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구류 좋아하세요? [문화 공간]

글 입력 2017.12.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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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문방구, 팬시점은 분식집보다도 많이 방문했던 내 단골 가게였다. 용돈이 생겼을 때나 특별한 기념일, 새학기가 되기 직전이면 문방구에 갈 생각으로 들떴고 갈 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에 빠져들었다. 문구류란 학습을 하거나 사무를 보는 데 쓰이는 여러 가지 용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문구류에 캐릭터, 일러스트 같은 디자인적인 부분이 가미되면 팬시(fancy)용품이라고 표현한다. 문구류는 때론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고 펜이나 엽서 등을 수집하며 만족감을 얻는 ‘문구 덕후’들을 양산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혹은 혼자서도 찾았던 추억의 팬시점 ‘씨엔에이’부터 시작해 아트박스, 교보문고 등 이런 문구류를 살 수 있는 대형 상점도, 개성 있는 컨셉으로 운영되는 특별한 문구류를 파는 가게도 있다. 유명 맛집을 찾기 위한 발길이 잦은 연남동, 망원동 같은 동네 골목에 자리잡은 잡화점, 소품샵 그 중에서도 직접 디자인하거나 외국에서 수집한 문구류를 주로 판매하는 가게 두 곳을 다녀왔다.



1. 소소문구

Stationery Design Studio
서울 마포구 망원로 33, 2층
mon - fri 14:00 - 20:00
T. 02-227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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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느낌이 드는 소소문구는 눈에 띄는 외관이 아니어서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가게다. 평범한 상가 2층에 자리잡고 있고 상가 유리문 위에 작은 간판 하나만 붙어있어서 여기가 맞나 긴가민가하며 들어갔었다. 2층의 문을 열면 서재 같기도 하고 외국 가정집 같기도 한 공간이 나타난다. 소소문구의 특징은 문구류 판매점이자 디자인 스튜디오이기도 해서 자체적으로 기획, 디자인하고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소문구는 일상과 기록이라는 본질적인 주제를 가지고 문구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사람들은 보통 메모를 하거나 종이를 벽에 붙이는 등 일상적이면서도 기록을 하는 행위 속에서 문구류가 가장 필요해진다. 이러한 문구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에 주목한 만큼 연필, 노트, 필통 등 가장 기본적인 문구류들을 주로 판매한다. 또 문학과 회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는 물건이 눈에 띈다. 김영랑 시인의 ‘꿈밭에 봄마음’의 시구절이 들어간 메모지가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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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Zeroperzero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 16길 32
pm1-8 Sun closed
T. 02-322-2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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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퍼제로는 망원동에 위치한 또 다른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문구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디자이너인 두 사람이 만나 세계의 도시들을 주제로 하는 작업과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을 캡처하여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작업을 겸하고 있다. 제로퍼제로는 작업실이자 쇼룸이기 때문에 직접 작업한 포스터들이 액자 형태로 벽에 걸려있다. 그 모습이 마치 느낌 있는 전시회를 연상시킨다. 특유의 아기자기한 손글씨와 일러스트가 인상적이고 이들의 일러스트는 엽서와 마스킹테이프 속에 들어가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탄생한다.

가게 안에는 유난히 지도, 지하철 노선도, 지구본 등 ‘여행’을 주제로 한 소품들이 많다. 종종 아티스트들의 전시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3층에서는 현재 달력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전시된 달력을 구매할 수도 있고, 직접 선물 포장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문구류 이외에도 외국에서 가져온 빈티한 문구류들, 가벼운 독립출판물과 그림책을 팔기도 한다. 판매와 작업, 전시 등의 예술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이 제로퍼제로의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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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의 공통점은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이지만 동시에 작업실이자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점이다. 운영자들은 판매자이기 이전에 기획자, 디자이너로서 추구하는 컨셉이 있고 그 컨셉을 토대로 공간을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작업물로 채워 나간다. 이는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마니아층을 형성하게끔 만든다. 단순히 구매하고 나면 소비되는 물건이 아닌 그 속에 디자이너의 이야기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고, 이들의 공간은 다른 예술가의 작업을 소개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줄 수도 있다. 번화가가 아닌 동네 골목에 숨어있는 장소지만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통해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하고있고 홈페이지, 스토어팜 등으로 온라인상에서도 물건을 판매하는 중이다. 계산을 하거나 직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비치되어 있는 종을 울려 달라는 요청이 적혀 있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문구류에는 힘이 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다. 주로 노트, 엽서, 편지지, 필기구, 스티커 등등 종이로 만들어진 아날로그적인 물건들이 가득해서 그런 것 같다. 10여년이 흘러도 여전히 우울하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면 이런 문구점을 찾게 된다. 진열된 문구류를 눈으로 구경하고 집어보고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충전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유난히 추운 겨울엔 이불 속에 있는 것만큼이나 이런 따뜻한 감성이 묻은 공간을 찾는 게 큰 즐거움이다.
 

[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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