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대한 쇼맨'을 보고 웃을 수 없는 이유 [영화]

P.T. 바넘과 지상 최대의 쇼, 그 문제들에 대하여
글 입력 2018.01.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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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말,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딱 어울릴듯한 영화가 등장했다.

<위대한 쇼맨>, 화려한 트레일러와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을 이끌며 누적 관객 약 64만명, 예매율 상위 리스트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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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 나는 <위대한 쇼맨>을 웃으면서 즐길 수 없으니까.

휴 잭맨이 연기를 맡은 이 영화의 주연 P.T. 바넘, 그는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속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There is a sucker born every minute.)

 
바넘은 1871년 제임스 베일리와 함께 '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를 창단했고, 이 쇼의 가장 큰 특징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전시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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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한쪽이 붙은 채로 태어난 흑인 결합 쌍둥이, 밀리와 크리스틴(Millie-Christine). 심지어 이 아이들은 납치되어 쇼에 서게 되었다. 키가 64cm 밖에 되지 않는 5살 난쟁이, 톰 섬(Tom Thumb). 바넘이 직접 재주를 가르쳐 유럽 왕실까지 진출해 공연했다.
 
뿐만 아니라 바넘은 키 4미터에 무게가 6톤이나 되는 '점보 코끼리'를 사들여 공연을 했고, 코끼리가 기차에 치여 죽자 그 가죽과 뼈를 박제해 전시를 계속했다. 이후 또다른 암코끼리를 사서 점보 코끼리의 짝이라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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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조작을 통해 대중을 눈속임하고 돈을 벌었다. 죽은 원숭이와 물고기를 이어 붙여 피지 인어(Fejee Mermaid)라고 칭하며 사람들을 모았고, 쇼에 큰 성공을 가져다 준 조이스 헤스(Joice Heth)는 161세라고 했지만 사실 80세였으며 돈을 주고 데려온 흑인 노예였다. 심지어 바넘은 조이스 헤스의 인기가 식자 직접 신문에 익명 고발을 해 그녀가 인조인간이라는 거짓말을 쳤다. 대중들은 이에 넘어가 바넘의 쇼를 계속해서 찾았다.
 
바넘과 그의 '지상 최대의 쇼'는 서커스의 원조, 창의성 넘치는 미국의 정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며 엔터테인먼트의 신화로 칭송을 받았다. 그 결과 올해 <위대한 쇼맨>이 개봉했다. 철저한 제국주의적 백인 남성 우월주의, 인종차별과 동물학대는 가려지고 화려한 불빛과 기만당한 대중들의 웃음소리만이 남은 이 영화를, 나는 절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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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여론은 과거의 문제들은 인정하지만 휴 잭맨을 비판할 것까지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기획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P.T. 바넘을 연기한 사람이 이 사실을 몰랐을까? 그 역시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프릭 쇼(Freak show)의 기원은 유럽의 식민활동에 있으며, 흑인 노예들 중 신체의 특정 부분이(주로 성적인 면에서) 발달한 이들을 데려와 백인 관람객들에게 구경시키는 데에서 출발한다. <위대한 쇼맨>은 차별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수용하기로 한 21세기 사람들에게 전혀 적합하지 않은 영화이다.
 
당신은 아직도 이 영화가 보고싶은가?


[황인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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