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책소] PROLOGUE 취향대책소를 열며

글 입력 2018.01.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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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책소] PROLOGUE
취향대책소를 열며


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우리는 우리의 취향을 서로에게 소개하기로 마음먹는다. 대상을 정하고 책임지고 소개하는 일, 이런 일을 우린 추천이라고 한다. 스치듯 지나간 말들 사이에 깃든 취향에 대해 진득하게 풀어나가는 일, 만나고 대화하며 서로를 서로에게 다시 한 번 소개하는 일, 함께 보고 듣고 이야기 하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취향대책소(취향 ;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는 두 명의 대담자로 이루어진다. 대담자 N과 H를 소개하자. 참고로 N과 H는 각자의 이니셜이다. 이니셜 선택 과정은 문서 작성 시 미관상 예쁜 것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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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가 찍은 N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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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이 찍은 H의 뒷모습


두 사람은 동갑내기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도 자질구레 이야기를 매일 같이 주고받는다. 다음은 영화에 대한 N과 H의 대화다.

* 대화에는 비속어가 포함 될 수 있다.

H : N, 영화를 보는 이유는 뭐야?
N : 나는 영화를 보는 일이 뭔가를 살아보는 일이라고 생각 해. 욜라 신기하고 환상적인 어떤 공간에 들어가거나 실제로는 할 수 없었던 거, 누구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할 수 있다는 거. 실재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진실에 가까운 걸 보기도 하고,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걸 폭로당하기도 하면서. 나는 아무튼 영화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감정들이 좋아. 너는?
H : 음, 나는 영화를 보고 있는 그 순간 자체가 좋았어. 방해 없이 오롯이 그 화면과 공존하는 순간이 정말 좋아. 말하자면,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를 보는 시간을 좋아해서 보았던 거지. 지금은 영화라는 존재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해보고 싶어서 영화를 봐. 너랑 조금 비슷한 이유인 것 같기도 하네. 
N : 영화라는 존재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건 어떤 의미야? 영화라는 게 사람처럼 너랑 시간을 나누는 거야? 
H : 비슷하지. 어떤 것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것. 더 잘 알고 싶은 것이 된 거라고나 할까. 
N : 그렇구나. 나는 영화에 어떤 존재감을 부여한 적은 없었던 거 같아. 오히려 내 존재성에 보탬이 되어줬어. 내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갖은 요소들로 작동한달까. 그래서 나는 어떤 영화에 깊이 심취하면 그 영화 속 인물이 쓰는 단어나 몸짓을 따라 해보기도 했어. 
H : 그건 나도 그래. 그 영화가 너무 좋으면.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 것도 어떤 존재감 아닐까. 내가 너의 말과 행동을 닮는 것처럼. 영향력이랑 존재감은 이어지지 않으려나?
N : 음. 뭐랄까. 나에게 존재감이라는 건 부피 같은 것과 비슷한가봐. 말 그대로 존재에 대한 감각, 곁에 있는 거, 숨 쉬는 거, 공간을 차지하는 거. 근데 공간이라는 게 꼭 물리적인 공간만 있는 건 아니니까. 너 말대로 영화의 존재감이라는 거 좋은 말인 거 같아. H, 그럼 어떤 영화를 제일 좋아해? 장르나 주제를 고르자면?
H :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 먼저 말하자면, 호러나 스릴러를 싫어해. 동조를 잘하거든. 그걸 내가 그냥 보고만 있다는 기분이 안 들어. 주인공이 쫒기고 있다면 나도 쫒기는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워.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야. 나머지 장르는 다 좋아해. 굳이 좋아하는 영화를 뽑자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영화를 좋아해. 잔잔한 느낌. N은?
N : 맞아. 너 그렇지. 나는 그래서 네가 무서운 거 보는 걸 보고 있으면 재밌더라. 무서워하고 도망가는 H를 볼 일은 없었으니까. 좀 못됐나? 나는 어떤 장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어떤 감독을 좋아하고 그 감독이 만든 것이라면 다양한 장르에 걸쳐서 다 봐. 대체로 예술영화를 보고 난해한 부분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는 것도 즐기고. 뻔한 주제로 쉽게 만든 영화는 잘 안 봐. 그런 영화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안 생겨. 요약된 줄거리로 충분한 느낌이야. 
H : 뭔 말인지 단박에 알겠어. 너무 뻔한 영화들. 근데 그런 영화들, 나는 뻔해서 그냥 보는 것도 있어. 다 아는 얘기 듣는 느낌으로. 보통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억지로 보는 경우지만. 스펙터클한 영상을 즐기는 경우도 있고. 영화관에서 보는 엄청난 CG들 있잖아. 사실 그런 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영화에 대한 우리의 짧은 단상은 이쯤 접어두고 (자세한 이야기는 앞으로 펼쳐질 대담을 기대하시라 하하하) 다음은 책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다.

N :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야. H는? 책 ‘읽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H : 나는 책을 정말(강조) 안 읽어. 나는 수업 교재 외에 책은 거의 안 읽어. 내가 가장 책을 많이 읽었던 시기는 문학 수업을 수강했을 때야. 그 때는 한 번도 빠짐없이 과제 책을 다 읽어갔는데, 지금은 자의로 책을 읽기 너무 어렵더라고. 그치만 책 ‘읽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것의 가치는 독자마다, 또 장르마다 다르겠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이야. 너무 당연한 얘기를 했네.
N : 당연하지만 나는 언제나 명심해야 하는 얘기라고 생각 해. 나는 책 읽는 일 자체도 좋고 책도 좋고. 글은 읽는 것도 좋고 쓰는 것도 좋아. 그래서인지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싶고 나도 잘 쓰고 싶고 그래. 정말 좋은 글을 읽으면 억울하기도 해. 이 사람은 이렇게 좋은 글을 쓰는데 나는 뭐하나 싶기도 하고. 분하고. 우울하고. 그래도 역시, 여전히, 책 읽는 거 좋아해. 좋은 글을 읽는 건 정말 큰 기쁨이야. 더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어. 
H : 누구나 가지게 되는 욕망인 것 같아. 나도 그래. 책은 안 읽지만, 아트인사이트 칼럼은 자주 읽어. 나는 글을 잘 쓰는 것도 잘 쓰는 거지만 무엇보다 꾸준히 쓰고 싶어. 글을 잃지 않게.
N : 꾸준히 쓰는 거 그치만 되게 어려운 일이잖아. 나는 글을 시작하는 힘이랑 끝내는 힘 둘 다 아주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생각한 가장 좋은 수련은 많이 읽는 거야. 많~이. 엄청.. 졸라 많이 말이야. 나는 이런저런 책을 다양하게 읽어 보려고. 예전에는 소설만 읽었다면 지금은 시도 읽고 철학책도 읽고.  
H : 사실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 그래서 난 N의 독서를 응원해. 물론 내 독서도 응원하고. 2018년에는 좀 많이 읽어보려고 해. N도 나의 독서를 응원해줘.
N : 그럼. 난 언제나 응원할 수 있어. 나는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좋은 글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해. 앞으로 차근차근 같이 읽자. 우리가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는 일이 좋은 작업이 될 거야. 

우리의 취향은 고귀하거나 우아한 것도 아니고 눈에 띄게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도 아닐지 모른다. 때로 미숙할 테고, 사소하겠지만,

취향대책소, 전개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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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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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onn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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