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詩를 노래하다. 창작국악그룹 '동화' [음악]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창작국악그룹 '동화'의 음악에 같이 同和되보는 건 어떤가요?
글 입력 2018.01.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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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국악그룹 '동화'



Prologue.


 며칠 전, 1년 중 가장 춥다는 23번째 절기 ‘소한’ 이 지나갔는데요. 옛 속담에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한’ 무렵이면 본격적으로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라고 합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이 온통 겨울로 가득해서인지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어 있는 요즘 괜히 울적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면 우리는 힘들고 지친 마음을 무언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때론 내게 건넨 누군가의 위로도, 격려도 그냥 스쳐 지나가듯, 우울한 마음을 쉽게 달랠 길이 없을 때면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좋은 음악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떤가요? 그 어떤 위로의 말 한 마디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 한 곡을 듣고 있으면, 외로워 지친 마음도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메마른 감성과 차가운 마음도 힐링시켜주는 음악이 지닌 신기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추운 겨울,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줄 음악 몇 곡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순수하고 맑은 감성 음악으로 옛 시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창작국악그룹 ‘동화’의 노래를 통해 울적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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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창작국악그룹 '동화'는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다’라는 모토 아래 2011년에 결성되어 장르의 구분 이전에 ‘음악’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동화’는 보다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국악을 통해 우리 소리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 어우러진 ‘동화’의 음악은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완벽한 조화와 퓨전국악의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동화'는 대금, 해금, 거문고, 드럼, 피아노, 정가 보컬로 이루어진 혼성 6인조 그룹으로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 ‘동화’만의 색채로 다양한 음악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동화’는 정규 1집 <꿈꾸는 동화>(2013)로 데뷔하여 2집 (2015) 와 3집 <시인의 나라>(2016)를 발매했습니다. 특히 3집 <시인의 나라>는 한국의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정가 창법으로 새롭게 창작한 곡들을 연주합니다.

 ‘동화’는 음악적이고 운율적인 리듬을 가진 시를 노랫말로 한 창작 노래곡을 통해 시인들의 작품에 담긴 감성을 전하며, 시와 음악이 만난 순수하고 맑은 노래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윤동주의 「새로운 길」, 「흰 그림자」, 이육사의 「소년에게」, 김소월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등 한국의 대표적인 옛 시인들의 이야기에 우리 음악을 입혀 정가 창법으로 노래하는 창작 국악곡을 연주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어루만져주었던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시와 시인들의 삶을 노래한 ‘동화’의 3집 <시인의 나라>에 수록된 국악곡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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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새로운 길
02. 흰 그림자
03. 무엇 찾니
04. 꿈에 다니난 길이
05.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06. 소년에게
07. 나뭇잎배
08. 해바라기의 비명
09.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10. 구름이 무심탄 말이 (Bonus Track)

  



새로운 길
시 윤동주
작곡 석예리
노래 장명서

 
 식민지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자유와 정의에 대한 불굴의 저항정신을 가진 민족 시인. 윤동주 시인은 조국과 민족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으로 죽는 그 날까지 30편이 넘는 시를 써내려가며 외롭고 캄캄하기만 한 날들에 찬찬히 어둠을 밝히는 등불같은 존재였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시는 가슴 속 깊이 기억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해방을 불과 6개월 앞두고, 29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윤동주 시인. 그의 맑고 깊은 문학적 심성과 영원한 젊음은 윤동주 탄생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숭고한 정신을 새기고, 서정적 민족 시인의 삶을 기억합니다.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성찰에 대한 사색으로 어두운 현실을 아파했던 윤동주 시인은 '새로운 길'을 통해 암울한 식민지 시대 독립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창작국악그룹 <동화>는 언젠가 다가올 ‘아침’을 기다리며,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당당히 걸어 나가고자 했던 윤동주 시인의 희망을 음악으로 담아내었습니다. 「새로운 길」은 특히 해금의 부드러운 선율과 함께 어우러진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정가 보컬의 소리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동화 - 새로운 길>




흰 그림자

시 윤동주
작곡 석예리
노래 장명서


 <동화>는 윤동주 시인의 주옥같은 명시 중에서도 좀 더 음악적이고 운율적인 리듬을 가진 시를 노랫말로 창작국악곡을 풀어 내고자했습니다. 「흰 그림자」에서 만난 윤동주 시인은  자신의 불안한 운명과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자기 성찰과 신념을 확고히 하고자 하는 모습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은 그림자가 아닌 ‘흰 그림자’는 시인의 내적 갈등과 혼란을 차분하지만 강한 의지로 표현하며, 다가올 미래에 확실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동화 - 흰 그림자>




소년에게

시 이육사
작곡 오영진
노래 장명서



 일제의 식민 치하 속에서 민족의 수난과 비운의 날들에 기꺼이 자신의 죽음도 마다하지 않던 저항시인. 이육사는 17번의 지독한 옥고의 잔인한 고통을 견뎌내면서도 독립에 대한 의지와 투철한 저항정신을 굽히지 않고 일제에 끝까지 맞서 항거했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입니다. 그의 시는 부정적인 시대적 현실에 나라를 잃은 민족의 슬픔을 소재로 우리나라의 독립에 대한 확신을 아름답고 힘차게 노래합니다. 이육사는 시를 통해 비틀거리는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깊게 새겨진 민족의 상처를 따스히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이육사의 「소년에게」에 등장하는 ‘소년’은 지난 날 침울하고 비통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시적 화자 자신이자, 일제에 맞서 치열한 삶을 살며 목 놓아 독립을 울부짖었던 젊은 청년들이기도 합니다. 시에 표현된 ‘소년’의 모습을 통해 이육사는 이 땅에 살아갈 미래의 후손들에게 바람직한 삶과 이상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말하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옥중에서 숱한 고문과 일제의 억압에도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오직 독립에 대한 투지와 저항정신으로 어두운 시대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육사는 오늘날에도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야할 위인입니다. 그럼 ‘동화’의 음악을 통해 시인이 소년에게 전하고자했던 메시지를 되새기며, 시인이 소년에게 건네는 위로의 노래를 감상해볼까요?


<동화 - 소년에게>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시 김소월
작곡 오영진
노래 장명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김소월은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진달래꽃>>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입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는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되어 있는 시로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로 사무치는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김소월은 주로 남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쓰며, 실제 자신의 삶 속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설움과 그리움을 담아 시인 특유의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어조로 노래하였습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시인의 슬픈 마음을 노래하며, 김소월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시입니다. 국악으로 다시 태어난 <동화>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는  감미롭고 부드러운 보컬의 노래로 김소월 시인의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애달픈 마음이 느껴집니다.


<동화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사실 <동화>의 음악은 앞서 소개해드린 곡 뿐만 아니라 모든 앨범의 곡들이 정말 좋은데요. 특히 한국전통음악의 성악 부분에서 '정가'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악인데, 이를 정가 창법으로 부른 한국을 대표하는 명시들은 참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정가에는 가곡(歌曲) · 가사(歌詞) · 시조(時調)가 있는데, 판소리 · 민요 등 다른 성악 장르와 달리 정가에서는 모음을 길게 풀어서 발음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곡이 대체적으로 빠르지 않습니다.

 <동화>는 풍류한 정가 창법으로 풀어낸 곡을 국악기로 표현하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동화>의 음악은 정가 창법의 특징상 전체적으로 느리고 차분한 분위기의 곡이 느껴지지만, 판소리, 민요와 콜라보를 이루는 창작국악과는 또 다른 새로움이 느껴집니다. 그 외에 정가 창법으로 부른 곡뿐만 아니라, <동화>의 '신바람', '비 갠 뒤'와 같은 음악은 노래가 아닌 악기들로만 연주된 신나고 경쾌한 느낌의 창작국악곡입니다. <동화>의 이러한 음악은 현재 TV 프로그램의 BGM으로도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퓨전국악의 다양한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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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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