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리 로랑생 展 을 보는 세 가지 키워드

마리 로랑생 展 리뷰
글 입력 2017.12.29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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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마리 로랑생 展을 보고 왔다. 보고 나니 세 가지 키워드가 남았다. '여성', '마리' 그리고 '회색'



여성


성(城)안에서의 생활, 1925, 캔버스에 유채, 114.4x162.3, Musee Marie Laurencin.jpg
성(城)안에서의 생활/ 1925/ 캔버스에 유채
114.4x162.3/ Musee Marie Laurencin


 남성 예술가의 이야기는 넘쳐나는 데 비해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는 부족하기 때문에 새롭게 알게 되는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는 참 소중하다. 마리 로랑생은 프랑스의 유명한 '여성 화가'로 소개될 만큼 여성화가가 드물던 시대를 살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마리는 개성 있는 화풍으로 인정받은 화가이면서도 지금껏 그녀가 그렸던 그림보다는 시의 주인공, 누군가의 연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상으로서의 마리 로랑생이 아닌, 주체로서 수많은 작품들을 탄생시킨 예술가 마리 로랑생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여성 화가가 드물었던 만큼, 여성이 그린 여성의 모습도 쉽게 보기 힘든데 마리의 작품은 여성으로 가득하다는 점도 독특했다. 그림 속 나이를 알 수 없는 얼굴과 몽환적인 눈동자를 가진 여성들은 다른 남성 화가의 그림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마리'


자화상, 1924, 캔버스에 유채, 65x54, Musee Marie Laurencin.jpg
자화상/ 1924/ 캔버스에 유채
65x54/ Musee Marie Laurencin


 시간 순서대로 이루어진 각 섹션 '청춘시대', '열애시대', '망명시대', '열정시대', '콜라보레이션', '성숙의 시대' 를 거치면서 전혀 알지 못하던 미지의 화가 마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화가를 꿈꾸던 소녀, 불투명한 미래를 두려워하던 내 또래의 친구, 연애로 고민하던 아가씨, 성공한 화가, 무대의상 디자이너 등 수많은 마리가 마음속에 가득 찼다. 그래서 프리뷰에서는 계속 '마리 로랑생'이라는 풀네임을 썼지만 리뷰를 쓰는 지금은 '마리'라고 지칭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시회장에서 본 설명에 따르면 마리는 어느 화파에도 속하지 않았고 어떤 화파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녀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어느 것도 마리를 '마리'라는 이름만큼이나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나는 지금껏 봐 왔던 어떤 화가보다도 마리가 오롯이 개인으로 존재한다고 느꼈다. 그녀만의 고유한 화풍은 지금 봐도 이질감이 없을 만큼 세련되고 독특하다.
 


회색


책읽는 여인, 1913년경, 캔버스에 유채, 91.5x72, Musee Marie Laurencin.jpg
책읽는 여인/ 1913년경/ 캔버스에 유채
91.5x72/ Musee Marie Laurencin

  
 마리의 그림에서 바탕이 되는 색은 대부분 회색이다. 회색은 묘한 색이다. 검은색과 흰색이라는 양 극단에 있는 두 색의 혼합이고 따로 보면 칙칙해 보이지만 다른 색과 함께 있을 때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마리는 다양한 명도의 회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그녀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했다. 마리의 작품 속 회색은 때로는 고뇌와 우울함을, 때로는 포근함을 담고 있다. 거기다 젊은 시절에는 파란색, 초록색, 중년 이후부터는 빨간색과 노란색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색이 더해져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준다. 파란만장했던 마리 로랑생의 삶을 색으로 따지자면 회색보다는 강렬한 원색에 가깝겠지만 마리를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라면 그림 속 다양한 회색이야말로 마리의 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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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너무나 짧은 생을 살았던 예술가, 평생 인정받지 못한 채 비참하게 살았던 예술가들이 많다. 그들을 떠올린다면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일흔 살이 넘도록 화가로 살며 인정받고 성공했던 마리의 삶은 덜 극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래서 마리가 좋았다. 여성 화가가 드물던 때, 젊은 시절부터 할머니가 되어서까지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던 마리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해의 끝에 서있는 나에게 많은 힘이 되었다. 전시장 초입에 가득 붙어 있던 사진들 중 할머니가 되어 그림을 그리던 마리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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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젊은 여인들/ 1953년경/ 캔버스에 유채
97.3x131/ Musee Marie Laurencin


 평일 오전 그녀의 그림을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찾았던 사람이 그렇게 많았던 걸 보면 힘을 얻은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마리는 스페인에서 망명생활을 할 때 죽는 것보다 잊히는 게 더 두려웠다던데, 그녀의 삶과 작품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울림을 준다. 혼란스럽던 시대를 묵묵히 자신답게 살았던 마리의 이야기는 아마 그녀의 바람대로 시간이 흐른다 해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마리 로랑생展
- 색채의 황홀 -


일자 : 2017.12.09(토) ~ 2018.03.11(일)
1월 29일(월), 2월 26일(월) 휴관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30분)
*
3월 :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KBS

주관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KBS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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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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