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으로 사진을 담는 사람들 : 영화 '두개의 빛 : 릴루미노' [영화]

글 입력 2018.01.03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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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과 다름없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내리던 도중 한 영상이 많은 친구들에게 공유되고 있음을 알았다. ‘한지민씨의 초점이 안 맞는 눈빛 연기가 극찬을 받고 있는 단편영화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공유된 영상이었다. 한지민이라는 배우를 워낙 좋아했던 나였기에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단편 영화답게 30분이라는 영상 길이가 부담스러웠지만 곧 그냥 넘겨서는 안될 영화라는 것을 알았다. 거울을 코 앞에서 바라보는 배우 한지민의 연기에서부터 였다. 아, 시각 장애인에 대해서 다룬 영화구나.

 아무 생각 없이 발견한 영상이었기에 멍하니 시청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한참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들의 삶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사실 지금 자판을 두드리면서도 감히 내가 이 영화에 대해서 무엇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 자신이 없다. 시각 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적도 없었고, 인수가 겪고 있는 RP(망막색소변성증)라는 질병이 따로 있는지도 몰랐다. 분명 어딘가에서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하지만 다 같은 시각 장애라고 대충 넘어가버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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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와 수영이 만나는 접점은 시각 장애인들이 모인 사진 동호회이다. 특이한 소재였다. 그들은 카메라의 초점이 제대로 잡혀있는지, 피사체를 잘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사진에 담고자 했다. 초점이 잘 잡혀 있지 않음에도 셔터를 눌러 자신만의 사진을 만드는 수영은 말했다. “그거 좀 안 맞으면 어떠냐” 맞다. 사진에 정해진 규칙은 없다. 그리고 충분히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잘 나왔다, 잘 나왔어!”
 
 모네도 시각 장애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이 대부분 흐릿한 것이라고 했다. 모네,빛을 그리다. 올해 열린 전시회의 이름이었다. 전시회가 전체적으로 어두워 불편함을 느꼈었는데 사실은 그것이 빛을 그리던 모네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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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이가 계단을 걸어갈 때 도와주겠다고 무작정 다가와 그녀를 동정하며 돈을 쥐어 주던 할머니가 있었다. 무례하고 불쾌했다. 수영이는 수영이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데 왜 불쌍하다고 혀를 차는 것인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계단을 잘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팔을 먼저 잡아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나도 다를 것은 없었다. 시각 장애인분들은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 후에 몸에 대한 접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말 당연한 행동이다. 무작정 누군가 나의 팔을 잡는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들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당연한 행동들을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완전히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독할 만큼 나쁜 시력을 가지고 있지만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무리 이해한다고 하지만 본인이 겪어보지 않은 이상 가슴 깊이 공감할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이 글을 쓰는 데까지 오랜 사색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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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단편 영화는 광고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에서 나온 저시력 보조기기, 릴루미노는 정말 필요한 사람들의 상황에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PPL이 난무하여 협찬 물품에 대해 거부감이 나타나는 요즘 상황에서 해당 영화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광고 효과와 더불어 실제 시각 장애인의 생활을 녹여낸 영화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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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신경이 조금 살아있어 밤낮 구분이 가능해 행복하다는 동호회 회원 분이 있었다.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행복감을 가지는 모습은 나에게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힘들다고 찡찡거렸던 나의 삶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복에 겨운 삶, 희망하는 삶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시각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깊은 이해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길 바란다. 또한 배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시각 장애인들에 대한 언급이 영상 제목으로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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