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가짜의 삶을 청산하고 진짜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글 입력 2017.12.3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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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만들다
가짜가 된 삶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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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간 이어져 온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 2 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천경자 화백 사이에 벌어졌던 '미인도' 위작 논란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이 진작으로 판정한 한국 미술계 최대의 스캔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미인도’를 진작으로판정하고국립현대미술관에대해불기소처분을내렸고,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과천관에서 열리는 '소장품 특별전:균열'에 포함시켜 전시하고 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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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도의 후예들


1987년, 80년 광주를 뒤로 하고 또 다시 은폐와 조작이 이루어졌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기폭제로 약 20일간 대대적인 6월 민주항쟁이 전개되었다. 광장의 행진은 민주화의 첫 발을 내딛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드디어 민주주의를 찾았다고 외쳤다. 그들은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어 사회 판을 이루었다. 그들의 손으로 민주주의 대통령을 직접 선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수많은 사람들이 가짜에게 속은 것에 분노하며 다시 광장에 모였다. 진짜를 선택했다 믿었는데, 또 다시 가짜였다. 우리는 왜 또 다시 광장에 모이게 된 것일까. 다시금 가짜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짜의 삶을 청산하고
진짜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91년도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바탕으로, 삶과 사회의 진위 논란을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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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진짜


우리는 살면서 사소한 것에서부터 가짜와 진짜를 구별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부터, TV에서 방영되는 미스터리 쇼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가짜와 진짜를 가려낸다. 그러나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정의와 불의 앞에서는 눈 감기를 택한다. 어느 것이 가짜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보다 어느 것이 편한지, 더 이득인지 고민한다. 개인만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기관과 과거의 정부가 가짜를 진짜로 만들고 진짜를 가짜로 만들며 ‘메이킹’을 해왔고, 또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마치 모든 것이 ‘사실’인 것 마냥. 사실 개인과 단체(혹은 사회)를 나누어 볼 것은 아니다. 개인의 집합이 곧 단체가 되기 때문이다. 작은 선택과 고민, 눈 감기는 무책임으로 쌓여 거대한 거짓이 된다. 모든 것의 진위가 현혹되는 순간, 우리는 진짜와 가짜 앞에서 정의는 무너진다. 어느 것이 가짜고 어느 것이 진짜인가.

진위의 혼돈 속에서 돌아오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새로운 물음이다. 그렇다면 나는 결국 누구지? 나는 가짜인가? 혹은 진짜인가? 내가 선택한 모든 것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내 자신은, 진짜를 선택할 것인가 가짜를 선택할 것인가?

“당신 윤예나 씨 아니지?”
“당신 윤예나 씨 아니잖아”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속 주인공 ‘윤예나’는 국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예사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본인의 신념을 버리고 ‘위작’ 미인도를 ‘진짜’로 만든다. 결국 예나의 노력으로 협회를 통해 미인도는 ‘진작’으로 판결이 난다. 하지만 예나의 노력은 학예사에 대한 프라이드가 아닌 화가와 유가족의 원통한 물음으로 돌아온다. 학예사라는 이름을 겉으로, 예나는 가짜 존재감과 가짜 프라이드를 얻는다. 미인도는 진짜가 되었는데 예나의 삶은 가짜가 되었다. 환하게 웃으며 꽃을 받아들던 그녀가, 이제는 억울한 듯 발악하며 노래를 목청껏 부른다. 오늘밤은 어둠이 무섭다고 소리 지른다. 꿈만 같던 옛날이 안개 속에 사라져 홀로 되어 남았다고 소리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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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현실을 마주하기


연극은 개인이 어떻게 악질적인 사회 속에 편입하게 되는지, 정의를 말하던 주인공은 어떻게 기성세대가 되는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4년 만에, 예나는 호헌철폐를 외치던 인물에서 위작을 진작으로 만드는 인물이 되었다. 개인이 가짜의 삶을 선택한 것은 맞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시스템 상에서 이루어졌다. “한 번 위작인 것을 인정하면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 문제 하나로 프로젝트에 빨간 불이 들어올 것이다”.. 시스템의 압박은 예나가 가짜를 선택하게 했다. 예나는 어느덧 여기에 포섭되어 창기에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난 학예실이 좋아요.”라는 말을 남긴다. 예나의 선택과 제2학예실의 무책임, 국현의 자존심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가짜가 되었고 진짜를 처참히 짓밟았다.

연극은 2017년, 예나가 학예실 팀장의 자리에 올라 미인도를 26년 만에 공개하는 브리핑을 하며 끝이 난다. 가짜의 삶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를 보며 관객은 한탄하게 된다. 팀장 예나는 이번 전시는 작품에 대한 관념을 되짚어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며 작품의 진위는 공공 기관의 판단인지, 창작자의 판단인지, 혹은 대중의 판단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이는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특별전:균열> ‘미인도’ 발문 중에서 발췌했다고 한다. 강훈구 작가는 이러한 국현의 태도가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예나의 모습을 담은 것은 관객들에게 역겨운 현실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자각은 관객 개개인에게 ‘나는 누구’이며,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며, 또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더 나아가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고 나아가야 하는가’와 같은 고민과 변화에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강훈구 작가와 김현회 연출은 “‘지금은 달라졌는가?’라고 물었을 때 계속 확인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달라졌다’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달라진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가짜의 삶을 청산하고 진짜로 살기 위한 변화의 첫 걸음은, 선택의 후회와 후폭풍의 두려움이 아닌 확인과 검토에 있음을 작품을 통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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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991년,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제 2 학예실. 국현의 새로운 사업인 <움직이는 미술관>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제 2 학예실의 학예사들은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중이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공개하며 사업 성공에 큰 역할을 한 신입 학예사 예나는 여유가 넘치는 다른 학예사들과 달리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예나는 유일한 비서울대 출신이자 국현에서 최초로 공개 채용 과정을 통해 선발된 학예사다. 제 2 학예실 식구들이 <찾아가는 미술관>의 성공을 자축하는 와중, 천경자 화백이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제2학예실에서는 즉시 긴급대책위원회가 소집되고, 학예실장은 예나에게 ‘미인도’는 진품이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한다. 예나는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인도’를 진품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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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기간
2017년 12월 22일(금) - 2017년 12월 31일(일)

시간
화~금8시 / 토요일 3시 , 7시 /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제작
극단 위대한모험

관람연령
만 15세 이상

러닝타임
100분

관람료
30,000원

예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문의
010-831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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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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