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이 편안해지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기타]

글 입력 2018.01.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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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드라마를 별로 즐겨보지 않는다. TV 앞에 한 시간동안 가만히 앉아 일 주일에 한 번 내지는 두 번을 꼬박꼬박 챙겨본 적이 손에 꼽힐 정도로 없다. 영상물을 볼 때 집중력이 아주 단시간밖에 작용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핫하게 뜨는 드라마라도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종영해 버린 적도 많았다. 예전부터 드라마라는 문화 매체의 파급력은 매우 컸고 최근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다른 일을 하다가도 쪼르르 TV 앞으로 달려가 앉게 만드는 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이다.

 드라마 상에 노출되는 배우의 옷이나 상품이 품절대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크게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배우가 작품 하나로 대중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을 보면 드라마의 힘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드라마를 세심하게 챙겨보지 못하는 나도, 소위 '인생 드라마'라고 말해온 드라마가 한 편 있기는 하다. 누군가 재밌게 봤던 드라마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난 1초의 망설임 없이 이 드라마를 꼽는다. 캐릭터와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롭게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불안하고 마음이 힘들 때마다 몇 번이고 다시보며 위안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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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2,3학년 쯔음의 겨울이었을 것이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고 중학생의 겨울방학이 으레 그렇듯이 나는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를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TV에서 이 드라마를 본 기억이 없고 이름과 배우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태였다. 드라마는 여름에 방영된 것이어서 이미 종영한 지 오래였다. 아무 생각없이 한 블로그에 올라온 1화를 시청한 나는 앉은 자리에서 몇 편을 다 보고 말았다.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그냥 너무 재미있고 다음 화가 궁금해서 안 보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매일 새벽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보는 것이 낙이 되었고 드라마의 내용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끝나는 게 아쉬워서 하루 한 편으로 자체 조정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드라마를 1화부터 마지막화까지 시청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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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는 '재미있다'는 이유로 드라마를 봤었는데, 단 한 번도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던 내가 이 작품에 빠져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주된 호평 요소 첫 번째는 역시 부담스럽지 않게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배우들의 연기'다. 여주인공 '고은찬'역을 연기했던 배우 윤은혜와 여러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해서 완전히 빙의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 속에서 윤은혜는 정말로 고은찬으로 보였다. 마치 재작년 크게 사랑받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혜리가 덕선이 그 자체같다는 사람들의 의견처럼 윤은혜도 은찬이라는 인물 그 자체였다.

 윤은혜와 커피프린스 직원들은 연기를 하고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실제 경험에서 나오는 말투와 표현으로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내가 그나마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들은 대체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현실 연기'를 잘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너무 리얼해서 말 그대로 현실 세계 인물의 행동같이 보이는, '현실 연기'라고 불리는 연기를 무척 좋아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일상이 그대로 묻어나는 연기 말이다. 내 기준에서 저마다 개성있고 살아있는 연기로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들이 '돈이 필요한 가난한 주인공이 남장을 한 채 부잣집 카페 사장과 사랑에 빠진다'는 식상하고 뻔한 전개를 어색하지 않게 살려내고 있는 것 같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두 번째 매력은 연출적인 부분이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계절감인데,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은 여름으로 나와서 실제 유튜브 드라마 영상에 '여름만 되면 꼭 생각나서 다시 찾게되는 드라마'라는 댓글이 달려있기도 했다. 분수대, 사과농장, 계곡 물놀이, 아이스크림과 수박을 먹는 장면 등 여름의 무더우면서도 풋풋하고 청량한 느낌이 로맨스와 잘 어우러지며 매력을 한층 더 부각시켜준다. '10년 전 드라마인데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댓글도 많이 보인다. 어떤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보아도 촌스럽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 부담스럽거나 작위적인 면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커피프린스 1호점은 보는 이가 불편하지 않은 담백한 스타일의 연출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 이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추억이 깃든 것을 접할 때 느껴지는 특유의 안정감을 유발해서 '힐링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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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프린스 1호점이 방영된 지 올해로 벌써 10년이 넘어섰다. 과장 없이 지금까지 거의 20번 이상을 돌려봤고 최근에도 마음이 불안하거나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 틀어놓게 되는 드라마다. 여름이 오면 자연스럽게 커피프린스가 생각날 정도로 드라마 속 무더운 여름의 커피숍과 아기자기한 동네의 배경이 내 기억 속에 담겨있다. 지금 봐도 위화감 없고 아무 생각 없이 보고있을 수 있는, 내 마음 속 부동의 1위 드라마이다. 카페와 커피를 좋아하기도 해서인지 이 드라마를 보며 바리스타처럼 커피도 내려보고 싶고 카페 종업원이 하고 싶었는데 정말로 그 꿈이 이루어져서 지금 실제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여기는 여성성, 여자다움을 가지지 않은 은찬이라는 인물이 그저 자신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살아가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서 꿈을 이뤄가는 과정까지 참 흥미로운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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