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해의 마무리는 '올해의 소설'과 함께 [문학]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들
글 입력 2017.12.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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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영화관에 ‘재개봉’ 열풍이 분다.

 높은 흥행 수익과는 별개로 극장에서 내려가면 다시는 찾아보지 않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DVD나 다시 보기로 몇 번이고 재탕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 그렇게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재탕을 거쳐 암암리에 ‘클래식’이 된 영화들이 극장가에 재개봉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다.
  
 재개봉한 영화를 찾는 관객 중에는 이미 수십 번이고 돌려 본 팬도 있겠지만, 한 번도 보지 않은 새로운 손님도 있다. 개인적으로 재개봉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시점이 후자라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만 그 명성을 알던 이미 철 지난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롭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하겠는가.

 
 비슷한 일환으로 ‘올해의 책’이 참 반갑다. 올해의 책은 매년 12월마다 각종 언론사와 대형서점에서 선정하는 리스트다. 한 해 동안 가장 사랑받은(즉, 가장 많이 팔린) 책을 확인할 수도 있고, 출판업계 관계자들의 안목으로 추려낸 ‘훌륭한데 묻혀버린’ 책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올 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 또한 2016년 올해의 책 리스트에 오르며 재조명을 받은 케이스다.
  
 이번 시즌에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과 사회역학자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대부분의 언론사 리스트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세에 힘입어 두 책은 내년(이라고 해봤자 얼마 안 남았지만)에 더 큰 사랑을 받게 되리라고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그중 오늘 소개하려는 건 ‘올해의 소설’이다. 언론사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책’은 10권의 책 중 소설은 1권에 그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소설의 비중이 적다. 문학을 탐닉하는 편독자로서 결국 읽게 되는 건 소설인지라 약간 아쉬웠던 부분이다. 나와 비슷한 문학쟁이들의 갈증을 읽었는지 교보문고가 2016년부터 ‘올해의 소설’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올해의 소설은 소설가 50명에게 '올해 출간된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 또는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소설'을 한 권에서 다섯 권까지 추천해 달라고 의뢰한 후 선정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의견을 추렴한 결과 역시나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 총 11명의 추천을 받아 1위에 올랐고,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가 총 8명의 추천으로 뒤를 이었다.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로런 그로프의 『운명과 분노』가 각각 6명의 추천을, 이주란의 『모두 다른 아버지』, 배수아의 『뱀과 물』,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이 각각 5명의 추천을 받았다. 또 윌리엄 트레버의 『루시 골트 이야기』, 이승우의 『사랑의 생애』, 최은미의 『아홉 번째 파도』, 최진영의 『해가 지는 곳으로』도 각각 4명의 추천을 받았다.


1,2위 이후의 공동 순위 작품들은
무작위로 정렬했습니다.





1. 김애란 『바깥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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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김애란 작가가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소설집으로 상실과 실패의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문체로 풀어냈다. 최근 각종 언론사의 '올해의 책', '올해의 소설' 1위를 차지하며 출간 반년 만에 다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다. 수록작 가운데 한 편을 표제작으로 삼는 통상적인 관행 대신, 이번 소설집에는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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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당신의 그런 영민함이랄까 재치에 반했지만 한편으론 당신이 무언가 가뿐하게 요약하고 판정할 때마다 묘한 반발심을 느꼈다. 어느 땐 그게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한 개인의 역사와 무게, 맥락과 분투를 생략하는 너무 예쁜 합리성처럼 보여서. -「가리는 손」중에서


2. 김혜진 『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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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김혜진 작가는 힘없는 이들의 소리 없는 고통을 내부의 시선으로, 무뚝뚝한 뚝심의 언어로 그린다는 평을 받으며 개성을 인정받아왔다. 이번 작품은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엄마와 그녀의 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을 그려내고 있다.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던 작가는 이 소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지속되는 (이해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 중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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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프게 깨달았다. 이대로 딸애를 계속 당기기만 하면 결국 이 팽팽하고 위태로운 끈이 끊어지고 말겠구나. 이대로 딸을 잃고 말겠구나. 그러나 그게 이해를 뜻하는 건 아니다. 동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내가 쥐고 있던 끈을 느슨하게 푼 것뿐이다. 딸애가 조금 더 멀리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양보한 것뿐이다. 기대를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또 무언가를 버리고 계속 버리면서 물러선 것뿐이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딸애는 정말 모르는 걸까. 모른 척하는 걸까. 모르고 싶은 걸까. -p.68


3. 조해진 『빛의 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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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조해진 작가는 신동엽문학상(2013), 젊은작가상(2014), 이효석문학상(2016)을 연달아 수상하며 순식간에 문단의 믿음직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빛의 호위』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소외와 불안의 문제를 개인의 삶을 통해 포착”하며, “이 시대에 호응할 수 있는 문학적 상상력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환기한 작품”(심사평)이라는 호평을 받은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산책자의 행복」을 비롯한 9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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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유실물에는 저마다 흔적이 있고, 그 흔적은 어떤 이야기로 들어가는 통로처럼 나를 유혹할 때가 많다. (…) 엄밀히 말하면 그 이야기는 유실물을 사용한 누군가의 손때로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 누군가를 잃어버린 유실물은 선반의 고정된 자리에서 과거의 왕국을 홀로 지켜가는 것이다. 간혹 유실물에서 빛이 날 때가 있다. 일 년 육 개월이라는 보관기간을 채우고도 찾아오는 이가 없어 처리되기 직전, 홀연히 나타났다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빛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한 개인에게 귀속되지 못하고 망각 속으로 침몰해야 하는 유실물이 세상에 보내오는 마지막 조난신호를 본 것 같은 상념에 빠져들곤 했다. 일종의 상실감이었다. -「사물과의 작별」 p.69


4.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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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발간할 때마다 화제를 몰고 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올해도 그 저력을 과시했다. 2권으로 나뉜 『기사단장 죽이기 1,2』에서 작가는 전작부터 꾸준히 다뤄온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모험담에 이번엔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켰다. 주인공 '나'가 그림을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발견하여 겪게 되는 기이한 경험과 모험, 그림을 그린 화가 아마다 도모히코와 그의 동생이 겪은 역사적 참상과 트라우마 등 매우 다의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가 구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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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 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1권 p.94~95


5. 로런 그로프 『운명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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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읽은 2015년 최고의 책으로 뽑아 화제가 되었던 로런 그로프의 최신작이자 대표작이다. 우리나라에는 올해 번역, 출간되어 2년 늦게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로토와 마틸드, 두 사람의 이십여 년에 걸친 결혼생활을 통해 사랑과 예술, 창조성과 힘, 거짓과 진실, 그리고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창조적 동반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 소설은 남편 로토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전반부 ‘운명’과 아내 마틸드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후반부 ‘분노’로 나뉘어 부부의 삶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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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그녀는 인생이란 원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는 살아낸 이 순간이라는 날카로운 꼭짓점에서 더 확장된다. 삶의 경험을 더 많이 할수록 바닥은 더 넓어진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거의 보이지도 않던 상처와 배신이, 풍선에 그려진 작은 점이 풍선을 불면 서서히 커지듯 그렇게 팽창한다. 그 가녀린 아이에게 생긴 반점도 어른이 되면 더 심하게 일그러지고 어쩔 도리 없이 가장자리가 나달나달해지는 것이다. -p.539


6. 이주란 『모두 다른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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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능청스러운 입담 속 서늘한 통찰로 새로운 가족 서사를 쓰는 이주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도시의 외곽에서 살아가는 빈곤한 사람들의 삶을 낙담과 자학이 섞인 넉살로 재현해 온 작가는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신세 한탄이 아닌 뻔뻔스러운 농담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능청스러움이 믿음직스럽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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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에게 양말을 던져두지 말고 세탁기 안에 넣으라고 했다가 맞은 적이 있고 김대중보단 김영삼이 더 잘생기지 않았느냐고 했다가 맞은 적이 있다. 열 살도 안 된 나를…… 아버지는 왜 우리 집 가족들만 팼을까? -「모두 다른 아버지」중에서


7. 배수아 『뱀과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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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번역가로서의 영역이 더 넓으며 취미로 글을 쓴다는 작가의 문장은 그만큼 파격적이다. 2010년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아홉 번째 소설집  『뱀과 물』에서 저자는 어린 소녀 시절로 독자를 이끈다. 작품 속 어린 시절은 비밀스러운 결속과 환상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여리고 순수한 것과는 동떨어진 일들을 벌이며 고정된 시공간을 끊임없이 탈주하는 꿈속의 꿈같은 작품들 속에서 독자들은 저마다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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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에는 아주 늙은 네가 살고 있을지도 몰라. 늙은 그녀가 너무 이른 시기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해라. 만약 그녀가 미친 닭처럼 순식간에 훨훨 날아가 버리면 너는 평생 그녀를 쫓아다녀야 하는 거야. 아니면 그녀가 너를 쫓아다니겠지. 운이 좋아서 그런 불행만 일어나지 않으면, 넌 훌륭한 우체국 직원이 될 거다.” -「뱀과 물」중에서


8. 김영하 『오직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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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대중이 사랑하는 이 시대의 작가 김영하가 7년 만에 낸 소설집이다. 『오직 두 사람』에는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 그리고 상실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곱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한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부터 다종다양한 관계의 모순, 더 나아가 소위 신의 뜻이라 비유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간의 고뇌까지 담아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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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는 동안 내 영혼을 노렸던 인간들이 너무 많았다는 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이 갑자기 주먹을 뻗었다. 병자 답지 않은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피했다.
“그렇지, 주먹이 날아오면 이렇게 잘도 피하면서 왜 영혼을 노리는 인간들에게는 멍하니 당했냐는 거야.”
-「최은지와 박인수」중에서


9. 윌리엄 트레버 『루시 골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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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윌리엄 트레버는 스스로를 어쩌다 장편소설을 쓰는 단편소설가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단편과 장편 두 분야 모두에서 찬사를 작가다. 현대 영문학을 이끄는 대문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손꼽히기도 한다. 대표작인 『루시 골트 이야기』는 2002년 맨부커상, 휫브레드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명료하고 균형 잡힌 문장, 인간의 감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저자 특유의 깊은 통찰력으로써 안타깝고 슬픈 운명의 소용돌이에서도 인간을 구원하는 사랑과 연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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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만족스러운 삶으로 돌아가야 돼. 내 삶의 손님이 되는 게 아니라. 너는 내 삶에서는 손님밖에 될 수 없기 때문이야, 레이프, 내가 너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우리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은 것, 우리 몫이 아닌 걸 훔치고 있는 거야. 달링 레이프, 우리는 기억으로 만족해야 돼.”
“우리는 그럴 필요도 없고 난 그럴 수 없어. 나는 기억으로 만족할 수 없어.”
“오, 기억은 나쁜 게 아니야, 알잖아.”
“기억은 아무것도 아니야.” 비통함 때문에 그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걸었다. -p.203


10. 이승우 『사랑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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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할 모든 연인을 위해 이승우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일 뿐이고, 사랑이 그 안에서 제 목숨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은 제목의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들을 탐사하며 그것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듯 써 내려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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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그녀에게 전화를 걸 때 그는 분명히 파스타를 먹고 싶어 했다. 그 순간에 그는 강렬한 식욕을 느꼈는데, 그가 먹고 싶은 음식은 구체적으로 파스타였다. 먹고 싶지 않은데도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속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파스타에 대한 자신의 그 식욕이 실제로는 구체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는데, 파스타의 어떤 맛이나 모양이나 재료가 떠오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떠올린 것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어떤 맛의 파스타가 아니라 그냥 기호로서의 파스타였다. 그리고 그 기호가 가리키는 대상은 그녀였다. 파스타는 그녀를 지시하는 부호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부르기 위해 파스타를 찾아냈다. -p.45


11. 최은미 『아홉 번째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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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작품으로(연재 당시 제목은 ‘척주’), 연재를 마친 뒤 200매가량의 원고를 덧붙이며 전면적인 개고를 거쳐 발표한 작품이다.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찬성파와 반대파의 팽팽한 대립, 은밀하게 퍼져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 의문의 죽음에 얽힌 과거의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주인공…… 빼어난 미스터리 소설이자 정치 스릴러였다가도 인간의 욕망과 광기, 불안과 고통을 파헤치는 심리소설이자 동시에 멜로 소설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의 갈래를 견고하고 정밀하게 몰고 가는 서사의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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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상화가 아빠의 얼굴에서 본 것은 멸시받는 게 만성이 된 사람의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일터에서 매일매일 오랜 세월에 걸쳐 인격적 모독을 당한다는 것. 그게 내 가족이라는 것. 그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휘저어놓는지를 서상화는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먼저 느껴버렸다. -p.225


12.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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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10년 박범신, 공지영, 황현산 등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제15회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된 작가다. 데뷔 이래 특유의 박력 있는 서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꾸준히 그려낸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저자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아포칼립스 소설로, 재앙의 한복판에서도 꺼지지 않는 두 여자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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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p.55






(이미지출처, 참고사이트: Yes24,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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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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