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들의 이야기, 경남 창녕군 길곡면 [공연]

글 입력 2018.01.0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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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의 흔하고 흔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었을까 궁금증을 가지며 연극을 보러 갔다. 작고 아담한 극장이라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많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깔끔한 것이 정말 우리들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다. 당연히 이 문제의 당사자들인 젊은 세대들이 올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보러온 사람들은 의외로 연령층이 다양했는데 젊은 사람들, 커플, 부부, 중장년층들까지였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젊은 세대의 문제에 공감할 수 있을지, 또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불이 꺼지고 다시 조명이 들어왔을 때, 두 배우는 침대에 눕고 앉아서 텔레비전 예능을 보고 있었다. 누구나 할 법한, 다정한 듯 무뚝뚝한 대화를 하며 부부는 바쁜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트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모이는 돈이 없어 빠듯한 하루를 살아가는 둘이다. 아직 결혼한지 몇 년 안되긴 했지만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고, 언제쯤 이 지하 셋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아니 벗어나는 것이 가능은 할지 솔직히 미지수이다. 이 와중에 둘은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되고, 이것으로 둘은 갈등에 놓인다.

 요즘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얘기들이 미디어를 통해 나돌고, 우리 삶의 팍팍함에 대한 고충을 많이 이야기한다. 과거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좋은 직장과 월급을 얻을 수 있었던 기회의 땅 한국은 이제 없다. 발전이 이미 이루어졌고,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이곳의 젊은이들은 무한 경쟁과 맞서 싸워야만 한다. 그러한 경쟁에서 결혼이나 아이와 같은 것들은 사치일 뿐이다. 이를 보고 혹자들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사회나 공동체에 기여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일테지.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이상 사회가 안정적이고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에게 세상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거운 곳이라면, 아이를 낳아 이 세상을 살게 해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도 이렇게 이 세상이 힘들고 어려운데, 아이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부담일 뿐더러, 그 아이 역시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저출산 문제도 계속해서 심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생겨버린 아이와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고민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엄마아빠가 되어도 될까? 잘 키울 수 있을까? 무조건 낳는 것만이 답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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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이 끝나고 텅빈 방만 남았다. 커튼콜도 없이 그 흔한 기념촬영도 없이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어쩌면 이 연극이 주는 슬픈 현실감을 피하고 싶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함께 보면서 나도 중간 중간 낙태만을 주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말에 화가 많이 나면서도, 시간이 흐를 수록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팠다. 어쩌면 저게 나의, 그리고 내 친구들의 미래가 될 수도 있기에.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들을 해가며 소극장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서 다시금 시나리오 소개를 읽었다.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섰다.

 연극을 보고나니 마음 속에서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를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참 슬펐다. 마치 무기력한 지식인이 된 기분이었다. 문제의식을 가졌음에도 그러한 사회에 다시 나가 순응하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연극의 막바지에서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언급하는 장면은, 이러한 문제들이 비단 극장 속 두 명의 이야기가 아닌 잘 모르는 곳에서까지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위한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이 연극이 젊은이들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열린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결국에는 이 연극은 하나의 픽션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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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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