 푸드, 힐링 등의 이름을 달고 불어온 새로운 바람이 마냥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누군들 마음의 여유를 원치 않고, 누군들 일에 매달리고 싶기야 하겠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그런 경험이 있을 거다. 치유를 위해 떠나는 여행, 옛날 감성을 떠오르게 하는 필름 카메라를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며, 따라서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을 깨달는 일말이다. 또 다른 이는 각종 상품들이 ‘과거’와 ‘느림’이라는 포장을 뒤집어 쓴 채 종래엔 자본으로 환산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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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킨포크는 빠른 것보다는 느리게,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하게, 혼자보다는 여럿이 사는 삶을 지향하며 그 긺고에 한 끼의 식사가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뚜렷한 가치관과 중심을 밑바탕에 둔 킨포크가 선보이는 <킨포크 테이블>에는 단순히 멋들어지고 화려한 음식,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더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음식이 아닌 ‘우리들의’ 식사가 펼쳐진다. 할머니의 요리법을 그대로 전수받은 음식이나 다른 재료를 섞어 독특한 맛을 창조한 식사가 테이블에 오르는 것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음식을 나누는 법도 소박하기 그지 없다. 한 그릇의 투박한 수프나 엉성하게 만든 못난이 빵뿐이라 해도, 보고 싶은 사람들을 격 없이 부르고 초대받은 사람 역시 기꺼이 달려와 그 간소한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시면 그 뿐이라는 것이다. 초대의 본질이 음식이 아니라 만남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맨날 먹는 한 끼 식사일지라도 우선 사람에게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킨포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소박함, 간단함, 진솔함. 수많은 에세이가 부르짓는 단어들이지만, 상업성을 버리고 그 본질을 끈질기게 표방하는 컨텐츠가 얼마나 될까.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 진정한 슬로우 라이프를 우리의 근본적인 욕구와 연결된 '식'에서, 그리고 그것의 무대인 테이블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킨포크 테이블>은 지금껏 사회가 요구한 문화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새롭게 닥쳐오는 물결에 거부감을 일으키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한 자락의 기대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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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접대는
모두에게 각기 다른 형태일 수 있다.

하지만 요리를 해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이
경험을 나누고 대화를 하고
음식을 함께 먹는 것에 대한
진정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면
잘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음식을 태우거나
그릇이 세트가 맞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다.
소박한 수프와 거친 빵 한 조각만으로도
잔치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매우 간단하다.

서문 中





[Contents]

INTRODUCTION

BROOKLYN, NEW YORK, USA

COPENHAGEN, DENMARK

THE ENGLISH COUNTRYSIDE

PORTLAND, OREGON, USA

THE WANDERING TABL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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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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