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차르트, 한 천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예술가 이전의 인간에 공감하다 [음악]

글 입력 2017.12.3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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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한 천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 예술가 이전의 인간에 공감하다



들어가며


음악사에 있어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존재해 왔지만, 특이하게도 모차르트는 단순히 유명한 음악가라는 프레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는 한 음악가를 넘어 어떠한 이미지로서, ‘신화’의 주인공으로서 더 널리 인식된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오래 전의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금의 연예인을 따르듯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쉽게 볼 수 있었다.

모차르트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영화 ‘아마데우스’였다. 한번 본 영화는 다시 보려 하지 않는데, 유독 이 영화만은 총 세 번을 본 영화이다. 처음은 중학생 때 학교에서, 두 번째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싶어서, 세 번째는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할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으나, 대학에 입학해서 첫 학기에 ‘서양음악의 이해’ 수업을 듣고 다시 관람했을 땐 어느새 모차르트에 매료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상으로 각색되고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그가 만드는 ‘완벽한 음악들’과 상반되는 그저 장난스러운 모습들, 그 말도 안 되는 괴리가 너무나도 새로웠다. 말하자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발휘되는 그의 천재성에 매료되었고, 어느새 나 역시 ‘모차르트 신화’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이번 여름에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며 더 짙어져 갔다. 어딜 가나 들리는 모차르트의 음악과 그의 흔적들을 보며, 그가 한 인간을 넘어서 일종의 정체성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점점 와닿았다.

그러나 이렇게 모차르트에 대한 관심으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집어들었던 이 책은 나의 환상을 강화시켜주기보다는, 오히려 객관적 입장에서 그를 바라보게 해 주었다. 그러나 딱딱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의 인간적인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모차르트라는 한 '인간'


이 책의 첫 주제는 예상과 달리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포기했고 추락하였다’


처음부터 등장한 이 비극적인 주제는, 저자가 모차르트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으며 그를 신격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차르트라는 한 인간을 속속들이 파고들려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그가 마주하고 있었던 여러 가지의 다차원적 상황을 살펴보는 과정이, 예술가로서의 모차르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이다. 곧 저자가 책 전체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적인 관점은, 예술가로서의 모차르트와 인간으로서 모차르트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음악가인 한 인간이 보이는 특성들은 그것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필연적으로 그의 예술에 투영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주제를 통해 모차르트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고찰하고, 그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는 크게 모차르트의 상황을 ‘사회적 상황’과 ‘심리적 상황’의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관찰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가 마주한 사회적 상황

우선, 모차르트가 활동하였던 당시 사회적 상황은 시민 계급과 궁정 계급이 명확하게 구별되었던 시기였다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이 사실은 곧 모차르트의 음악이 당시 궁정 귀족들의 ‘취향’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가와 청중의 관계 중 청중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였던 이 시기에, 음악의 목적은 청중, 곧 귀족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곧,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그가 살던 사회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천재적 예술가에게 합당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음악에 있어서 굉장한 자기주장과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모차르트 역시, 자신의 역량을 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드러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일부는 순응하였지만, 궁정 계급에 대한 일종의 반항 역시도 음악으로 발휘된 것이다.

이처럼 모차르트는 시민 계급과 귀족 계급이라는 두 가지 상황 안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는 궁정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에 반항했지만 여전히 귀족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했다. 모차르트가 처한 사회적 상황은, 이러한 모순적인 삶의 방식을 초래하게 되었다.

모차르트가 처한 사회적 환경을 살펴보면서, 만약 그가 현대 사회와 같이 청중이라는 커다란 제약이 없는 사회에 살았더라면, 새로운 음악의 방식을 창조하지 않았을지 의문이 들었다. 모차르트가 마주하던 환경이 그의 잠재성을 제한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지배적이었던 심리적인 상황을 살펴보면서, 나의 의문이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차르트가 마주한 심리적 상황

모차르트의 심리적인 상태는 우선 그가 관계하고 있던 작은 사회인 가족, 그 중에서도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역시 음악가였지만, 시민 계급으로서 그는 중간급 하인에 머물렀다. 귀족들에게 끊임없이 아첨해야 했던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만큼은 상류 사회의 유명 인사가 되기를 바랐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소망을 아들에게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몇 백년이 흐른 지금에도, 젊은 시절의 꿈을 이루지 못해 해 자식들 공부에 온 힘을 쏟는, 요즈음의 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모차르트 자신은 어떠했는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그에게는, 모든 성장 과정이 음악과 연관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 애착관계도 음악의 틀 속에서 나타났던 것이다. 따라서 모차르트에게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애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음악이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사랑받기를 원했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더하여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에 겪던 우울과 애정결핍 등의 문제를 음악으로써 표현하려 했다. 곧 음악은 그에게 승화된 에너지의 표현 방식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마치며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내게는 사회가 인간의 삶의 모습을 형성한다는 관점에 상당히 익숙하다. 전공과목인 사회복지학에서는 그 실천과정에 있어서 개인과 환경 간 상호작용을 개인, 환경 모두의 책임으로 보는, 이름부터 ‘환경 속의 인간(person in environment)’인 시각이 주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차르트라는 한 인물에 대해서는, 그를 인간이기보다는 ‘천재적 예술가‘의 이미지로만 생각하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에서 설명했던 모차르트의 사회적, 심리적 상황은 서로 결합되어 내가 인식하는 ‘천재적 예술가’의 상을 만들어냈다. 모차르트 시대의 사회적 상황은 일차적으로 그의 아버지의 심리에 영향을 주었으며, 아버지는 다시 모차르트의 심리적 상태에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모차르트는 끊임없이 음악을 통해 애정을 갈구했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의 창조성과 독창성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는 사회적 구속으로부터의 저항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 속에서 모차르트와 사회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따라서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그의 능력에 더해서, 그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체계적 음악 교육, 사회 속에서의 저항, 동기부여의 원천 등의 심리사회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러한 결론은 앞서 본론에서 제기하였던 나의 의문, ‘모차르트가 다른 시대에서 태어났더라면 새로운 방향으로 그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동시에,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차르트의 신화가 얼마나 단편적인 이해였는지 자각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후세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모차르트의 이미지는, 모차르트라는 인간에 대한 공감이 결여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의 비극적인 삶과, 아름다운 작품들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 현대음악을 배우면서 그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작곡가들의 사회적 상황을 살펴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의 상황을 고찰해야 하는 것이다. 단지 귀에 듣기 좋다고, 완벽하게 들린다고 모차르트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며, 한 인간에 대한 공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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